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사인검 글 쓴 사람임.
사인검 알아보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이상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원작도 또 보고 하다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보겠삼.
1. 이상은 누구인가?
이상의 작품 <날개>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로 알려져 있음.
본명은 '김해경' 이고 필명이자 자로 '이상', '하융' 등을 썼음.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게 왜 작가 본인의 이름이 캐릭터명이 되었는가?' 하면
<날개>라는 작품이 애초에 이상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소설' 이기 때문.
2. 어떻게 그게 자전소설임
이상은 젊었을 때 기생이었던 '연심이'aka 금홍과 만나서
둘이 다방도 차리고 해피한 삶을 살려고 했었음.
근데 연심이가 자꾸 외박하고 바람피우고 하니까
"옛날 버릇 못고쳤노" 이런 소리 했더니 이상을 개패버리고 집을 나가버렸음.
그렇게 다방도 망했다.
그런 동거 경험과 감정을 삼아 만든 소설이 <날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첫 문장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연심'은 게임 속에선 이상이 처음으로 만든 거울에 붙힌 이름이 되었음.
3. 그게 자전소설이면 왜 스스로를 '천재'라고 칭함????
Fact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굉장한 알파메일이었다.
170에 달하는 당시로선 준수한 키,
정작 본인은 옷 신경도 안썼는데 만평에서 '스타일리스트' 라고 칭해주고,
한국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가능,
서울대 건축학과의 전신이 되는 학교 졸업, 일본 유학파에
시인, 소설가, 삽화가에 공무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
참고로 삽화가이자 화가로 일할 때 '하융' 이라는 자를 썼었고
같은 구인회 멤버였던 구보(박태원)의 소설 삽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얘 맞음.
그냥 '천재'가 아니라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라는 말을 썼는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상황이 좋지 못했고
당시에는 불치병이나 다름없는 폐 결핵을 앓았기 때문이다.
재능은 있되 그 뜻을 못펼치는 자신의 상황을 비유한 셈.
4. 구인회는 뭐임
일제강점기 당시 카프(KAPF)라는 예술가 단체가 있었음.
아마 문이과를 막론하고 한번쯤 학교에서 배웠을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그것과 비슷하게 모더니즘 운동이자 일종의 문학 친목단체로서 나왔던게 구인회.
멤버교체는 몇번 있었는데 멤버 9명을 상시 유지해서 구인회다.
게임에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과학집단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냥 문학인들에 대부분이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어서 그렇게 자주 모이지도 못했고
친일파로 전향하는 등 행보가 좋지 않은 사람도 있고
활동기간도 3~4년 밖에 되지 않지만
멤버가 워낙 GOAT 그 자체여서 회자된다.
게임에서도 나왔고 학창시절 들어봤을 멤버를 몇 명 정도만 뽑아보자면
이 글의 주인공인 이상
<날개>, <오감도>(그 에고 맞는데 한자는 좀 다름), <거울>(그 거울 맞음)
'영지'라는 자를 썼던 정지용
<유리창>(그 유리창 맞음), <향수>
'구보'라는 자를 썼던 박태원
<천변풍경>, <방란장 주인>
<방란장 주인>은 특이하게도 5천자가 넘는 소설 하나가 한 문장임
'동랑'이라는 자를 썼던 유치진
<토막> (삼조 나옴), <소> (누렁이 나옴)
그리고 유독 이상과 친했으며
"K메스가키순애펨돔알싸한공감각적대머꼴야외야스(미수)" <동백꽃>
의 작가 김유정이 있다.
5. "캬, 조상님 지린다 작품 좀 봅시다"
: 거 잡설은 됐고, 이상 작품이나 좀 가져와보쇼.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 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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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가정> |
방거죽에극한이와닿았다. 극한이방속을넘본다. 방안은견딘다. 나는독서의뜻과함께힘이든다. 화로를꽉쥐고집의집중을잡아땡기면유리창이움푹해지면서극한이흑처럼방을누른다. 참다못하여화로는식고차갑기때문에나는적당스러운방안에서쩔쩔맨다. 어느바다에호수가미나보다. 잘다져진방바닥에서어머니가생기고어머니는내아픈데에서화로를떼어가지고부엌으로나가신다. 나는겨우폭동을기억하는데내게서는억지로가지가돋는다.두팔을벌리고유리창을가로막으면빨래방맹이가내등의더러운의상을뚜들긴다. 극한을걸커미는어머니―기적이다. 기침약처럼따끈따끈한화로를한아름담아가지고내체온위에올라서면독서는겁이나서곤두박질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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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화로> |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1111111111ㆍ 222222222ㆍ1 33333333ㆍ22 4444444ㆍ333 555555ㆍ4444 66666ㆍ55555 7777ㆍ666666 888ㆍ7777777 99ㆍ88888888 0ㆍ999999999 ㆍ0000000000 진단 0 : 1 26.10.1931 이상 책임의사 이 상 |
이상, <오감도 시제 4호> |
