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내용을 다 담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콘서트를 보러 가고 싶다는 사람들은 이 글 안읽어도 됨!
그냥 콘서트 못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콘서트가 얼마나 정성이 가득한지 내가 느낀 점을 공유해주고 싶어서 써봄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테일러의 각 정규 앨범을 상징하는 구절들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댄서들이 거대한 꽃잎 모양의 장식을 허리에 매고 차례대로 등장함.
중간중간에 It's been a long time coming이라는 구절이 계속 나오는데 진짜 오랜만에 콘서트 하는 거 실감돼서 막 설레고 그럼
거대한 꽃잎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연출로 테일러가 등장해 Lover 시대의 첫 곡 Miss Americana & the Heartbreak Prince를 부름
별로 대중적으로 안 유명한 수록곡이라 이 노래로 오프닝을 열 줄 상상도 못했었는데
가사에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너와 나 그게 내 세상의 전부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어서 오랜만에 여는 콘서트 투어의 오프닝으로 부르기에 너무 잘 어울렸음
바로 이어지는 곡은 스위프티들이 4년 동안 기다려온 Cruel Summer.
이 노래는 2019년 발매 당시부터 팬들이 좋아하던 곡이었고, 그때 팬들은 Lover 콘서트 투어만을 기다렸지만 코로나로 인해 무산되면서 다들 아쉬워했음ㅠㅠ 근데 4년 뒤에 에라스 투어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서 그때의 아쉬움이 해소되는 기분이었음.
특히 브릿지 떼창 전에 테일러가 함께 부를 준비되었냐고 흥을 끌어올리고 다 같이 브릿지를 떼창하는 순간이 아마 에라스 투어의 수많은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
Cruel Summer의 떼창에 감동받은 테일러는
이 자리에 모인 팬들에게 "당신들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을 준다"라고 표현한 뒤, 반짝이는 베르사체 블레이저를 입고 The Man을 부르기 시작함.
무대는 회사 콘셉트로 구성되었고 정상에 이르기까지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과정이 되게 인상적이었음.
그 과정에서 댄서들과 안무 합도 맞추는데 애티튜드 너무 당당해서 나까지 자동으로 기가 사는 느낌
마지막에 정상에 앉아 루부탱 부츠의 빨간 밑창을 과감하게 내밀며 코러스를 부르는 부분도 멋있었고
노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시각적 요소와 스토리텔링을 잘 결합한 무대였던 것 같음
자연스럽게 You Need To Calm Down으로 넘어가는데
다양성을 존중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자는 노래의 주제에 맞게 스타디움 전체가 무지개빛으로 물들었음. 중간에 테일러가 같이 손 흔들자고 하니까 관중들이 다같이 손 흔드는데 완전 축제 분위기ㅋㅋ
다음 곡 Lover를 부르기 전에 진행하는 스피치에서는 오늘 자신을 보러 와준 관객들과 오프닝 가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함
테일러가 중앙 블록 위에서 기타를 매고 Lover를 부르는 동안
댄서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웨딩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분위기가 진짜 로맨틱했음
아 그리고 스피치에서 오늘 부를 몇몇 곡들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노래지만, 이 노래들을 다시 듣게 될 때는 콘서트에서 느꼈던 즐거운 순간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난 이렇게 가수의 이야기가 관객 각자의 이야기로 재해석되고 노래가 추억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순간이 너무 좋더라
특히 그 노래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면 더더욱
스크린엔 뮤직비디오의 Lover 하우스도 등장했고 관중석에선 LED 팔찌로 분홍색 하트 모양까지 크게 형성돼서 온 스타디움에 사랑이 넘쳐나는 느낌이었음
다음 곡 The Archer는 활을 겨냥하는 사람이기도, 활을 맞는 사람이기도 했던 테일러 본인의 내면의 갈등과 스스로에 대한 불안을 다루는 노래인 만큼
큰 무대에 본인 혼자만 남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함
스크린엔 화살들이 불안정하게 날아다니는 연출로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 듯했고
곡 후반부에
"누가 나를 떠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누가 내 곁에 남아있을까?"
