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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티끌만큼의 불만

레뷔키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21 08:30:01
조회 12969 추천 51 댓글 105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해변 시퀀스에서 아무리 생각하며 봐도 이상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헤어질 결심 스토리보드북'을 보고 내가 왜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이상하게 느껴진 건 이상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탓이다. 내 탓 아니고 박찬욱 탓이었다.


1.

해변 시퀀스에서 송서래를 찾아 헤매는 장해준은 서래가 향한 쪽의 반대편으로 가서 허탕을 친다. 바위산을 올라 그 너머를 살피지만 서래의 흔적을 발견 못 하고 다시 되돌아 나와 해안도로 쪽 계단으로 향하고 여기에서 갑자기 컷이 점프해 서래가 오른 바위산 계단 앞이 된다. 처음 볼 땐 그냥 넘어갔지만 몇 번 더 N차 관람을 하고 나니 쇼트의 연결이 이상했다. 너무 이상해서 그 부분만 반복해서 몇 번씩 또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해안도로 계단을 향하던 해준이 갑자기 바위산 계단 앞으로 순간이동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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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 계단을 향하는 해준과 바위산 계단을 향하는 해준의 쇼트가 비슷하니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이미지들을 중첩하고 디졸브 기법을 이용해 컷을 붙였던 것처럼 운동성의 방향을 겹친다는 느낌으로 두 장면을 이어 붙인 것 같긴 하다만 갑자기 바뀐 공간감과 배경, 그리고 색감의 차이, 더 따지면 완전히 겹치지도 않는 해준의 달리기까지 이질적이어서 그냥 쇼트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게 당연할 정도로 이상한 장면인 건 분명했다.




2.

저 씬을 다시 편집한다면 반대편 바위산을 올랐다 허탕친 해준이 몸을 돌리고 해안도로가 나오는 쇼트에서 계단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오대수의 오토바이 추격씬처럼 프레임을 횡단하는 달리기 장면을 넣어야 했다. 왼쪽에서 프레임인 해서 오른쪽으로 프레임아웃 하는 해준의 달리기 횡단 장면을 넣고 바로 서래가 올랐던 바위산 계단 앞에 이르는 해준을 보여줬으면 현재 영화 버전에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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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이 프레임을 횡단하는 장면이 없다면 재촬영을 해서라도 만들고 집어넣으면 좋았을 텐데...




3.

프레임 횡단 달리기 장면을 찍어 놓지 않았던 걸까? 그렇다면 과격하게 컷을 이어 붙여 허탕 친 바위산에서 돌아서고 바로 서래가 올랐던 바위산 계단으로 이어버리는 연결도 생각할 수 있다. 어쨌건 중간의 해안도로 계단을 향하는 쇼트가 없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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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이렇게 쇼트를 이어 붙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가 <헤어질 결심>의 스토리보드북을 보게 됐다. 보자마자 저 시퀀스 부분을 찾아보았다. 그제서야 저 씬의 이상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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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기획되어 있던 동선)



474쪽에 실린 콘티를 보면 해준은 해안도로의 계단으로 향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계단에 올라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서래가 잠겨 들어간 구멍을 파도가 쓸어 버리는 쇼트가 삽입되고 해준은 다시 계단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프레임아웃 된다. 그리고 바위산 계단이 앞이 되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런데 서래의 구멍을 파도가 휩쓰는 장면을 저 때 안 쓰고 뒤로 옮기면서 해안도로 계단을 올라가 해준이 둘러보는 장면을 잘라내게 되어 편집이 꼬인 것 같다. 원래 세운 기획이 어그러졌다.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이 나온 건 알고 있었다. <기생충> 때도 똑같은 기획으로 책들이 출간됐었는데 그냥 영화만 보고 말았더랬다. <기생충>은 영화만 봐도 거슬리는 부분 없고 특별히 궁금한 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저 장면, 3초도 안 되는 저 장면 때문에 스토리보드북을 찾아봤다. 그림과 설명으로 쭉 이어지는 형식으로 만화책 읽는 감각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나의 궁금함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읽길 잘했다.


웃긴 건 영화 본편에서의 편집도 이상했지만 이 씬을 설명하는 스토리보드북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사진을 잘못 넣었다. 사진과 옆의 설명을 보면 제대로 매치가 되지 않는다. 사진이 틀렸다. 저 사진은 호미산 시퀀스에서 쓰였던 사진을 잘못 쓴 걸로 보인다.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동일한 씬을 두고 빵꾸가 나버린 상태를 보니 어리둥절하고 묘하다. 이건 딴지를 거는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저 시퀀스가 이상해지는 건 정해진 운명이었고 세상은 그걸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같았다. 저 씬의 이질감은 무슨 이스터 에그로 작동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 기능이 가능한가? 이건 그냥 억지로 편집을 붙여서 이상해진 것이고 나는 그 억지가 거슬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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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보드북 수정, 이래야 맞다)


나도 안다. 내가 딴지 걸고 있는 씬은 정말 아주 사소한 장면이라 영화 흐름과 정서에 아무 상관도 없을 장면이다. 내 생각대로 수정이 된다면 자연스럽기야 할 테지만 그렇게 바뀐다고 한들 영화엔 아무 변화도 없다. 하지만 저 이상한 편집에 바늘구멍 만한 찝찝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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