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에 만년필 뽕이 와서 루즈앤느와를 질렀어.
그것도 좀 더 비싼 마블 모델로 말이지.
근데 이게 좀 늦게 오는 바람에 (기분이 안좋아서)
정보글 느낌으로 루앤느가 뭔지 소개하는 글부터 써 보려 한다!
1. 루즈앤느와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루즈앤느와는 몽블랑 최초의 만년필 이름이고, 우리가 흔히 몽뱀이라고 이야기 하는 건 이걸 복각한 만년필이야.
1909년, 몽블랑이 함부르크 작은 공방일 때,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별도 만들기 전이고, 이름도 Simplo pen company에 자기들 닙도 못만들어서 미국산 외주받아서 펜 만들던 그 시절에! 처음으로 자기들만의 세이프티 펜을 만들었어. 그게 루즈앤느와야.
‘루즈 앤 느와’, 프랑스어야. 아마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쓴 소설에서 가져온 이름인거 같아. 회사는 독일에 있는 몽블랑이 자기들 이름은 프랑스어로 쓰는 이유랑 비슷하게, 그 당시의 고급화 전략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이 때 루즈앤느와(아래부턴 ‘루앤느’)는 캡탑에 빨강 동그라미밖에 없어! 별 없는 몽블랑이 참 이상해보이지만, 이런거에 뽕 느끼고 비싼돈 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그 사람은 진짜 빈티지 몽블랑에 미친놈이야.
1914년, 몽블랑은 드디어 자기들 이름이랑 별을 만들어 냈고, 이 때 부터 루앤느에도 별이 들어가기 시작… 했는데 색깔이 빨강색이야. 이 때가 우리가 아는 공산주의자들 활동하던 시긴데 보고있으면 기분이 이상해 ㅋㅋ
이후 1914년에 잠깐 이름이 ROTKAPPCHEN으로 변하긴 했는데, (아마 세계대전땜에 반프랑스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거 같아.) 얼마 안 지나서 루앤느로 돌아오고 1923년 단종되기까지 잘 팔아먹었어.
이거는 펜 좀 아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녀석이라 매물 자체가 안보여. 나도 사진 겨우 찾았음 ㅋㅋ
2. 뱀클립
그럼 대체 우리가 아는 몽뱀의 뱀은 어디서 나온거냐? 사실 이건 루앤느 자체의 특징이라고 보긴 힘들어. 이런 클립은 1920년대에 유행했던거거든. 아마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만년필 초창기에는 클립 개념이 앖었고, 나온지 얼마 동안은 옵션 느낌으로 팔았어. 근데 방금 1923년에 루앤느가 단종되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루앤느가 뱀클립 달고 나온건 오히려 찾기가 힘들어.
그렇다고 고증은 안했니 어쩌니 따지려는 게 아니라, 난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해. 이건 그 당시에 유행하던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을 표현한거거든. 1890년대~191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미술사조,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시대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 뱀 클립에 담겨있는거지. 아르누보는 궁금하면 더 찾아봐!
3. 헤리티지 루앤느, 장점 그리고 단점.
몽블랑 헤리티지 라인은, 내가 최근에 본 몽블랑 시리즈 중에서 (마이스터스튁 빼고) 가장 마음에 드는 라인 같아. 솔직히 마이스터스튁 빼고 거의 쩌리가 된 1980년대 이후부터 몽블랑에서 혁신이 느껴지지가 않고, 그냥 같은 펜 우려먹는 회사가 된 감이 있었거든. 그나마 작가 시리즈가 나오고부터 좀 나아졌어.
그런데 몽블랑도 마이스터스튁 나오기 전 빈티지 모델들 보면 여러 시도를 많이 해 봤었거든. (위에 클립 같은거. 근데 저건 나와도 제가 못사는 가격일 거 같아요.) 자기 브랜드 스스로의 ‘헤리티지’를 찾으면서, 마이스터스튁 라인의 진부함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소비자가 보인 반응도 시도에 충분히 상응할 만큼이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결국 펜은 필기도구이기 때문에, 필기도구로의 쓰임도 이런 배경들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펜의 단점을 좀 이야기해볼까 해.