이런 파트가 있는데
이때 테일러가 팬들을 가리키며 "네가 남을 수 있어"라고 웃으면서 불러주는 장면이 되게 감동적이었어
Lover 시대의 마지막 곡으로 왜 The Archer를 선택했는지 느낄 수 있었음
그리고 이 순간에 불안정하게 허공을 떠돌았던 수많은 화살들이 한곳으로 모여 거대한 빛의 출구를 만들고 그 속으로 테일러가 유유히 사라짐과 동시에
Eras 투어의 첫 번째 시대가 마무리되었음
연출 되게 좋았는데 콘서트 필름에 포함 안되어서 아쉬워ㅜㅜ
다음으로 정규 2집 Fearless 시대가 열리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피어리스 하면 딱 떠오르는 키워드가 기타, 황금색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테일러는 이를 완벽하게 구사해 내서 Fearless 시대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음
스크린에선 피어리스의 상징 색인 황금빛 빗줄기가 내리며 문이 열리고, 황금빛 프린지 드레스와 부츠를 신은 테일러가 기타를 매고 뛰어나와 타이틀곡 Fearless를 부르기 시작함
바닥 스크린에 거대한 기타를 띄워서 무대를 꽉 채우고
노래를 부르다가 14년 전 Fearless 투어에서 했던 행동들(머리 위 손하트, 피어리스 스핀, 기타 들어올리기)을 그대로 재연하며 그 시절의 추억들을 되살려주는데
사람들 다 머리 위에 손하트 따라하는 거 귀여웠음
기타 피크를 팬들에게 던져주고 "나와 함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갈 준비됐어?"라고 물으며 모두가 잠시 2008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로 하이틴 노래 You Belong With Me를 크게 따라 부름 오랫동안 함께 해온 백업 싱어, 밴드 멤버들과 같이 즐기는 모습도 좋았음
다음 곡은 Love Story인데 이 노래는 테일러의 돌파구가 된 앨범의 리드 싱글이잖아. 이 노래로 테일러의 음악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들도 많고.
테일러 본인과 팬들에게 되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곡이라 평생 콘서트 셋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을 것 같아서 들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짐
그리고 브릿지 파트 가사에 marry me가 있어서 이 파트 나올 때 프러포즈 하는 커플들 되게 많더라ㅋㅋ
Love Story를 끝으로 Fearless 시대가 끝나고
다음으로 Evermore 시대가 열림.
Evermore 시대의 첫 곡은 원래 tis the damn season으로 시작하는데, LA에서 콘서트 필름 촬영할 때 하임 밴드가 오프닝을 맡아서 no body, no crime으로 셋 리스트가 일시적으로 변경됐었음.
그래서 콘서트 필름에 어떻게 실릴지 궁금했는데 결국 두 곡 다 제외됐네
갠적으로 tis the damn season이 투어 첫날부터 함께 해온 노래라 더 정들음ㅋㅋㅋ
숲속의 나무 사이에서 부르는데 꼭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향의 옛 인연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느낌이랄까.. 뭔가 되게 아련했음
무대는 음산해지고 초록빛 망토를 걸친 테일러와 주황빛 구체를 든 댄서들이 등장함.
Willow 노래 구절 중 "신호를 기다리면 어둠이 진 후에 만나러 갈게"를 인용해 주문을 외우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Willow가 시작됨
뮤직비디오의 판타지적인 컨셉을 무대에 그대로 반영해서 신비로움과 마법 같은 분위기가 강조된 느낌
그리고 바닥 스크린과 댄서들이 들고 있는 구체가 센서로 연결되었는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불꽃같은 화려한 잔상이 그려져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는데 전체적으로 웅장했음
다음 곡은 Marjorie.
