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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를 여행하는 위붕이를 위한 안내서 - 1일차앱에서 작성

헤르메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4 07:40:01
조회 4494 추천 38 댓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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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15분, 한국이라면 수많은 직장인들이 아스팔트 바닥을 누비고 학생들은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며, 군인들은 식사를 마친 직후였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모든 것이 여유롭게 진행되는 편이며, 햇볕마저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꽤나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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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세상에서 가장 얇은 책은 영국 요리책과 독일 유머집이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영국 요리에 대한 악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영국 요리는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소세지의 껍질은 오동통하고 바삭거렸으며 속에는 고기가 꽉꽉 채워져 있어 씹을수록 육즙이 물씬 흘러나왔고 베이컨 역시 등심으로 만들어 느끼하지 않고 바삭하니 씹는 맛이 좋았다. 달걀후라이 또한 노른자만 덜 익혀 토스트에 찍어 먹기 정말 좋은 상태로 조리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할만한 음식은 바로 블랙푸딩과 해기스인데, 이것이 아주 요물이다. 둘 다 동물 내장에다 소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한국의 순대와 비슷한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블랙푸딩은 소에 선지를 넣고 조리할 때 기름에 지지고, 해기스는 양의 부속을 잘게 다져 삶는다는 차이가 있다. 둘 다 고소한 맛이 더 있는 돼지 부속과 순대를 먹는 느낌인데, 블랙푸딩 쪽은 바삭하고 담백한 느낌이 있어 식사용으로 뛰어났고 해기스 쪽은 양고기의 맛이 살아있고 짭짤한 느낌이 더 도드라져 술안주용으로 상당히 훌륭하였다.

보모어 B&B의 주인은 식사와 함께 반주로 클래식 라디를 내왔다. 알코올 도수 50%짜리로 아침을 시작하는데 제정신이냐고 하겠지만, 클래식 라디를 마셔본 사람들은 그 특유의 산뜻함을 잘 알 것이다. 든든하게 먹고 난 다음 식후땡으로 곁들이니 입이 개운하게 정리되는 것 같았다. 음 그렇다. 아침부터 반주라니, 이게 진정한 본토 스타일이구나. 시작부터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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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 있는 집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이 1999년에 나온 책인데, 그때와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간판의 서체가 바뀌어지고 주차된 차들의 형태만 21세기화 되었을 뿐, 이 거리는 계속해서 자리 잡아 이따금 찾아오는 이방인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증류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머리에 새치가 들고 위스키의 색상이 점차 짙어져 가더라도, 보모어의 거리만큼은 그 모습을 유지해 자신들이 아일라임을 증명하고 자부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1999년과 2024년의 모습을 유지하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도심지는 계속해서 변혁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외곽 지역은 갈수록 쇠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원인은 사람, 사람이다. 이곳 아일라는 3000여 명의 사람만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향에 긍지를 가지며 성장해 간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안 그래도 출산율은 0%대인데 사람들은 자꾸 수도권에서만 살려고 한다. 21세기에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은 실로 기형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에겐 정녕 고향 땅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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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모어에서 아드벡까지는 3.1파운드가 들었는데, 갑자기 카드 인식기가 작동이 안 되어 현금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현금이 소량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도보로 4시간 걸어서 아드벡에 갈뻔했다. 그야말로 걷다가 하루를 보내는 꼴을 면치 않았을 것이다. 영국, 특히 아일라는 어지간해서 카드가 통용되지만 불상사를 대비해 현금을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드벡에 도착하고 나니 뭔가 내 몸속에서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책과 인터넷으로만 보던 표지판을 실제로 마주치니 막상 다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증류소라는 건축물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는가... 그곳에는 희로애락도 존재하지 아니했다. 오직 미지와의 조우만이 있었을 뿐이다. 거기다 비도 때맞춰 적절하게 내려온다. 보슬보슬 내리는 것이 단순 나를 적시는 게 아니라 진정시켜 주는 느낌이었다. 마침 시간도 남은 참이라 고대 켈트족의 기독교 유적이 있는 킬달튼까지 가보자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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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아일라는 트래킹을 하기에도 상당히 뛰어난 곳이라는 점이다. 어지간해서는 평지인 데다가 경사가 가파른 곳도 거의 없어 걷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무엇보다 자연 광경이 참 아름답다. 옆으로 이끼 낀 돌담길과 수목으로 우거진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약간 긴장도 되었다. 안개가 끼면 <사일런트 힐>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날에는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같은 노래가 제격이다.

