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 도넛에서 아침 먹으면서 시작
나는 말차 라떼랑 라즈베리빵, 와이프는 딸기 스무디랑 머핀
굳이 말차 라떼를 마시는 게 아시안같은 기분이다
오늘 갈 역은 Los Orientales
해석하자면 동양인들이라는 뜻인데…
거기서 내가 내린다는 점이 웃긴다
아마 사람들이 “저거 보셈 ㅋㅋ Los Orientales 에서 동양인 내린다 ㅋㅋ” 하지 않았을까
여기 온 이유는 보드게임 사러
커다란 장난감 가게가 있는 곳이다
장인어른이랑 장모님이 TV에서 본 보드게임이 하고 싶다고 사다 달라고 하셔서 옴
사는 김에 내가 가지고 놀 로봇 거미도 샀다
처남들 선물로 드래곤볼 파이널 폼 셀 피규어도 샀음 ㅋㅋ
점심 먹기는 조금 이르고 해서 카페로 갔다
와이프가 어제 먹고 싶다던 카스테라 포장하고
와이프는 망고 레모네이드, 나는 계피맛 아이스티
진짜로 나올 줄 몰랐고 진짜 계피맛일 줄 몰랐다
그러고도 시간이 좀 있어서 가게들 구경하러 다녔음
와이프랑 옷 구경하면서 양말 몇 개 샀고
길거리 노점에도 볼 거 많아서 재밌었음
고양이 접시도 두 장 샀다 ㅋㅋ
거의 열자마자 들어가서 안 기다리고 바로 앉았다
반찬으로는 깍두기랑 감자 조림, 시금치, 콩나물 나왔음
와이프는 깍두기랑 주문벨 누르는 거 좋아한다
나도 깍두기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집에 가면 레시피 찾아본다고 함
한국 식당이라 한국어로 주문할 줄 알고 나한테 주문 맡겼는데
한국인 직원이 스페인어로 물어보길래 나도 그냥 스페인어로 주문함…
와이프는 어이가 많이 털린 것 같았다
난 순두부찌개랑 찐만두, 소주
와이프는 덜 매운 양념치킨이랑 김말이, 포도 봉봉
반찬이랑 메뉴 다 남김없이 먹었음
나랑 와이프는 점심식사 서두르는데
농담 아니고 좀 지나면 어느 한식당을 가도 줄이 늘어선다
테이블이 적은 것도 아닌데 여기 말고도 다른 식당도 서너 군데 다 줄 서서 먹음
인기가 있긴 한가보다 싶음
돌아다니다가 아이스크림이 눈에 띄길래 하나 사먹음
오랜만에 보는 게 많아서 뭐 먹을까 하다가
와이프가 망고맛 메로나 고르길래 난 그냥 메로나 먹었다
잘 팔리는 건 붕어 싸만코가 잘 팔리나 봄
소주 조금 마시고 아이스크림 물고 걸으니까 기분 좋다
이 다음에 호텔 돌아와서 잠깐 핸드폰 충전하고 쉼
다시 나올 땐 날씨는 좀 선선했다
쇼핑몰 가는 길에 스티커랑 색테이프같은 거 샀음
와이프는 다이어리랑 사진집 만드는 게 취미라 그런 거 자주 사서 모아둔다
금토 주말이 껴서 그런가 쇼핑몰은 오늘도 사람 엄청 많았다
여행 다녀오면 선물 줘야하니까 가족들 옷도 한 두 벌씩 샀음
집에 가는 길에 뭔 인라인 스케이트 모임인가 지나갔다
그냥 타는 게 아니라 뭔 코스튬 입고 타더라
코스모랑 완다도 있고 세일러문도 있고 드라큘라도 스케이트 타고 지나갔다
그냥 뭐… 이런 볼 거리가 종종 생겨서 좋아
저녁은 빅맥세트랑 너겟 포장해서 호텔에서 먹으려고
전에 산티아고 왔을 때도 여기서 햄버거 사먹었었는데…
푼타 아레나스랑은 다르게 저녁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 돌아다니는 게 어색하다
여행 왔는데 뭔 빅맥이냐? 할 수도 있지만
푼타 아레나스에는 맥도날드가 없어…
햄버거 사들고 호텔로 걸어가면서 대화도 많이 했다
서로 가족 얘기도 하고 아기 생겼을 때 상상도 하고
산티아고는 와이프 처음 만난 곳인 데다가
첫번째 결혼기념일 보낸 곳이기도 해서 추억이 많아
걷다가 2년 전에 왔던 곳 지나가면 “그 때 기억나?” 하면서 또 같이 웃고
여행은 2일 정도로 짧았고 그마저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뿐이지만
그냥 둘 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냥 같이 걷기만 해도 행복해
처음 만났을 때 꽃밭에서 찍은 사진이랑
같은 장소에서 오늘 찍은 사진이야
다시 보니까 의미있고 좋네… 이걸로 마무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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