이 곡은 테일러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며 당신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살아있다는 슬픈 메시지가 담긴 곡임
이 곡을 부를 때는 관중들이 다 같이 핸드폰을 들고 플래시를 켜주는 암묵적인 룰이 있음
투어 처음부터 플래시를 켰던 건 아니고
4월 말 애틀랜타에서 있던 공연 중 갑자기 한 섹션에서 시작해서 관중들이 파도타기처럼 전부 플래시를 켜니까 테일러가 살짝 울컥하더라
그 이후로 지금까지 Marjorie를 부를 땐 항상 관중들이 플래시를 켜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주는데 되게 감동적임..
노래를 부르는 동안 스크린 연출은
잎사귀가 조용히 떨어지고, 대지는 서서히 추위로 얼기 시작하면서
안락했던 가을이 눈으로 뒤덮인 차가운 겨울로 변하는데 이런 단계적인 변화를 잘 표현해 줘서 노래에 더 몰입됐던 것 같음
그리고 테일러 외할머니가 오페라 가수였어서
아웃트로에 오페라가 재생됐음ㅜ
Evermore 테마에 부합하는 분위기 속 이끼로 뒤덮인 피아노 앞에 앉아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콘서트를 쉬었던 지난 5년 동안 발매한 앨범들과 에라스 투어를 하게 된 이야기를 한 후에
슬픈 이별 곡인 Champagne Problem을 부르기 시작함
하이라이트는 브릿지의 "What a same she's fucked in the head, they said"파트.
사실 이 노래는 브릿지 전체가 떼창에 최적화되어있는데
3년 전의 인터뷰에서 테일러가 저 파트를 팬들과 함께 부르고 싶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서 특히 팬들 사이에서 더 열정적으로 떼창되는 파트임.
이 노래가 끝나면 보통 3~5분 동안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시간을 가지고 테일러는 이에 감동받아 온몸으로 감사함을 표현함ㅋㅋ
이때 팬 서비스 엄청 해서 웃기고 귀여운 짤 많이 생성됨
LA에서 기립박수 8분 동안 받아서 화제 된 적도 있었는데 일단은 그게 최고기록임ㅋㅋ
다음 곡은 Tolerate it인데 완전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였음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소개되고 노래의 인트로를 연주하는 동안, 테일러는 노래 주제에 맞춰 저녁 식사 테이블을 세팅하기 시작함
이 노래는 상대방으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일방적인 관계에서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 주제의 노래임
상대방과 마주 앉아 노래를 부르던 중
후반부에서는 세팅한 테이블의 물건들을 다 던져버리며 축하받아야 할 사랑을 견뎌내고만 있는 상대방에게 느끼는 답답함과 고통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는데 완전 몰입되더라...
이렇게 evermore의 시대가 마무리됨
어둠 속에서 거대한 뱀의 등장은 Reputation 시대의 시작을 명확하게 알리는 수단이었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Ready for it의 비트에 맞춰 테일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진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강렬한 인트로였음
Ready for it은 Reputation 시대를 여는 오프닝 곡으로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해
사방에서 뱀이 등장하는 비주얼 효과때문에 더 몰입됐고
드럼사운드도 좋았음
곧바로 Delicate가 시작됨
이 곡은 지난번 투어 때부터 팬들이 다 같이 외치는 일종의 응원법(?)이 존재함
벌스 1이 시작되기 전 타이밍에 다 같이 "1,2,3 Let's go B-"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테일러 역시 팬들이 저 구호를 외치는 걸 알고 있고 본인이 카운트를 세면서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더라
이번 투어에서의 Delicate 무대는 시각적 디테일을 확실하게 살려서 재밌었음
테일러가 중앙 무대를 한 바퀴 돌면서 발을 세게 딛는 곳마다 땅이 번개 모양으로 금이 가고 브릿지에 강렬하게 팡 터져나가는데
금방 부서질 수 있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한 관계에 대한 감정을 담은 Delicate의 내용과 잘 어울렸음
Don't Blame Me는 진짜 모든게 너무 완벽해
특히 후반부에 고음 파트가 ㄹㅇ ㄹㅇ 찐이야
그리고 저 천장 뚫는 조명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줬음ㅋㅋㅋㅋ
