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엘갤러님들 안녕하세여.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 것 같은데,
반말로 쓸까 존댓말로 쓸까 고민을 좀 하다가 존댓말로 써봅니다.
워낙 반말이 편하실 터인지라 존댓말이 불편하실 수도 있고
주저리주저리 뭐 이것저것 제 이야기하는 게 조또 재미없을 수도 있으실 텐데
그러신 분들은 그냥 뒤로가기 눌러주셔도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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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에 조금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의지와 노력으로 이겨내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들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술도 좀 많이 마시고 방에 틀어박혀 있고 뭐 그랬습니다.
많이 힘들어하던 저에게 평소 좋아하던 음악이라도 들어보라고 어머니께서 사다주신 게 올인원 턴테이블이었습니다.
턴테이블도 되고 CD 플레이어도 되고 카세트 플레이어도 되고 블루투스 연결도 되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위 사진 오른쪽에 나와있는 저건데, 나름 17만원 정도 하는 육징징과 맞먹는 고가의(?) 모델입니다. 사진 아래 콘에 나와있는 모델이랑 같아요ㅋ
비록 지금은 처분했지만 빨간 바늘이고 뭐고를 떠나서 제 우울함을 조금이라도 낫게 해주시려고 저걸 사셨을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가끔 슬퍼지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엔 거들떠도 안 봤습니다.
방 한구석에서 먼지만 먹고 있었는데, 제일 친한 친구가 힘내라고 생일선물로 LP 두 장을 사줬습니다.
AC/DC의 <Highway To Hell>과 퀸의 <Queen II>였습니다.
둘 다 제가 좋아하는 밴드라 골랐다고 하더라구요.
한 두 달 쯤 지나서였나, 어쩌다가 한 번 판을 올려봤는데 참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우울해지지도 않고… 멍하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열심히 판을 모으기 시작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사람도 안 만나던 터라, 모아둔 돈도 꽤 있었고..
진짜 하루종일 온라인으로 판 사고 음악만 들은 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 강의 끝나고 오면 자취방 앞에 와 있는 택배박스 뜯어보고 음악 듣고... 그게 올해 1학기의 루틴이었던 것 같아요.
가끔은 학교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대전으로 디깅도 하러 가고... 그랬습니다. 눈탱이도 많이 맞았지만요(판은 그냥 온라인으로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저찌 흘러들어 여기도 들어오게 되었고, 일체형 턴이 판에 안 좋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기변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DP-300F를 샀었는데, 곡선 톤암이 예뻐 보여서 DP400으로 정착하게 됐습니다.
근데 요즘은 테크닉스 뽐뿌가 오네요ㅋ
아무튼 그렇게 한 장 한 장 모은 게 벌써 100장 정도가 됐네요.
이제 수납장에 자리가 없어서 양 옆에 세워둘 지경이 됐습니다 ㅎㅎ
락이랑 재즈를 좋아해서 주로 락, 재즈 위주로 모았습니다. 국내 가요도 조금 있고요.
음악의 힘으로 치유받으며(?) 병원도 열심히 다니다보니 우울한 것도 많이 나아졌고, 요즘은 마냥 행복하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훨씬 기쁘게 즐거운 판질 생활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덕도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마샬 쓴다고 뭐라고 하실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 너무 뭐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마샬 예쁘잖아요.
처음에는 리이슈반만 모았었는데,
요즘은 초반 모으는 데에도 맛을 좀 들여서 초반/재반도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유럽반이랑 미국반이 너무 비싸면 일본반 쪽으로...
평가가 괜찮으면 국내 라이센스반도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특히 에립 클랩튼 Unplugged랑 너바나 라이센스반은 퀄리티가 꽤 괜찮더라구요. 강추합니다.
올해 모은 걸 탑스터로 정리해 봤습니다.
꽤나 많죠?
뿌듯하네요...
사실 아직 더 사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둔 판만 해도 거의 몇십 장인데,
지갑이 얇아져서 통 사지를 못하고 있네요.
일단 지금 프랭크 오션 블론드랑 건즈 앤 로지스 1집, 허회경 Memoirs 이렇게 세 장 주문해놓은 상태입니다.
블론드는 중간에 많이 찌그러져서 온다는데 주문하신 분들 다들 양품 받으시길 바라욧.
아, 그리고 이제 졸업을 해서 본가 거실에 턴테이블이랑 스피커를 옮겨 놓았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으니 꽤 괜찮더라구요.
촛불도 켜놓고 찍으면 꽤 예쁜데 초가 다 녹아서 초를 못 켰네요.
레고 재즈 쿼텟도 놓고.. 나름 괜찮죠?
저 무드등 켜놓고 재즈 틀어놓으면 쟤네들이 공연하는 느낌 들어서 여간 괜찮습니다.
특히 저 조명... 샴페인 슈퍼노바 틀어놓고 켜면 꽤나 몽환적이고 좋습디다.
아, 그리고 탑스터 만들 때 빼먹었거나 이미지 검색했을 때 아트워크 안 나오는 앨범들끼리 따로 사진 찍어봤습니다.
산울림 전집 모으는 게 꿈인데, 돈이 없어서 그힛으로 만족하는 중입니다.
아직은 그힛 세 장하고 2집 초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다 모으리...
재니스 조플린 솔로 정규 1집하고 아이묭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도 사야 하는데 말이죠. 사야 할 게 자꾸 늘어만 가네요.
특히 아이묭 판은 가격이 왜 점점 올라가는겨?
이제 올해의 추천작(이라고 쓰고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앨범) 몇 개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빌 에반스, 토니 베넷 - <The Tony Bennett Bill Evans Album>(1975 미국 초반) : 토니 베넷 목소리 + 빌 에반스 조합은 ㄹㅇ 사기입니다. 꼭 사시길 권해드려요...
너바나 - <Nevermind>(1992 국내 라이센스반) : 라이센스라고는 믿기지 않는 뛰어난 음질, 특히 Quiex II 투명 갈색 희귀반이라 더 소중해요... 전곡이 명곡입니다
AC/DC - <Back In Black>(1980 일본 초반) : 자켓은 미국에서, 알판은 일본에서 생산돼서 자켓과 알판의 일련번호가 다르다는 TMI가 있습니닷. 눈물나게 좋은 사운드 ㅠㅠ 사실 미국 초반을 구하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꿩 대신 닭으로 일본 초반을 구하게 됐습니다
에릭 클랩튼 - <Unplugged>(1992 국내 라이센스반) : 말하면 입만 아픈 그의 기타 연주... 특히 Tears In Heaven 아주 심금을 울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AC/DC의 'You Shook Me All Night Long' 올려봅니다.
기타 솔로 뒤@지게 좋으니까 한 번쯤 들어보시길...
아무쪼록 모든 엘갤러 여러분 모두 내년에는 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올해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은 다 훌훌 털어 버리시구요.
내년에는 들숨에 재력, 날숨에 LP 얻으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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