저사내어머니의얼굴은박색임에틀림이없겠지만저사내아버지의얼굴은잘생겼을것임에틀림이없다고함은저사내아버지는워낙은부자였던것인데저사내어머니를취한후로는급작히가난든것임에틀림없다고생각되기때문이거니와참으로아해라고하는것은아버지보담도어머니를더닮는다는것은그무슨얼굴을말하는것이아니라성행을말하는것이지만저사내얼굴을보면저사내는나면서이후대체웃어본적이있었느냐고생각될이만큼험상궂은얼굴이라는점으로보아저사내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자라났기때문에그럴것이라고생각되지만저사내아버지는웃기도하고하였을것임에는틀림이없을것이지만대체로아해라고하는것은곧잘무엇이나숭내내는성질이있음에도불구하고저사내가조금도웃을줄을모르는것같은얼굴만을하고있는것으로본다면저사내아버지는해외를유랑하여저사내가제법사람구실을하는저사내로장성한후로도아직돌아오지아니하던것임에틀림이없다고생각되기때문에또그렇다면서사내어머니는대체어떻게그날그날을먹고살아왔느냐하는것이문제가될것은물론이지만어쨌든간에저사내어머니는배고팠을것임에틀림없으므로배고픈얼굴을하였을것임에틀림없는데귀여운외톨자식인지라저사내만은무슨일이있든간에배고프지않도록하여서길러낼것임에틀림없을것이지만아뭏든아해라고하는것은어머니를가장의지하는것인즉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저것이정말로마땅스런얼굴이구나하고믿어버리고선어머니의얼굴만을열심으로숭내낸것임에틀림없는것이어서그것이지금은입에다금니를박은신분과시절이되었으면서도이젠어쩔수도없을이만큼굳어버리고만것이나아닐까고생각되는것은무리도없는일인데그것은그렇다하더라도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저험상궂은배고픈얼굴은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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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얼굴> 中 |
: 뭐야씨발!!!! 띄어쓰기도 없고 정병 농도 200% 정박아새끼가 쓴 글같잖아 이게 뭐야!!!!!!!!
그렇다. 이상의 작품은 생각없이 보면 '이새끼 순수 농도 100% 정공아님?' 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난해하고 좆같기로 유명하다.
당시에 한자를 많이 쓴건 그렇다고 해도
띄어쓰기까지 '일부러' 안했다.
심지어 숫자만 주구장창 써놓은것도 있다.
: 그럼 당시에는 이게 트렌드 였던거임???????????
아니다.
당시에도 '대체 뭔 소리인지를 알아쳐먹질 못하겠다' 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몇몇 독자는 '작가를 패죽여야한다.', '이딴 글 실을거면 신문사 접어라 씨발' 등 투고문도 올렸다
세상 서러웠던 이상은 작가의 말을 남기고 결국 연재 중단을 해버린다.
웨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년씩 떠러저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빠지게 놀고만 지내든 일도 좀 뉘우쳐보아야 아니 하느냐. 열 아문개 쯤 써 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이천점에서 삼십점을 고르는데 땀을 흘렸다. 삼십일년, 삽십이년 일에서 용 대가리를 떡 끄내여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 꼬랑지 커녕 쥐꼬랑지도 못 달고 그만두니 서운하다. 깜빡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버린 것도 실수지만 이태준, 박태원 두 형이 끔찍이도 편을 들어준데는 절한다. 철(鐵) - 이것은 새 길의 암시요, 앞으로 제 아모에게도 굴하지 않겠지만 호령하여도 에코 - 가 없는 무인지경은 딱하다. 다시는 이런 - 물론 다시는 무슨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고 우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딴은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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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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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글 2천개 쓴거 고민해서 겨우 30개 추려낸건데, 이게 니들이 맨날 쳐 쓰는 보고서인줄 아나 씹새들이
물론 모든 이상의 작품이 읽기가 복잡하고 어려운건 아니지만
날개 정도만 읽고 다른 작품 읽었다가는 '미친새낀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해석본이 따로 돌아다니겠음
사실 이런 어려움이 있는 이유가 있는데
이상이 작가로서 집필한 것들은
'아방가르드하고 다다이즘 적'이기 때문이다.
: 아방가르드니 다다이즘이니 지만 아는 소리 하네
그래서 알려주겠다.
5-1. '아방가르드'는 뭐임????
영어로하면 vanguard (선봉대)
기존에 있던 '정석'이라고 할수있는 틀을 부수고
지맘대로 개척해나간다고 선봉대라고 부르는거
5-2. '다다이즘'은 또 뭐임????????
새벽에 갤러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직접 볼수도 있다.
유아퇴행해버린 롭뷰뷰뷰이들
땨땨만 외치기 시작해버렸다.
땨땨->따따->다다->DADA
DADAism
다다이즘.
ㄹㅇ 애새끼마냥 따따 거린다고해서 다다이즘임
유아처럼 보일정도로 의미없는 글을 쓰는게 다다이즘이다.
5-3. 그럼 다 합치면....????????
'기존 방식을 부수고 의식의 흐름대로 주저리주저리 쓴 작품'
그래서 이상의 작품들은 해석이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원래 있던 전통적인 양식을 부수고, 그걸 또 비 이성적이게 늘려써놨으니
모르고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미친새끼인가' 싶게 만드는건 당연한 노릇이었던거임.
6. 마치며
지금이야 수능에 단골로 등장한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지만
생전 이상은 지금만큼 저명한 작가는 아니었음
게다가 위 사실을 알고봐도 이상의 작품은 어렵다
하지만 시가 유독 그런게 많은거고
소설같은 장문글은 생각보다 읽기도 좋고
현대말로 옮기며 문장구조도 잡아둬서 읽기 편하게 해둔게 많으니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틀린 이야기가 있다면 말해주삼
수정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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