Don't Blame Me에서 Look What You Made Me Do로 자연스럽게 트랜지션이 됨
노래 시작부터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음
스크린에 수많은 올드 테일러들이 유리관 속에 갇혀있고 "올드 테일러는 죽었다"라는 구절이 울려 퍼질 때 한 번에 소멸되는데
생각할수록 저 가사 되게 아이코닉 한 것 같음ㅋㅋ 그리고 편곡도 되게 맘에 들었음. 더 신나는 느낌
Reputation 시대가 끝나고 뱀이 스크린 끝으로 승천하며 Speak Now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데 저거 뱀 되게 귀엽지 않아? 한껏 신나게 놀다가 녹초돼서 터덜터덜 귀가하는 것 같음ㅋㅋㅋ
이 순간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테일러가 걸어 나와 보라색 꽃밭에서 Enchanted를 부르기 시작함
중앙 스테이지 위에서 브릿지를 부르는 테일러와 그 주위를 둘러싼 댄서들의 분위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 무대 영상이 바이럴 엄청 많이 탔음
덕분에 발매한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많이 되고 있더라
Speak Now 시대는 한 곡밖에 안 불러서 아쉬워하는 팬들이 엄청 많았는데 7월 7일에 스픽나우 재녹음 앨범이 나온 기념으로 셋 리스트에 스픽나우 수록곡인 Long Live를 추가해서 좋았음
짧았던 Speak Now 시대가 마무리되고
한 댄서가 빨간 박스를 끌고 나와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박스를 열고 닫을 때마다 Red 앨범의 곡이 순차적으로 재생됨
첫 번째로는 State of Grace
두 번째로는 Holy Ground
세 번째로는 Red가 흘러나오고
마지막 네 번째에서는 빨간 풍선들이 날아감
인트로 진짜 잘뽑았어ㅋㅋ 노래 하나씩 재생될 때마다 red 앨범 처음 들을 때 생각남 완전 추억
10년 전 22 뮤직비디오의 의상을 입은 테일러가 등장해 22를 부르며, 댄서들과 함께 즐거운 파티 분위기에서 즐김.
다 같이 방방 뛰면서 불러서 뮤비 생각도 나고 여러모로 red 시대도 옛날 추억 되게 많이 되살려줌ㅜㅜ
그리고 22를 부르는 중간에 테일러는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미리 선택해둔 관중 한 명에게 씌워주는 이벤트가 있는데 이거 받는 사람 되게 부러워
대부분 어린 아기들이 받아 가던데 어릴 때 이런 경험도 해보고.. 평생 기억에 남았음 좋겠다
바로 옷 갈아입고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를 부름
이 무대는 코러스 부분에 x자 표시하는 귀여운 안무가 포인트 같은데 은근 중독성 있어. 가사처럼 다시 만날 일은 없다고 강력하게 표현하는 건가 싶었음ㅋㅋㅋㅋㅋ 그리고 브릿지 Like, ever 파트 댄서한테 마이크 넘겨서 대신 부르게 하는 것도 유쾌했음
I Knew You Were Trouble은 무대 연출이 돋보였음
스모크 머신과 빨간 레이저 같은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무대를 완전 화려하게 꾸몄는데 진짜 대박적임
잠시 어두워진 무대에 긴 코트를 걸치고 기타를 들고 돌아온 테일러는 팬들에게 재녹음 서포트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스피치를 함
그리고 관중들에게 10분의 여유가 있다면 한 곡 더 불러주겠다며 All Too Well 10분 버전을 부르기 시작함
(아 그리고 피비 브리저스가 투어 오프닝 게스트로 선 날엔 All Too Well 부르기 전에 Nothing New를 같이 불렀었음)
All Too Well은 조명이랑 소품을 잘 활용한 무대였음
가을 낙엽이 제자리를 찾아 떨어진다는 가사에 맞춰 테일러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낙엽과, 첫눈이 등장하는 가사에 맞춰 무대에서도 눈이 내리는 연출이 있었고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여 테일러의 감정 표현에 몰입할 수 있었던 10분이었음
Red 시대가 마무리되고 댄서들이 등장하여 Wildest Dreams / Seven 가사를 낭송하는 테일러의 목소리에 맞춰 춤을 추다가 보름달과 함께 숲속의 오두막이 등장하며 Folklore의 시대가 열림
오두막집 지붕 위에서 the 1을 부르는데 편안하고 가벼운 분위기가 넘 좋았음
(원래는 고정된 셋 리스트에 Invisible string이 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이젠 the 1으로 변경됨)
그리고 2절의 'take her home' 부분에서 음을 약간 다르게 부르는데 팬들이 좋아해서 계속 이렇게 부르더라ㅋㅋ
the 1을 마치고 안전벨트를 푼 후 지붕에서 내려와 기타를 매고 다음 곡 Betty에 대해 소개함