30분쯤 걸어서 드디어 킬달튼에 도착했는데 어랍쇼, 이상한 마구간 같은 것만 있고 교회 유적은 보이지도 않았다. 알고 보니 킬달튼과 유적이 있는 킬달튼 크로스는 도보로 1시간 30분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휴, 거기까지 갔다 돌아오면 절대도 제시간에 투어를 진행할 수 없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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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벡 증류소는 방탄소년단 중 한 명이 코리브레칸을 좋아한다고 해서 위스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이름이 알려진 증류소다. 사실 나 역시 코리브레칸을 좋아한다. 펀치력 있는 높은 수치의 피트와 매끄럽고 부드러운 위스키의 감촉. 모순적이면서도 융화되는 아드벡의 특성은 어째서 수많은 아드벡 광신도들이 존재하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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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스키 증류소 공정의 시작은 몰트 분쇄로, 이들은 보비 사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100년이 넘은 제품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산업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제분기들은 오래된 제품들이 많다고 한다.

아드벡에서는 몰트 분쇄를 2:7:1 비율로 하는데, 각각 허스크, 그릿, 플라워라고 부른다. 이는 껍질, 거칠게 분쇄된 몰트, 밀가루 수준으로 분쇄된 가루를 뜻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한데 모아서 그리스트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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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화조는 제분한 맥아에서 당분을 뽑아내기 위해 물을 넣어 당화 시키는 공간이다. 사실 당화조 자체는 처음 들어가 보는데 맥아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질 수 있다고 해서 걱정되었지만 나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한테는 며칠간 묵어 김이 빠질 대로 빠진, 엄마가 건강을 생각해서 만든 설탕이 안 들어간 밍밍한 감주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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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조에는 당화조에서 뽑아낸 워트(당화액)를 채워 넣어 최장 76시간 정도까지 발효시키는데, 계절에 따라 시간적 차이는 있다고 한다. 발효조에는 디스틸러가 선정한 효모를 넣는데, 효모를 넣은 지 얼마 안 된 발효조와 효모를 넣고 발효가 상당히 진행된 발효조를 비교하니 그 차이가 상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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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경우에는 모습이나 향 모두 김 빠진 감주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마치 막걸리와도 같았다. 탄산감이 미친 듯이 타오르는 막걸리. 멋모르고 발효가 한창 진행 중인 발효조 내부를 들이마셨다가 사래가 들렸다. 코끝을 찡하게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 마치 홍어를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다시 냄새를 찬찬히 맡아보니 막걸리 같은 느낌도 들고 바나나 같은 냄새도 있고 피트 위스키답게 훈연한 느낌도 끝에 묻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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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와 함께 아드벡 언 오가 제공되었는데, 언 오는 아메리칸 오크, PX 쉐리, 버번 캐스크에 숙성된 원액을 다시 한데 모아 프렌치 오크에 숙성 과정을 거친 위스키이다. 방탄소년단이 추천한 코리브레칸을 맛보고 '우리 오빠들은 왜 이런 희한한 걸 맛있다고 얘기한 거지?'라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아드벡 언 오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피트의 느낌은 낮지만, 여러 캐스크를 거쳐 맛이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다. 홍어무침을 먹은 다음 홍어 삼합을 도전하는 것처럼, 아드벡이라는 위스키를 도전하고 싶다면 언 오를 먼저 드셔보라.

