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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스압주의) 크림 반도의 독립이 정당한 이유

포르쉐티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5 07:00:01
조회 7890 추천 156 댓글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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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굴곡이 없는 해안선을 가진 흑해에서 눈에 띄게도 툭 튀어나와 있는 지 지역은, 반도라는 이름이 어올리지 않게 육지와 연결된 부분이 매우 적어 사실상 섬에 가깝다.


크림 반도는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며, 이에 대한 논쟁도 매우 뜨거운 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크림 반도는 누구의 땅일까?





먼저 이 기나긴 논쟁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크림 반도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크림 반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정교회의 역사에서 모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단 크림 반도의 중북부는 10세기 중엽 키예프 루스가 고트족을 몰아내고 차지했는데, 이 과정에서 루스와 반도의 남부를 다스리고 있던 동로마 제국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교류의 물꼬가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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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가는 빠르게 가까워졌고, 이는 989년 키예프 루스의 대공이자 명군 중 하나로 존경받는 블로디미르 1세가 동로마 황제의 딸과 결혼을 기점으로, 기존까지 숭배하던 슬라브 신화를 혁파하고 국교를 정교회로 정한 것에서 극대화되었다. 정교회가 이후로도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3국의 정체성을 결정짓고 슬라브 민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블로디미르 1세는 세바스토폴 북쪽의 케르소네소스(Chersonesos)에서 혼인과 동시에 세례를 받고 정교회로 개종한다. 따라서 크림 반도는 소련 건국 이전까지 러시아 정교회의 최중요 성지 중 하나로 취급되었다.

이후 12세기 십자군 전쟁과 몽골 침공이 연달아 터지면서 크림 반도의 기존 지배자였던 동로마와 키예프 루스는 사이좋게 몰락했고, 이후로 반도는 15세기 중반 기준으로 몽골 제국의 후계국 중 하나인 크림 칸국과 이곳에 식민지를 건립한 제노바 공국, 그리고 동로마의 잔존국가쯤 되는 트레비존드 공국 이렇게 3국이 함께 다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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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 동로마의 숨통을 끊은 오스만 제국이 여세를 몰아 1475년 모두 토벌했고, 그 이후부터 약 400년간 크림 반도는 튀르크의 영토로서 남아왔다.


그리고 이 시절 크림 반도에는 흔히 "크림 타타르인"이라고 불리는 민족들이 주로 살았다. 크림 타타르인은 크림 칸국, 즉 몽골 제국의 후손인 일부 몽골인들과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튀르크계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유목민족이었던 이들은 지속적으로 러시아 남부(현 우크라이나 지역)에 쳐들어와 주민들을 노예로 잡고 팔아넘겼다. 즉, 일종의 노예 무역을 한 셈이다.


당연히 러시아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었지만 크림 타타르인에게는 오스만이라는 거대한 뒷배가 있었고, 당시 러시아의 국력도 이들을 막을 정도로 강하지 못했기에 이런 식의 일련의 노예 무역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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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8세기 들어서 오스만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반대로 러시아 제국은 대대적으로 성장했다. 힘을 키운 러시아는 부동항 확보도 하고, 정교회 성지도 수복하고, 마지막으로 흑해에 대한 통제권도 획득할 겸, 1768년부터 1794년까지 오스만과 두 차례의 전쟁(러시아-튀르크 전쟁)을 벌여 크림 반도를 얻어낸다. 이와 동시에 기나긴 크림 타타르인의 노예 무역 역시 종지부를 찍었다.

반도를 넘어 흑해로의 추가적인 확장을 노린 제정 러시아의 욕망은 비록 19세기 중반 벌어진 크림 전쟁으로 산산히 부서졌지만, 크림 반도는 여전히 러시아령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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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17년 혁명이 벌어졌고, 대외적으로 한계에 달해있었던 제국은 여러 조각으로 찢어졌다. 크림 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1917년 크림 타타르의 주도로 크림 반도 전역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일대에 "크림 인민 공화국"을 세웠졌지만 2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멸망한다.

이후 약 5년간 크림 반도는 (여타 러시아 지역이 그랬듯) 크림 타타르, 볼셰베키, 우크라이나인, 독일 제국 등 수많은 세력이 뒤섞여 매일같이 국경선이 바뀌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고, 최종적으로 1921년 소련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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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 시기는 크림 반도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 중 하나였다.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은 상당한 숫자의 사상자를 내며 1942년 크림 반도의 마지막 교두보였던 세바스토폴을 무너트리고 반도 전역을 장악한다.

https://www.wsws.org/en/articles/2016/07/19/tat2-j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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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시기 크림 타타르인들은 나치 독일과의 협력했다. 대표적으로, 1941년 크림 타타르 민족의 지도자였던 Mustecip Ülküsal과 Edige Kirimal은 독일 측 인사들과 접촉해 나치 독일이 대우크라이나인 정책을 짜는 데 협조했다. 또한, 약 2만명 정도의 크림 타타르인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무장세력이 크림 반도에서 친소 파르타잔을 탄압하는데 동원되었다.