(Betty는 테일러가 팬데믹 시절에 Folklore 앨범을 만들면서 여러 캐릭터를 생성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수록곡 3곡과 연결했는데, 그중 하나인 곡)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데 뭔가 옛날 컨트리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음..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하다가
후반부에 기타를 내려놓고 백업 싱어, 밴드 멤버들과 나란히 앉아 노래를 부르는데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음
다음 곡 the last great american dynasty은 테일러의 실제 거주지 중 하나인 로드아일랜드 해변가에 위치한 저택 Holiday House의 이전 소유주인 레베카 하크니스에 관한 이야기임.
테일러가 당시 도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 중 하나였던 레베카 하크니스와 자신과의 공통된 점을 느끼고 레베카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노래를 썼음.
무대 연출도 이와 비슷하게 꾸밈
1,2절에서 레베카 역을 맡은 댄서가 화려하게 춤을 추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다가 후반부 파트에서 테일러가 레베카의 삶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삶을 즐기며 마무리하는데
노래 가사와 내용을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무대였음
무수한 빛의 물결이 해변의 잔잔한 파도처럼 차분하게 밀려오며 스크린 전체를 감싸고,
그 속에서 여름 바다의 공기가 느껴지는 August를 부름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마치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이 된 것 같은 꿈을 꾸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딱 august 화자의 상황 같았음
그리고 중간에 무대를 가로지르며 달리기하는 구간이 있는데 너무 가장자리까지 뛰어서 좀 아찔했음ㅋㅋㅋㅋ
이러한 꿈도 잠시, 8월의 아름다운 빛의 물결은 와인 한 병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림.
스크린은 완전히 흑백으로 변하며 illicit affairs의 브릿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짐.
브릿지에서 "넌 내게 다른 사람과 있을 땐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줬잖아"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색깔이 이제 다 사라져버림ㅠㅠ
관계가 무너져서 화자는 어떤 색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야...
금지된 사랑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는 것 같은 슬픈 순간이었음
락 버전으로 편곡했는데 갠적으로 스튜디오 버전보다 더 몰입되고 좋았어
다음 곡 My Tears Ricochet는 곡의 주제에 어울리게 장례식 콘셉트로 무대를 구성했음. 스크린에는 묘지가 배경으로 나타나며, 무대에는 검은 옷을 입은 댄서들이 등장하여 장례 행진을 시작함.
그리고 VCR을 통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
전함이 파도 속으로 침몰하는 모습,
소용돌이치는 바다와 회전하는 눈동자와 같은 연출로 절망적인 상황과 방향을 잃은 듯한 어려움, 그리고 무력감을 표현했음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브릿지 파트에서 주저앉아 복수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감정을 담아 부를 때였는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낀 감정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었음
folklore 시대의 마지막 곡 Cardigan은
수많은 반딧불이가 숲과 오두막을 환하게 비추는 분위기가 진짜 예쁜데 이 곡도 콘서트 필름에서 제외됐더라고ㅜㅜ 잔잔한 노래라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아쉬워
숲속의 오두막집이 서서히 사라짐과 동시에 스크린엔 약 1분 동안 스카이라인이 구축되고 분위기는 도시적으로 바뀌며, 이때 세련된 비트의 Style과 함께 댄서들과 테일러가 등장하여 1989 시대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림.