약주를 한 잔씩 걸치면서 아드벡에서 일하고 있는 매시맨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시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시기라서 오히려 투어 하는 사람이 오면 반갑다고 얘기를 한다. 여기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인만큼, 나는 무엇이 구형 몰트와 현행 몰트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매시맨으로서 생각하였을 때, 효모가 온도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결과를 보여주는데, 시간적 차이는 오죽하겠냐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물론 구형 몰트가 맛이 좋긴 하지만, 현행 몰트와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단지 다른 특성을 서로 보유하고 있을 뿐, 둘 간의 차이를 우열로 구분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구형 몰트와 현행 몰트의 차이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큰 떡밥이다. 몇몇 사람들은 최근 들어서 점차 위스키의 맛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사실 여기엔 나름 논리적인 이유가 있긴 하다. 최근 들어 위스키의 수요가 폭증해서 물량을 맞춰가니, 그에 따라 퀄리티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꽤 그 의견에 공감을 하는 편이다. 맛이 있긴 하니깐. 하지만 매쉬맨의 말대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최근의 구형 몰트에 대한 논쟁은 하나의 광풍일지도 모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술은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개체라는 제1법칙을 우리는 망각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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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벡은 2021년부터 새로 건립한 증류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시설 확장의 이유도 있지만 원래 사용하던 증류기가 너무 얇아져서 더 이상 활용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그 이유라고 한다. 덕분에 이 멋진 증류실을 시음 공간으로 공간을 바꿔 이용한다고 하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아드벡을 생산했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 역사의 흔적을 남겨 그 공간의 청춘을 기억해 주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도 큰 여운을 남겨주는 행위이지만, 증류소에게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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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드벡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거는 나보다는 주류학개론이나 주락이월드에서 더 상세하고 잘 알려줄 테니 넘어가겠다. 중요한 점은 아드벡은 과거 몇 번 생산을 중단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뚝이처럼 들고일어나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는 증류소로 우뚝 자리매김하였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아드벡은 타격감 있는 피트로 인해 마치 록밴드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에는 가장 와일드한 아일라 위스키라 평하먼서, 영혼의 한 가닥 한 가닥까지 모조리 선연하고 극명하게 부각하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비유했다. 그런데 직접 현장에 와보니 그 느낌이 한층 더 강하게 느껴졌다. 심플하면서도 매력적인 문양과 몇 번씩의 재결합. 이건 분명 록 스피릿이라고 할 수 있는 특성들이다. 이런 것 때문에 현장을 직접 가면 그 개체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구나... 놀라웠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드벡에서는 사춘기 응석받이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처음 향을 맡았을 때는 피트의 강한 훈제향이 팍팍 느껴지는 것이 마치 사춘기를 쎄게 겪고 있는 청소년의 느낌이지만, 막상 마시고 난 다음 입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느낌과 부드러운 피니쉬는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 도련님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각 증류소에 대한 인상을 마시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뭐, 적어도 나에게서 아드벡은 그러한 인상을 남겨주는 존재다. 천편일률적이고 영혼이 죽은 녹색병 소주와 달리 위스키가 괜히 생명의 물(Uisge Beatha)이라고 불려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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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새로 지어진 증류실답게 깨끗하고 훨씬 넓은 느낌이었다. 증류실에 온 기념으로 증류한 원액, 뉴메이크를 맛볼 수 있었는데 도수가 확실히 높아서 삼해귀주가 맡을 때와 비슷한 인상이 들었다. 이윽고 구황작물, 특히 삶은 감자 같은 맛이 났는데 특이한 점은 향에서는 거의 피트를 느낄 수 없었지만 피니쉬에서 점차 올라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증류실을 관장하는 스틸맨은 매우 바쁜 상황이라서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가이드에게 구 증류소와 현 증류소의 뉴메이크에 차이가 있는 것 같냐고 물었는데, 자신들은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얘기하였다. 증류기의 사이즈도 동일하게 하였고 최대한 변수를 제거했기에 차이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이번 아드벡 증류소 투어에는 나를 포함 2명밖에 없었는데, 놀랍게도 한국인이었다. 사실 증류소 직원들의 말로는 최근 한국인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어 자신들도 상당히 놀랍다고 한다. 혹시 지금 한국은 연휴 기간이냐고까지 하였다. 차설, 덕분에 함께 투어를 진행한 분과 식사와 위스키 시음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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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 주락이월드에서 김치와 아드벡 간의 페어링과 김치를 이용한 음식 제공이 꽤나 큰 이슈가 되어 나도 나름 기대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레스토랑에서는 그것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걱정 말라. 음식의 맛은 훌륭하니. 특히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동양인인 나에게 있어 크나큰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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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류들도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트라이반 배치 4와 5, 그리고 아드벡 25를 맛볼 수 있는 세트가 가장 가성비 넘친다고 생각한다. 다 합쳐서 50파운드 밖에 되지 않는데, 한화로 환산하면 8만원 밖에 안 된다. 한국에서 아드벡 25년만 마시더라도 얼마나 들려나... 아무튼 상당히 기합차다.

