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기술이 있다면 바로 와이파이일 것이다. 핸드폰 데이터 요금 나오는 거 보면 느려터진 공공 와이파이라도 그리워질 때가 온다.
이 와이파이에 쓰이는 기초 기술을 개발한 인물이 할리우드에서 나왔다면 믿어지겠는가? 게다가 그 사람이 꽤 유명한 여배우였다면?
이번 정성글의 주인공 헤디 러마(Hedy Lamarr)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다 유대인 혈통이었는데, 아버지쪽이 은행가라서 어린 시절부터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2가지에 관심을 보였는데, 하나는 연기였고, 하나는 공학 기술이었다.
헤디 러마는 1933년에 불과 18살 나이로 33세의 유대인 무기상인 프리드리히 만들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않아 파국을 맞이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헤디 러마가 결혼하기 직전에 오스트리아에서 <엑스터시>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그 영화에서 그녀는 세계 최초로 올누드 + 오르가슴 연기를 하게 된다.
헤디 러마 본인은 "내가 각본도 안 보고 급하게 계약한 거고, 누드신 찍는다고 할 때 저항했는데 돈 물어내라는 협박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만들은 믿지 않았다.
이후로 프리드리히 만들은 그녀의 배우 생활에 훼방을 놓게 되고, 헤디 러마는 남편에게서 도망쳐 프랑스 파리로 가버린다. 여기에는 프리드리히 만들이 유대인 + 나치라는 혼종인 탓도 있었다.(실제로 무솔리니, 히틀러 정권과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 결혼 생활동안 러마는 남편의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발명가로서 자질이 충만했던 그녀는 부족했던 응용과학 분야를 귀동냥으로 배우게 되었다.
여차저차해서 미국까지 건너간 그녀는 빼어난 미모로 MGM 사장인 루이 B. 메이어의 눈에 띄어 스카웃된다.
주급 500$에 스카웃된 그녀는 MGM에 의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문구로 홍보되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데뷔하자마자 "미모로 모든 관객들의 숨을 멎게 했다."
미국 무대에서 헤디 러마는 여러 차례 영화에 출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유명 인사가 되었다. 특히 1949년 영화인 <삼손과 데릴라>는 그녀 인생 최고의 영화로 손꼽힐 정도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녀가 와이파이의 기초 기술을 개발한 건 미국 데뷔 몇 년 뒤에 발생한 2차 세계 대전 때문이었다.
이 당시 대서양에선 독일 잠수함 유보트가 닥치는대로 영국행 배들을 격침시키고 있었다. 헤디 러마 또한 태생이 오스트리아 사람이라 그랬는지 유럽의 전쟁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으로 가던 수송선이 유보트의 공격으로 침몰해 그 안에 타고 있던 어린이 수십명이 죽는 대참사가 터졌다. 헤디 러마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술력을 이용해 연합국을 도우려 했다.
그녀가 관심을 가졌던 건 어뢰 기술이었다. 그 당시 어뢰는 한 번 발사되면 방향을 수정할 수 없었는데, 헤디 러마는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무선 전파를 이용해 원격조종되는 어뢰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론과 별개로 이걸 어떻게 만드느냐가 핵심 포인트였는데, 헤디 러마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알고 지내던 피아니스트 조지 앤틸의 집에서 피아노를 보게 되었다.
이 당시 피아노에는 "피아노 롤"이라 불리는 자동 연주기가 있었다. 피아노 롤은 악보에 맞춰 구멍을 뚫은 판이 돌아가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기계인데, 그녀는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어뢰를 향해 발사되는 전파의 주파수를 암호화한 뒤 이걸 여러차례 바꾸면서 통신을 유지한다면 적군에 의해 방해전파를 받는 일도 없으니 어뢰의 방향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실제 헤디 러마의 주파수 도약 기술 특허장)
그녀는 이 기술을 개발한 뒤 미국 정부에 특허를 신청하고 기술을 양도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램과 달리 미 해군은 이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실패한다. 어뢰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장치를 소형화하는 게 필요한데 여기서 일이 안 풀렸던 것.
결국 헤디 러마의 기술이 2차 대전 때 쓰이진 않았고, 이후 그녀의 배우 경력도 내리막길을 타면서 잊혀지나 싶었지만.... 1960년대에 다시 이 기술이 빛을 보게된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이 기술이 발굴되면서 미군의 전략 방위 위성 체계인 밀스타(Milstar)에 그녀의 기술이 쓰인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2000년대부터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에 쓰이는 CDMA 기술이 헤디 러마의 기술을 응용하여 개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녀는 1990년대에 이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발명가 협회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그리고 2017년에 헤디 러마의 생애를 다룬 영화 <밤쉘>이 개봉하여 유명해졌다.
참고로 그녀는 발명가로서 물에 타면 탄산수가 되는 고체 젤리, 신호등 체계 변환 기술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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