음악적 스타일과 댄서들의 아웃핏을 봤을 때
레트로적인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느낌도 나는 게 딱 1989 시대를 표현하는 오프닝 곡과 어울리는 셋 리스트였음
이 노래랑 캣워킹은 떼어놓을 수 없는데ㅋㅋㅋ 코러스 파트에서 댄서랑 비트에 맞춰 걷는데 쾌감 미쳤음 완전 런웨이장인줄
그리고 중간중간 유쾌한 안무까지 추가했는데 귀여웠음 반응도 좋았고.
Take me home 고음도 완전 깔끔하게 잘함
그다음 곡은 Blank Space
인트로부터 표정으로 관중들 사로잡는데 진짜 매력적이야..
노래 시작될 때 리프트가 올라가는데 스크린에 사전녹화된 6명의 테일러들이 각각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서 춤을 춤. 나름의 안무도 있더라고ㅋㅋㅋㅋ 사전에 저거 하나하나 촬영했을 거 생각하니 웃음 나옴ㅋㅋㅋ 비하인드 보여줬으면 좋겠다
벌스 2에선 댄서들이 네온 자전거를 타고 스테이지를 돌고, 브릿지에선 네온 골프채로 자동차를 부수는데 전체적으로 뮤비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었음
아 그리고 무대하는 내내 은은하게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푸른빛 조명이 너무 예뻤음
이어서 Shake It Off는 러브 스토리와 함께 앞으로 투어 하는 동안 셋 리스트에서 절대 안 빠질 것 같음
완전 콘서트에 최적화된 노래이기도 하고 테일러 대표 곡 중 하나라서ㅋㅋ
그냥 듣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고 춤추게 만드는 최고의 노래임
다음 곡 Wildest Dreams는 앞의 신나는 곡들과는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함
브릿지 부분에서 감정이 점점 고조되다 휘몰아치는데 Burning it down 가사에 맞춰 모든 걸 다 태워버리는 스크린 비주얼과의 조화가 좋았음
벌스 1 - 코러스 - 브릿지로 구성해서 짧았지만 인상 깊었던 퍼포먼스였음
이 곡도 콘서트 필름에 안 실려서 아쉽ㅜㅜㅜㅜㅜ 스크린 비주얼이 되게 이뻤는데
Wildest dreams에서 Bad Blood로 자연스럽게 곡이 전환되면서
좀 더 본격적인 화려한 퍼포먼스가 시작됨
불기둥 특수효과를 활용해 스타디움을 열기로 가득 채우는데 완전 대박 압도적이야
또 스크린에선 앞서 등장했었던 Lover 하우스와 유사한 모양의 집이 가차 없이 불태워져 잿더미가 되어버리는데
무언가의 흔적을 완전히 없앤다는 건 어떤 것의 끝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잖아
기존의 공간에서 벗어나 더 넓고 새로운 공간으로 도약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음
다음은 어쿠스틱 세트 구간인데
콘서트의 재미를 한층 더 향상시키는 순간임ㅋㅋ
왜냐면 여기서 테일러는 기타로 1곡, 피아노로 1곡 부르는데 랜덤으로 부르기 때문.
이 부분에서 테일러의 특별한 룰이 있는데
1. 이미 부른 노래는 다시 부르지 않는다. (해당 콘서트 기준)
2. 하지만 테일러가 노래 부를 때 실수하면 다음에 중복으로 또 부를 수도 있다.