(펜 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냐고? 이미 코랄 모델은 많이 써봤지)
가. 캡 문제
이 펜 특징이, 캡의 길이가 어떤 펜이랑 비교해봐도 엄청 짧은거야. 애초에 캡을 꽂으라고 만든게 아니라는 걸 써보면 바로 알 텐데, 이건 사실 원 모델을 따라서 디자인하다 나온 문제인거같아.
나사산이 앞에 있는 거랑 캡이 짧은거 모두 빈티지 몽블랑 세이프티의 특징이거든. 이걸 현재의 오픈닙에 적용하려다보니까 생긴 문제야.
근데 이게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바로 크랙이야.
빈티지 뿐 아니라 만년필 세계에서 사람 억장무너지게 만드는 투탑은 아마 닙 정렬하고 크랙문제일거야. 특히 자주 열고 닫는 캡부분은 더더욱 크랙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나도 빈티지 사고 처음 겪은 문제가 캡 밑이 수축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어. 위 사진처럼 캡 밑부분은, 플라스틱 특성상 깨지거나 크랙이 갈 확률이 높거든? 이게 빈티지로 가게 되면 펜 잠기는 부분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해.
캡이 수축한다 -> 바디를 긁는다 -> 바디크랙 -> 펜 죽음
캡이 수축한다 -> 캡크랙 -> 캡 죽음
이 과정으로 아까운 펜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지. 그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나온 부품이 바로 캡밴드야. 캡밴드는 금속이라, 수축은 해결하기 어려워도 캡 크랙이 아래에서 만들어지면 위까지 타고 올라가는 걸 막아줘! 그래서 실은 구조적으로 캡밴드가 제일 밑에 있는 만년필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 (펠리칸 생각해봐)
근데 이 친구는 캡밴드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잉크 저장량 문제
캡밴드야 그런데 평생 쓸 거 아니면 캡꽂안하는 이상 크랙 갈 일은 많이 없어. 그래서 실사용에 가장 큰 지장을 주는 문제는 잉크 저장량일거야.
사실 루즈앤느와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대체 잉크 필링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의 문제야. 루즈앤느와 펜 바디는 금속으로 이뤄져있는데, 금속 + 피필 조합은 피필쪽 마모가 너무 심해서 대체로 채택이 안되는 조합이거든.
그래서 다들 추측만 하는 부분인데, 내가 들은 정보를 대강 종합하면 (사담 중에 나온거라 출처는 안밝히는걸로) 내장형 컨버터로 추측하고 있어.이탈리아 델타같은 펜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고, 금속에도 좋은 방식이지만 잉크 충전량은… 글쎄…?
다. 얇다.
공홈 사진에는 항상 이렇게 손에 들고 나온 사진을 넣는거 같은데, 그 중에서 비교해봐도 월등히 펜 사이즈가 작은걸 알 수 있어. 물론 펜 사이즈에 대한 선호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어.
요컨대 손이 작은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좋지. 이 펜을 세자루나 가지고 있는 이지영씨 컬렉션을 보면 대체로 얇고 손 안에 들어오는 만년필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루앤느는 그 기준에 잘 맞기때문에 세 자루나 사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어. 근데 그래도 작아. 정말. 원래 루앤느는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까지 많은데, 굳이 제일 작은 모델로 내야 했을까 싶어. 근데 너무 커도 안예쁜거 같기도 하고… 어렵네.
헤리티지 모델 중에서는 이집토마니아가 좀 더 큰 손에, 루앤느가 더 작은 손에 맞는 걸로 해 두자.
설명은 여기까지 해 두고, 펜 오는 대로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자.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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