아드벡 슈퍼노바는 페놀 수치가 100ppm이나 되는 위스키로, 피트도 세도 CS이기에 도수도 강력하지만 매우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다. 에어링이 잘 돼서 그럴 수도 있으나 시트러스에 부드러운 크림 같은 맛과 향을 지니며, 피니쉬에서는 시원한 느낌의 캐릭터와 팡하고 피트감이 올라온다. 같이 맛본 분은 여성들도 되게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였다.

다음은 트라이반 4와 5다. 트라이반 4와 5 둘 다 버번과 올로로소 캐스크를 사용했는데, 배치 4의 경우 시트러스와 재, 그리고 스파이시한 느낌이 들었고, 배치 5의 경우 화한 후추의 느낌과 탄내, 그리고 미약하게 초콜릿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배치 5가 좀 더 재미있었는 것 같다.

아드벡 25야 말해 뭣하랴. 고급진 레몬 크림 같은 느낌에 꾸덕함까지. 솔직히 이때부터 코와 혀가 약간 맛이 가기 시작해서 더 자세하게는 적지 못했으나 확실히 맛은 가장 최고였었던 걸로 기억한다. 솔직히 꽐라가 돼서도 가장 맛있었다고 느끼면 그게 가장 최고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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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명품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는 LVMH 예하에 있는 증류소답게 아드벡은 예술적 콜라보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는 화장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리다 칼로 풍의 그림체 같은 것이 기괴하면서도 아드벡스러운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느낌이다. 계속해서 올리겠지만, 화장실을 들어가 보면 그 증류소의 정체성을 가장 단적으로 잘 드러낸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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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면서 그분께서는 나와 동일하게 라가불린 투어를 진행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함께 동행하기로 하였다. 첫 서구권 여행에서 만난 한국인이 이렇게 술을 좋아하시고 성격도 쾌활한 분이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라가불린까지 걸어가는데 바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불어왔다. 어쩌다 한 번씩은 고개를 돌려 바람을 피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이 풍광을 보라. 바람 따위 때문에 고개를 돌리는 게 아쉬울 정도의 경치이다. 적당히 나지막한 능선과 탁 트인 잔디풀밭, 그리고 중간중간 빤히 쳐다보는 귀여운 양들까지. 아드벡에서 라가불린까지는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걸어가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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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라가불린, 라가불린 증류소다. 라가불린 위스키는 다른 아일라 위스키들과 비교해서 과일향이 좀 더 도드라지는 편으로, 모닥불 같은 피트향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 덕분에 라가불린은 위스키들 중 가장 젠틀하다는 평가를 받는 위스키로 알려져 있으며, 보모어 다음으로 아일라 위스키를 입문하기에 가장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술을 사랑하는 조니 뎁도 금주 중에 이 향을 즐기겠는가.

일전 아드벡을 사춘기 도련님이라고 했다면, 라가불린은 모범적인 학생회장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과실향과 피트향 어느 것 모두 튀지 않고 조화롭게 유지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공부도 잘하고 일진이건 왕따건 잘 어울리고 한 번씩 일탈도 저지르는 육각형 올라운더 학생. 게다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한 퀄리티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 역시 모범생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라가불린 바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의 이미지도 참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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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터 센터 역시 그러하다. 증류소보다는 별장에 가까운 느낌이다. 해외 소설을 읽다 보면 휴가철에 오리 사냥을 즐기기 위해 근교에 위치한 할아버지의 별장을 찾아간다는 대목이 종종 나오지 않는가? 딱 그런 느낌이다. 난 오리 사냥을 해본 적도 없고 별장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순간적으로 그러한 인상을 받게 된다. 선험적 판단이 후험적 확신으로 바뀔 때의 느낌은 실로 짜릿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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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증류소에 도착했는데, 막상 와보니 투어가 이미 30분 전에 시작했단다. 알고 보니 투어 시간이 조정되었다. 참... 아쉽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 다행(?)인 점은 증류 공정을 보는데 단순 30분 밖에 소요되지 않아 바로 시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 30분 만에 모든 공정을 둘러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 들뜬 기분을 쭉 유지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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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었는데 첫 타자부터 라가불린 SR 26년인 걸 보고 기겁했다. 나도 고숙성에서 저숙성, 저도수에서 고도수 순으로 시음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첫 타자부터 라가 26년이라... 시간을 멈추는 장치가 있다면 한 잔 몰래 긴빠이 치고 싶을 정도였다.

