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세균의 특징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라는 것 역시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세균들은 현미경을 이용해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잘 알려진 세균인 대장균의 크기는 2마이크로미터 수준에 불과할 정도
하지만 생물의 세계에서 '절대' 란 없다고 했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Thiomargarita magnifica 가 그 예외 중 하나이다
아래 보이는게 10원 크기의 동전인데, 보다시피 거의 속눈썹 크기로 별 다른 도구 필요없이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이다.
보통의 세균을 인간 크기라고 가정하면 이 세균은 에베레스트 만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다.
이 세균은 작년 6월 사이언스지를 통해 학계에 알려졌는데,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만큼 예외적인 놈이라 그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이 박테리아는 2010년대 초 카리브해 과달루프 섬의 멩그로브 늪지에서 발견되었다.
다만 저렇게 길쭉길쭉 실 형태로 자라는 건 흔하디 흔한 곰팡이 균사의 모습으로 생각되기 쉬웠다.
따라서 별 연구가치가 없다고 여겨져 연구실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잘 살고 있다가 연구실로 납치되어 하마터면 폐기될 뻔 했지만 연구진이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5년간 연구한 결과 곰팡이가 아닌 세균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후 해당 연구실에서 포닥으로 일하던 장 마리 볼란드의 몇 년간의 추가 특성 연구 끝에 발견된 지 1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존재를 알리게 된다.
이 세균의 가장 큰 특징은 상술했듯 최대 2cm에 달하는 저 거대한 크기인데,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생명과학 시간에 세포의 크기에 대해 배울 때, 세포가 커질수록 부피 대비 표면적 비율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외부와의 물질 교환이 어려워진다고 배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균은 저 크기로 어떻게 물질교환을 이룰까?
정답은 세균 부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심 액포(물주머니)에 있다.
전체 세균 부피의 60-80%를 차지하는 이 액포(주황색)는 세포의 각종 소기관들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게 된다.
따라서 외부와의 경계 근처에서만 물질교환이 일어나면 되므로 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저 크기 때문에 증식 주기도 매우 긴데, 한번 증식하는 데에 며칠에서 길면 몇 주까지 걸리기도 한다.
근데 크기만 크고 다냐? 할 수 있는데, 당연히 과학이 제일 큰놈 제일 작은놈 찾기 기네스 따려고 있는 학문은 아닌 만큼 이 세균도 여러 중요한 성질이 있다.
우선 이 세균이 발견될 때 근처에 다른 세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페니실린을 만들어 다른 세균을 죽이는 푸른곰팡이처럼 이 녀석도 주변 미생물을 죽이는 새로운 항생물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이 세균이 Pepin 이라는, DNA가 막에 둘러싸인 구조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세균을 포함한 원핵세포는 일반 진핵세포와 다르게 DNA가 핵막 속에 들어 있지 않고 단순히 세포 내부에 뭉쳐져 떠다닌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저 pepin 구조는 세균 역시 핵막에 가까운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는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하는 과정의 비밀을 한꺼풀 벗길 수 있는, 진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거대한 세균이 있다면 세균만한 거대한 바이러스도 당연히 존재한다.
현재까지 인간이 발견한 미생물은 지구상의 1%도 미치지 못하며, 조금이나마 연구된 미생물은 그것의 1%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지구상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각자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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