이후 독소전쟁이 소련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나치의 부역자를 자처하였던 크림 타타르인의 운명은 좋지 못했다. 이들은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에 살던 독일인 주민들이 모조리 추방되었던 것처럼, 약 20만명이 열차에 태워져 중앙아시아로 추방당하는 결말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사라진 크림 타타르인들의 자리는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들이 채워나갔다. 1959년 기준으로 크림 반도 거주민의 약 71%가 러시아인이었고 22%가 우크라이나인이었는데, 이 비율은 소련이 멸망할 때까지 큰 차이 없이 이어져간다.


여기까지가 크림 반도의 대략적인 역사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크림 반도 분쟁이 시작된다.

https://www.wilsoncenter.org/publication/why-did-russia-give-away-crimea-sixty-years-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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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1954년, 느닷없이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편입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직까지 도대체 소련이 왜 이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소련은 명목상으로는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화합"을 내세웠지만, 이미 크림 반도 거주민의 70% 가까이가 러시아인인 상황에서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통으로 넘기는 이 조치는 다소 이상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뜬끔없는 조치에 대해 훗날 제기된 가설이 바로 "흐루쇼프의 권력투쟁 우위 확보설"이다. 당시 흐루쇼프는 스탈린 사후 말렌코프, 몰로토프, 베리야에 이르기까지 각종 경쟁자들과 서기장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었는데, 이들로부터 우위를 점하려면 확실한 정치적 치적이 꼭 필요했다.

여기서 흐루쇼프는 묘책을 떠올려낸다. 본인부터가 우크라이나 태생이고 우크라이나 공산당 지도자를 해본 경험이 있었던 그는,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 현지 공산당 엘리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기이어 1954년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할양했던 것이다. 즉 흐루쇼프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한 지역을 통째로 넘겨버리는 무모한 선택을 해버린 셈이다.


이후부터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흐루쇼프는 다른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964년까지 소련의 서기장으로 재임하면서 냉전의 시작을 장식했다. 즉 이러한 일련의 그의 계획은 실제로 통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여튼,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러한 일련의 할양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의사가 무시되었다는 점이었다. 다만, 이 당시에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소련의 깃발 아래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한 행정구역 변경"이었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었다.

우리로 따지자면 전라남도 시골 마을 하나가 인접한 경상남도로 편입되는, 그 정도의 사소한 변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크림 반도는 여타 우크라이나 지역과 다른 매우 이질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서류상으로만 우크라이나 소속이지, 거주하는 주민들은 과반수 이상이 러시아인에 러시아어 사용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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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재점화된건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국민투표였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모든 주는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이 최소 80%에서 높게는 98%의 독립 의사를 보인 반면, 크림 반도는 홀로 과반을 간신히 넘기는 54%(세바스토폴은 57%)을 달성했다. 1989년 기준 러시아인이 많이 줄어들었어도 여전히 크림 반도 인구의 과반을 넘기는 67%나 되었음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림 반도는 최종적으로는 우크라이나로의 귀속을 택했는데, 당시 크림 반도 거주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도 정부가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다른 우크라이나인들과 똑같이 대우해주리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건국 초기 크림 반도에 일정 규모의 자치권을 부여해주며 이 약속을 지켰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세바스토폴에 통합 2만여명 규모의 러시아군 병력 및 해군 함정이 주둔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별개의 조약도 비슷한 시기 체결되었다.


이렇게 약 20여년간 크림 반도는 평화롭게 지내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2014년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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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유로마이단 사태가 터진 것이다.





유로마이단은 이 글에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사건이니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1) 친러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EU VS 러시아 차관 중 하나를 택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2) 야누코비치는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EU 차관 대신 러시아 차관을 받는 쪽을 선택했다.
3) 친서방 성향 시위대가 반발하여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4) 경찰이 시위대에게 발포하는 실책을 저질렀고 시위가 엄청나게 격화, 결국 야누코비치가 쫓겨나고 친서방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대략 이러한 전개였다.