라가불린 SR 26년은 페드로 히메네즈와 올로로소 캐스크를 사용한 것으로, 도수는 44.2도이다. 향에서는 직관적인 오렌지향이 깊고도 짙게 깔리며, 맛은 전형적인 쉐리였는데 나에게는 다소 달게 느껴졌다. 끝에 깔끔히 묻어 나오는 담뱃재 같은 느낌이 이 친구가 피트 위스키라는 힌트를 준다.

다음은 라가불린 재즈 페스티벌 14년으로 아메리칸 오크와 브랜디 호그스헤드 캐스크를 사용하였으며 55.4도이다. 이 친구는 약간의 풍선껌과 포도 느낌이 향에서 느껴지는데, 맛에서는 포도줄기, 몰트 느낌과 함께 소금기가 느껴졌다. 이때부터 슬슬 코와 혀가 맛 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라가불린 페스 아일 14년으로 버번과 아르마냑 캐스크를 사용하였으며 58.4도이다. 가이드는 동일한 버번&브랜드 캐스크이지만, 그 미묘한 특성의 차이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우리에게 얘기하였다. 실제로 살구나 꽃느낌이 강하지만 아르마냑 캐스크답게 단맛은 좀 죽고 짠맛이 더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네 번째는 라가불린 디스틸러리 익스클루시브 바틀로 버번과 강하게 태운 아메리칸 오크를 사용한 것으로 56.5도이다. 이 바틀은 숙성 연수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가이드의 말로는 평균 숙성 연수를 12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정말 기가 막힌 버번 캐스크를 사용했다는 생각이 뇌리에 팍 꽂힐 정도로 새콤달콤한 느낌이 끝내줬다. 거기다 맛에서도 피트의 스모키 함과 과실향이 솔솔 올라왔는데 고도수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부드러웠다. 정말 이건 안 사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맛이 기똥찬 위스키였다. 덕분에 어쩌다 보니 집에 있는 술 중에서 라가불린의 것이 가장 많게 되었는데, 어쩌면 나에게는 사실 라가불린이 최애의 증류소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은 가이드가 한 번 알아맞혀 보라고 하였다. 처음 시향해보았을 때 시트러스함이 코끝으로 팍 올라오고 크리미한 것이 저숙성 버번이겠구나 생각하였다. 근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2~4번까지 계속해서 버번이었는데 설마 이번에도 버번이라고? 일부러 엿 먹이려고 함정을 파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상식적으로 봐도, 연달아서 버번캐만 주구장창 나오면 한 번쯤 여기서 커브를 틀만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그날 뉴메이크를 포함해서 먹은 위스키만 10종이 넘었다. 나는 내 미각과 후각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끝에 달달한 뒷맛이 남는다는 것을 이유로 저숙성 와인캐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땡! 정답은 저숙성 버번이었다.

와... 정말 부끄러웠다.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술을 먹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상큼하게 틀려버리다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쪽팔린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부끄러운 점은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시험 문제를 풀고 난 다음 검토해서 번복한 것들 중에서 맞히는 경우가 없었는 것 같다. 게다가 영원한 콩라인 홍진호도 설마 세 번이나 벙커링을 하겠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경기를 임했다가 그 참사가 일어난 것이지 않은가? 동서고금의 유례가 넘쳐흐르는데 왜 나는 그러하였을까?

나는 솔직히 유약한 사람이다. 대외적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만, 대내적으로 타인을 의식하는 유약한 사람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할지라도, 나에게 있어 그건 나름대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 대내외적 관계의 넓고 깊은 격차가 불신하는 자아를 빚어낸 것 같다. 손바닥으로 만져지는 나라는 존재와 그 허물 안에 숨어 자리 잡은 나라는 존재. 그 둘은 가장 가까이 붙어있으면서도 가장 멀게만 느껴진다. 항상 둘을 단일화하려고 했지만, 나이를 먹고 머리가 차니 원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통해 경각심을 갖고 서로 일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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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불린 투어에 함께 동행한 가이드는 원래 라프로익에서 근무했는데, 라가불린에 자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이쪽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양반은 원래 글래스고 태생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지금은 사라진 포트 던다스에서 근무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3대째 술 관련된 직업을 하는 가족이라니, 술수저 집안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본인이 라가불린을 근무지로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라가불린이 가장 중용적인 위스키여서 그렇다고 한다. 라가불린의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피트와 어느 정도 과실향 있는 향미. 이 모순되면서도 치우치지 않은 라가불린의 특성 때문에 자신이 라가불린을 가장 좋아하게 된 이유라고 하며, 주변에 피트 위스키를 접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라가불린으로 아일라 위스키를 입문시키고 다른 것도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구형과 신형에 차이에 대해서는 단순히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하였다. 그는 오히려 내게 이렇게 되물었다. 지금 몰트와 30년 전의 몰트의 맛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중간에 나왔던 몰트들을 쭉 나열해 놓고 하나씩 톺아서 30년 전 몰트들과 비교해 본다면 확연히 다르다고 구분할 수 있을까? 그는 아무리 전문적인 마스터 블랜드가 오더라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면서, 시간과 재료적 요소들을 고려하면 변수는 한도 끝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형이든 신형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술과 마시는 사람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아드벡의 매시맨과 참 일맥상통되는 말이다.

