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9 에스텔라 - 로스 아르코스(21km)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시작지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는 이라체 수도원이 있었다.

잠깐 쉬면서 한 잔 마셔봤다. 별로 맛은 없지만 재밌었다

가다가 러시아계 스페인 친구 세르지오(별명인데 이름이 기억 안남)을 만나서 반지원정대를 결성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bgm틀고 따라 부르면서 걸었다. 풍경도 웅장하고 비도 점점 세게 와서 힘들지만 정말 모험 하는 기분이었다.

이런거 틀고 걸었는데 듣고 있으면 힘이 난다

숲의 수호자 토비

토비가 들고 있는 스틱은 세르지오꺼인데, 출발하기 전에 집 마당에 있는 대나무를 꺾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토비는 상처 때문에 신발 신고 걷기가 불편해서 크록스 신고 걸었다.

가다가 멧돼지 뼈를 주워서 이러고 놀았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점점 힘들어서 다들 말이 없어졌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셋 중에는 세르지오가 발에 물집 때문에 제일 힘들어 했다.

결국 -13km 지점 마을에서 세르지오는 쉬었다가 천천히 오기로 하고, 우리는 먼저 갔다.

길이랑 풍경은 참 좋았다. 맑은 날에 걸었으면 참 예뻤을 것 같다.

한참동안 아무것도 없다가, 중간에 쉘터를 만나서 잠깐 쉬어 가기로 했다.

쉘터에는 앞으로 자주 만나는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온 세 친구가 먼저 쉬고 있었다.

쉬다보니 쇠렌도 와서 같이 쉬다 갔다.

아무것도 없는 길을 계속 걷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우리쪽으로 차가 한대 다가왔다.

옆에서 멈추더니 창문을 내리고 쿠키와 따뜻한 커피를 줬다. 정말 감동이었고, 배도 많이 고팠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비 오는 날 힘든 순례자들을 위해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이분들은 나중에 우연히 또 만나게 된다. 이런 순간들이 순례길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Buen camino(좋은 길)은 순례자들 사이의 인사이다.

걷다가 마주치는 모두 서로 buen camino한다.

결국 녹초가 되어 로스 아르코스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정말 작은 마을이고, 열려있는 알베르게도 하나 뿐이라

모든 순례자가 한 알베르게에 묵게 되었다. 세르지오도 나중에 도착했다.

유난히 알베르게에 프랑스 친구들이 많았는데, 자기들이 프랑스 음식을 대접해주고 싶다고 해서

다같이 돈을 조금씩 모아서 재료를 사 프랑스 친구들이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오른쪽에 있는 친구가 메인 쉐프이다

밥 기다리는중

뭔가 보고있는 프랑스 친구들

호박 스프와 파스타를 해줬는데 정말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사실 난 힘들어서 빨리 먹고 쉬고 싶었는데 다들 힘들지도 않은지 밥먹고 나서

한참 동안 다같이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춤추고 놀았다,

세르지오의 원래 무리인 스페인 친구들은 정말 에너지가 넘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