뭐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흔히 벌어지는 정치 분쟁이 조금 과격화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규모 시위를 통해 대통령이 끌어내려진게 동유럽에서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헌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02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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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과도정부가 기존 우크라이나 언어법을 폐지해버린 것이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당시 (개정 전) 우크라이나 언어법은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타 언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배려하기 위해 "주민 10% 이상이 타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해당 언어의 지방언어/소수언어로서의 지위를 허락"하고 있었다.


사실 이 조약의 진짜 의의는 크림 반도 주민들을 포용하는데 있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크림 반도는 타 지역들과 다르게 민족 구성부터가 과반수 이상 러시아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1991년 독립 투표 당시 러시아계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로의 잔류를 선택한 크림 반도 주민들의 선택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보답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보답이 바로 이 언어법이었다. 비록 우크라이나어를 제1 언어로 규정하되, 소수언어로 러시아어를 인정하여 크림 반도 주민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미국도 비록 연방법 차원에서의 공용어는 없지만, 현재 31개 주에서 영어 외에 공용어가 지정되어 있는 것을 보면, 기존 우크라이나 언어법은 우크라이나어 회자와 러시아어 회자를 모두 배려하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과도정부는 보라는듯이 우크라이나 내 통합의 상징이었던 이 언어법을 폐지, 우크라이나에서 "소수 언어"라는 개념을 아예 삭제시켜버렸다. 한마디로, 그들은 1991년, 자신들을 차별없이 받아들여줄 것이라 믿고 러시아 대신 우크라이나를 선택한 크림 반도 주민들을 제대로 배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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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sf.kiep.go.kr/aif/researchDetail.es?brdctsNo=251696&mid=a30300000000&&search_option=&search_keyword=&search_researchdivcode=&search_brdctsdivcode=04&search_year=&search_month=&search_tagkeyword=&systemcode=04&search_region=¤tPage=26&pageCnt=10


그리고 당연하지만, 크림 반도 주민들은 심각한 배신감과 정체성의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어란 인간의 제일 기본적인 교류 활동인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고, 나아가 민족을 구분짓는 제일 기초적인 척도이기 때문이다.

서양인이 겉보기에는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몽골인의 차이를 결정하는 방법이 바로 구사하는 언어의 차이이고, 우리가 마찬가지로 외모만으로는 구분하지 못하는 벨라루스인,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루마니아인을 구분하는 것 역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이다.

나아가, 한 민족을 다른 민족에 강제로 동화시킬 때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것 역시 언어의 통합이다. 구사 언어가 다르면 아무리 동화 활동을 하여도 결국은 그 한계가 있는 법. 괜히 일본 제국이 한반도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어만 철저히 교육시키고, 중국이 위구르인들을 수용소에 가두면서까지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당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형태는 이러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형태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 언어법을 폐지하여 크림 반도 주민들의 정체성 그 자체인 러시아어를 탄압하고, 최종적으로는 이들을 강제로 우크라이나에 동화시키려고 시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기존 정부가 유지하던 포용 기조 대신 강제 동화라는 채찍을 택한 셈이고, 크림 반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런 취급을 당하려고 1991년 러시아 대신 우크라이나를 선택했나"라는 반응이 터져나오게 된다.



결국 정체성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동시에 우크라이나에게 배신당한 크림 반도 주민들은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2014년 2월 23일 우크라이나 의회(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에서 언어법이 폐지되고 러시아어가 소수언어 지위를 잃어버리자마자 크림 반도에서는 대규모 반발 시위가 벌어졌다.

2월 27일, 크림 반도 주민들은 무기를 들고 방송국, 군기지, 공항, 항만 등 주요 시설들을 점거하며 생존을 위한 투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그들은 동시에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다르게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즉각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2만명 규모의 러시아 해군 보병대가 크림 반도 내부로 진입해 주민들과 우크라이나군의 충돌을 봉쇄, 불필요한 유혈사태를 막는 데 기여했다.

https://fulltext.yonsei.ac.kr/image_5//000000044716/SERVICE/000000044716_01.PDF


그리고 마침내 3월 7일, 크림 반도 전역에서 크림 반도 주민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국민투표(referendum)이 치뤄졌다. 투표 결과, 크림 반도 전역에서는 투표율 83.1% 중 러시아로의 통합 찬성률 96.7%를, 세바스토폴 한정으로는 투표율 89.5%에 통합 찬성률 95.6%이 나오면서 크림 반도는 주민들에 의사에 의해 러시아에 귀속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국민투표 및 합병은 UN 헌장에 명시된 "자결권"에 의한 정당한 절차였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정선거라고 비난하였으나, 이는 일방적인 변명에 불과했다. 위 래퍼에서도 지적하듯이 러시아를 눈 부릅뜨고 지켜보던 서방 측도 해당 선거를 "불법 선거(Illegal election)"라 자칭했지 결코 "부정 선거(Election fraud)"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투표 자체가 (우크라이나 법에 의하면) 불법이었을지는 몰라도 투표 과정에서 왜곡이나 러시아군에 의한 조작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즉, 크림 반도 주민들의 러시아 귀속 의사는 진짜였다.