또한 과거 라프로익을 표방해 60년간 제작되는 몰트밀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그가 말하는 바로는 라가불린 증류소 내에 몰트밀 뉴메이크는 존재하는데 라가불린에서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도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는 웨어하우스에도 남아있는 몰트밀 원액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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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과 대화를 마친 후 이번 투어의 백미인 핸드필 위스키를 담을 시간이 다가왔는데, 아뿔싸! 하필이면 내가 와인캐라고 했던 그 버번캐가 이번 투어의 핸드필 위스키이지 않은가. 솔직히 나에게 있어 그리 달가운 몰트는 아니었지만, 그러면 뭐 어떻게 하겠는가. 술은 술인데. 기분이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언제나 술은 그 본연의 위치에 서서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 단지 그뿐인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혐오하는 때가 올 때마다 이 술을 보면서 라가불린 증류소에서의 일을 떠올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쪽을 당하는 순간에도 나에게 있어선 전환점이 되었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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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불린 증류소 투어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더니벡 성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더니벡 성은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을 장악한 소머레드가 12세기 경에 세워 올린 성으로, 16세기 경에 파괴되어 지금은 그 잔해만 남아있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이 위치한 것으로 나와 있어서 나름 호기롭게 출발하였는데, 생각보다 증류소와 성 사이의 거리가 멀다. 게다가 아침에 비가 온 관계로 잔디에 이슬이 잔뜩 머금어 있어 탭댄스를 추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덕분에 나도 미끄러져서 바지가 흥건히 젖어버렸다.

멀리서 성을 바라보았을 때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었는데, 첫 번째는 '어째서 이런 곳에 최초의 성이 지어졌나'이고 두 번째는 '이래서 서양 판타지가 발달되었구나'였다. 여기서 아일라의 가장 번화된 곳인 보모어까지의 거리가 자그마치 21km이다. 기지로 사용했으면 모를까, 나름대로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을 장악한 양반이 이런 외진 곳을 자처해서 살았다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소리고,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구경하기 정말 좋은 유적지이다. 특히 쇠락한 성의 모습을 보면서 디아블로의 <트리스트럼>이 연상되었다. 성이 불타고 있지는 않지만, 폐허 특유의 쓸쓸한 느낌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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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보았을 때는 건축물과 돌덩이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무언가라고밖에 느껴지지 않았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건축물의 자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마치 나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과 시간이 짓밟고 괴롭혀도 계속해서 고유의 정신만은 잃지 않는 것일까. 건축물이지만 새삼 존경스럽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편으로는 쓸쓸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성(人城)은 간데없다. 지금은 왜소하고 볼품 없는 돌덩이로 변해가고 있지만, 분명 수세기 전만 하더라도 이 돌들은 네모반듯하게 자리 잡아 적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그리고 풀로만 덮혀져 있는 잔해들 위에는 왕을 위한 카페트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견우와 직녀처럼 떨어져 있는 저 돌에는 분명 성문을 설치되어 있어, 들어가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간 세기에 흘러내려오는 구절일 뿐, 지금은 방어벽도, 카페트도, 성문도 없다. 그저 가끔 들리는 이들에게 잠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만 제공할 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니벡 성을 지은 소머레드는 피조물의 결말을 어떨지 생각해 보았을까? 더니벡 성의 마지막 성주는 시간이 흘러 지금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허무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을 보면 가끔 서글픔이 느껴진다. 영원토록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축물들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데, 필멸의 존재인 우리는 뭐라고 만물의 영장류라는 칭호를 스스로에게 하사하며 아등바등 살아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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