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분명 가치에 비해 비싼 향수다노

크리드로 치면 에롤파 같은 포지션이지

정갈한 시트러스 향수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고,

여름에 팡팡 뿌리기 아쉬운, 애매하게 비싼 가격,

그돈씨 소리가 나오고, 하지만 품질 좋고 자연스러운,

이런 표현으로 르네상스를 설명할 수 잇긔.

르네상스는 분명 시트러스가 메인이라는 것 외에 덧붙일 말이 없는 향수임

그렇지만 귤, 레몬, 베르가못, 라임 등을 절묘하게 블랜딩햇음 ㅇ

깔끔한 여름 시트러스에 아주 약간의 풀잎향(씁쓸하지 않음), 민트향(치약느낌 아님), 허브향(비누 느낌만 살짝 주고 빠짐)의 터치를 넣은 것

르네상스의 향기를 설명할 때는 조금씩 감지되는 여러 꽃들(특히 장미, 자스민, 일랑일랑)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긔

왜냐하면 꽃의 뉘앙스가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 수는 있지만, 너무나 섬세하게 자국만 남기고 떠나버리기 때문에, 꽃향기는 시트러스의 나와바리를 침범하지 않긔

여기까지 읽으면 "이거 그냥 시트러스라는 뜻 아니야?" 라고 하겠지

그 말이 맞긔. 그냥 시트러스임 ㅇ 특별한 복잡성이나 유니크함을 기대할 수는 없음 ㅇㅇ

그러나 르네상스의 향기는 공기 좋은 날의 푸르른 하늘을 떠올리게 하고

날씨 좋은 날, 안쪽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다와 일렁이는 물 그림자에 비치는 햇살을 떠올리게 한다 이기야

르네상스의 향기는 시원함, 여유로움, 휴식, 느긋한 풍경, 매미소리와 풍경소리가 들리는, 선글라스 저편에 펼쳐진 인적이 드문 정원 같은 분위기를 준다노

깨끗함, 깔끔함, 여유로움, 잘 정돈된, 방금 교체한 하얗게 접힌 호텔수건(큰거) 같은, 화사한, 다정한, 노곤노곤한,

이런 표현들이 제르조프 르네상스를 설명할 수 잇는 수식어임

르네상스를 뿌리면 초여름의 인천공항, 출국 직전의 설레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함

그리고 휴일이 한달쯤 남은 것 같고 내일 할 일이 없는 것 같은 상쾌한 해방감이 듬

삶의 루틴이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 압박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기에

제르조프 르네상스를 뿌릴 때마다 태우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느낌 ㅇ

착하고, 선량하고, 조건 없이 남을 돕고 싶어하고, 포용력 있고, 쉽게 용서할 수 있고,

여유롭고, 미소를 띄고 있고,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걱정거리가 없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고,

르네상스를 뿌리면 어렸을 때부터 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기야

남을 미워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이

하지만, 르네상스의 지속시간은,,,,

기껏해야 돌체 라이트블루보다 약간 낳은 정도다노

그래서, 이 향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태우는

다시 평범한 향붕이로 돌아오게 된다 이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