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한다. 기자회견 키워드는 ‘반성’과 ‘쇄신’이다. 6·1지방선거 8일을 앞두고 경합 지역에서 열세를 보이고 이재명 상임고문이 정치적 연고지인 경기 성남 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택한 것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처음 알려졌다. 이날 진행자가 “민주당이 압승을 예상했던 인천 계양을 상황이 좋지 않아, 전체적인 민주당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인지도 면에서 비교가 안 됐던 승부인데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가 박빙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능성은 박 위원장 머리 속에 예상한 그림 안에 없던 거 아니냐”고 물었다.
박 위원장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무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도 안 돼 치르는 선거다 보니까 원래부터 이기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대선 이후 지치고 상처가 생긴 민주당 지지자분들의 마음이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거 같다. 아직 일주일 남았으니까 살신성인으로 달려서 남은 기간 동안 모든 힘을 다해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진행자가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명분 없는 출마를 했기 때문에 지금 계양을 주민들이 심판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본다”며 “반성 그리고 쇄신의 약속이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 민주당이 내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반성과 쇄신의 약속이 전략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날 오전 10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내용에 대해선 “대국민 앞에서 드리는 박지현의 호소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을 아꼈다. “이거 공지가 아직 안 된 내용 아니냐”며 진행자가 당황하자 박 위원장은 “아직 공지 안 됐다”고 했다.
“자신의 선거도 뛸 거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사실 지금 제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정치를 계속 할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지금 타이밍에 대국민사과라니...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낙승을 예상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나오자 당이 비상에 걸렸다.
민주당은 사전투표일을 3일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 시도'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보고, 남은 유세에서 절박함을 강조하며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재명 동반 하락…與 컨벤션 효과 대비
6.1 지방선거를 불과 8일 앞둔 민주당이 위기에 빠졌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6~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2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50.1%, 민주당은 38.6%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에게 물어본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43%, 민주당 29%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셋째 주 29%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의 얼굴인 이재명 위원장도 함께 흔들렸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가 지난 19~20일 계양을 선거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위원장은 45.8%, 윤형선 후보는 49.5%로 조사됐다. 경인일보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21일 같은 지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위원장은 46.6%, 윤 후보는 46.9%의 지지를 받았다. 기호일보가 한국정치조사협회 연구소에 의뢰해 마찬가지로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역시 이 위원장 47.4%, 윤 후보 47.9%였다. 모두 이 위원장이 오차범위 내 열세라는 조사 결과다(이상 여론조사 모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별다른 쇄신과 반성도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였고, 급기야 당내 성 비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반 허니문 효과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까지 이끌어낸 점도 야당표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
당내서도 "이 정도일 줄이야" vs "샤이진보 남아"
민주당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 23일 통화에서 "애초에 어려운 선거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재명으로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긴 하다. 투표층 독려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도 "앞으로 계양 유세에 더 집중할 것이다. 계양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요인이 되도록 유세 전략은 더 절박하게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론조사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여론조사 응답률이 크게 유의미한 것 같지 않고,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샤이 진보'도 좀 남아있다고 본다"며 "판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뚜껑을 열어보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3일 경남 김해 지원 유세에서도 '투표하면 이긴다'를 연신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는 "객관적 수치상, 그리고 과거의 전례상 선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했던 78%의 유권자들 중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통계적으로 55% 전후만 투표할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하면 이긴다'는 근거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과거 한명숙, 정세균 후보로부터 막판 추격을 허용한 사례를 들었다.
與 "출마로 불체포특권 이용"…李 겨냥 총공세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은 기회를 놓칠세라 이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23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미 국민 심판을 받은 대선 패장 3인ㅂ을 전면에 내세운 자체가 오만의 극치"라며 이 위원장을 비롯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대선 당시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저격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이 위원장을 향해 "대장동·백현동 게ㅇㅌ,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데도 명분 없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불체포특권을 이용하고자 하는 듯한 추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대 최창렬 특임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천 계양을 주민들부터가 이재명 위원장의 출마를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실리를 찾기 위해서는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등, 중도층 공략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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