3. Midnights 앨범은 최신 앨범이기 때문에 중복으로 부를 수 있다.
이런 재밌는 규칙들 때문에 콘서트에 간 사람들뿐만 아니라 집에서 중계로 시청하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최애곡을 라이브로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이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음ㅋㅋ
어쿠스틱 세트가 끝나고 바닥 스크린 전체에 바다가 넓게 펼쳐지는데 그 속으로 다이빙을 함
이거 처음 봤을 때 갑자기 점프해서 사라지길래 개놀랐잖아
다른 앵글 영상 보니까 아래 푹신한 매트리스 같은 게 있더라고
진짜 재밌을 거 같아서 나도 뛰어보고 싶어..
열심히 헤엄쳐 목적지에 도달한 순간, 강렬한 파도가 공중으로 솟아오르며 하늘을 만들어냄
사다리를 타고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면서 Midnights 시대가 시작됨
첫 곡은 Lavender Haze.
사랑에 빠진 모습을 뜻하는 1950년대 용어인데
무대를 라벤더 빛의 안개와 구름 소품으로 꾸며서 노래 주제와 잘 매치됐음
일단 분위기가 되게 몽환적이었고
라벤더 안개속에서 외부의 것들은 흐릿해지고
모든 제약과 억압에서 벗어나 원하는 사랑을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았음
그리고 미드나잇 era 미감이 진짜 최고야 한 곡 한 곡을 완전 내 취향대로 잘 형상화해서 좋았음
다음 곡 Anti Hero는 한밤중에 잠 못 이루게 했던 불안한 생각들과 자기혐오적 감정들을 솔직하게 대중들에게 공개한 곡인데
스테이지를 거창하게 꾸미기보단 팬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느낌으로 진행돼서 더 좋았음
공연장이 커서 잘 안 보이는 시야도 있단 말야. 1절과 2절 부를 때 양 사이드 돌아다니며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 손을 흔들면서 환하게 웃어주는데 진짜 감동임
그다음에 중앙으로 와서 브릿지 부르며 마무리하는데 브릿지 생라이브 보컬도 넘 좋았음
다음 곡은 Midnight Rain
실제 비가 내리는 듯한 연출로 몰입감을 높이면서 시작됨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관계가 틀어지고 결국엔 각자 다른 길을 향하게 됐지만 비 내리는 한밤 중 그 시절의 관계를 회상하면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서서히 과거를 흘려보내는 듯한 감성적인 무대였음
중간에 코러스 파트에서 우산 속으로 사라진 뒤 10초 만에 아웃핏 교체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음
Vigilante shit
그냥 와..와.. 이러면서 보게 되는..ㅋㅋ
Bejeweled는 내가 가는 곳을 다 빛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제스처가 너무 좋았음
온 무대도 보석으로 빛나고 조명도 화려해서 환상적이었음
아 그리고 작년에 미드나잇 앨범 발매될 때 Bejeweled 챌린지라고 손 반짝거리는 안무가 팬들 사이에서 유행 탔었는데 이번 콘서트에서 그 챌린지 따라 해줘서 재밌었음(그 챌린지 만든 사람 투어에 초대도 해줬더라ㅋㅋ)
개인적으로 이 노래랑 퍼포먼스 너무좋아함
Mastermind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우연인 척 발생한 일들이 실제로는 내가 다 설계한 것이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게 팬들과의 관계로 생각해봐도 어울리거든
그동안 테일러가 이스터에그를 많이 심어놓고 팬들이 이를 분석하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잖아
이 이야기를 귀엽게 노래로 풀어낸 것 같아서 정말 좋았음
그리고 브릿지 파트에서
널 좋아하기 때문에 솔직해지고 싶었다는 고백도 너무 감동인 포인트였고
무대 구성도 좋았던게 바닥 스크린을 통해 체스판을 연상시키는 효과와 댄서들이 마치 체스 말처럼 테일러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이 노래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나타냈다고 생각이 들어
드디어 마지막 곡인 Karma
이번 콘서트로 인해 테일러가 왜 아직까지 정상에 머물러 있는지를 완벽하게 느끼게 해주었고
테일러의 음악 커리어에 대한 열정을 담은 노력이 이 콘서트를 통해 빛을 발한 것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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