그리고 이 선거가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그 맥락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적인 예시로, 살인은 어느 국가에서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일환으로 저지른 살인은 무죄로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이 투표는 불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정부가 일방적으로 러시아계가 대다수인 크림 반도 주민들의 문화를 탄압하고 그들의 언어도 말살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주민들의 최소한의 방어행위였다. 실제로 크림 반도 주민들은 투표 과정에서 부정선거를 베재하는 등 민주적 과정을 최대한 지키려고 시도했다.



+ 한편, 여기서 일부 친우크라이나 측 인물들은 거의 백이면 백 이런 반론을 제기한다.
"언어법은 그냥 명분일 뿐이다. 크림 반도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러시아와의 통합을 시도했다."

사실일까?

아니다.

https://www.reuters.com/article/idUSBREA2B13M/

마이단 사태 4년 전인 2010년 실시된 크림 반도 의회 선거에서, 러시아로의 전면적인 귀속을 주장한 친러정당 "Russian unity"는 전체 100석 중 3석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득표율로 따지면 고작 4%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심지어 이 정당은 모스크바로부터 대대적인 후원을 받으며 선거운동을 했는데도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간단하다.

림 반도 주민들은 독립 후 꽤나 오랫동안(적어도 2010년까지는) 우크라이나에 잔류하고 싶어하였다는 것이다. 만약 크림 반도 주민들이 기존부터 지속적으로 러시아와의 통합을 시도했다면, Russian unity는 왜 2010년 4% 득표율로 폭망했을까? 정말 주민들의 마음이 이미 러시아를 향해 있었다면, 이 정당은 과반수를 넘는 득표율을 올려도 모자랐을 것이다.

이들이 러시아를 선택한 건 단순한 선호 때문이 아니라, 2014년 언어법 폐지로 인해 촉발된 정체성 말살의 위협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 선거 결과는 증명하는 것이다.




요약:

1) 크림 반도는 본래 러시아 주민이 대다수인 지역이었으나 흐루쇼프의 치적쌓기로 인해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로 편입되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림 반도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믿고 1991년 독립 투표 때 러시아 대신 우크라이나 쪽을 택했다.
3)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민들에게 언어법 및 자치를 보장하며 이들과 공존하는 식으로 그들의 선택에 보답했다. 크림 반도 주민들 역시 오랫동안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은 상상도 하지 않았으며 이는 2010년 의회 선거 결과가 증명한다.
4) 그러나 2014년 유로마이단으로 집권한 과도정부는 일방적으로 기존 언어법의 폐지를 통해 크림 반도 주민들 특유의 정체성 및 문화를 말살하려 시도했다.
5) 결국 심각한 정체성의 위협을 느낀 크림 반도 주민들은 궐기했고, 러시아의 도움으로 유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6) 공정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고, 크림 반도는 주민들 스스로의 의사(자결권)에 따라 러시아와 통합되었다.




과연 이러고서도 크림 반도가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볼 수 있단 말인가?
크림 반도 주민들에게 정체성, 문화 말살의 위협을 먼저 느끼게 만든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인데도?
크림 반도의 독립은 조작 없는 국민투표를 통해 이뤄진 결과인데도?




끝으로,
본래 독립이란 과정은 쉽지 않은 법이다.
대한민국, 알제리, 베트남, 코소보, 그리고 미국까지 모든 독립 국가들은 희생을 밑바탕으로 싸웠고 그것을 대가로 결국 독립을 이뤄냈다.작금의 크림 반도는 희생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빨리 크림 반도 주민들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우크라이나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쟁취했으면 하는 바이다.


재밌게 읽었으면 개추 한번만 눌러줘라.
아, 그리고 반박은 언제든지 환영임.




++ 자꾸 "크림 반도의 진짜 주인은 크림 타타르"니 뭐니 하면서 물타기 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보이는데
그렇게 따지면 2차 대전 이후 폴란드 동부에서 추방당한 독일인들이 현재 그 지역의 진짜 주인인가? 당연히 아니다.

크림 타타르의 강제 이주는 나치와 손잡고 협력한 것에 대한 대가였을 뿐이다.




출처: 러시아-우크라이나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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