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은 말 그대로 세계대전이었다. 이 역사의 광풍에 휘말리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전선의 소총병부터 후방의 공장 노동자까지, 거의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에 참여하고 전쟁에 기여했으며, 때로는 죽이고 때로는 죽임 당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에 떠오른다. 과연 어떤 방식이 가장 위험했을까? 후방보다 전방이 위험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처참한 전장에서 일개 개인이 죽음을 맞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리고 맡은 역할이 그 확률을 얼마나 좌우했을까?
여기 그 가능성의 일부들을 미약하게나마 소개한다.
관련 자료가 드물거나 본인이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사망률 면에서 특히 악명 높고,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병과들을 위주로 작성했다.
되도록 전쟁 전 기간 동안의 총 사망률을 구하고자 했고 따라서 상황과 기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봐주셨으면.
야매 수치에 주먹구구 해석 또한 포함되어 있으므로 맹신하지는 말고 참고 정도만 하길 바란다.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다.
1. 미국 기갑병과 사망률: 2.82%
2차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전 전선에 걸쳐 총 49,516명의 미군이 기갑병과로써 투입되었다. 그리고 그중 1,58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만 이 수치는 전선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후방장교와 행정 인력들까지 모두 포함하여 산출된 결과다.
때문에 최전선의 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가령 1944년 6월부터 1945년 4월까지, 유럽전선에서 발생한 기갑병과 사상률은 20%에 육박했다.
2. 미국 상선단 사망률: 3.90%
변변한 무기도 없이 적군 잠수함대, 기뢰, 공습, 그리고 가혹한 바다와 정면으로 맞서야 했던, 미군에서 가장 위험한 군종이었다.
타 군종 사망률과 비교해보면 미육군 사망률은 2.08%, 미해병대 사망률 2.94%, 미해군 사망률은 0.88%였다.
정확한 수치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략 243,000명이 전쟁당시 상선단에서 복무했고, 그중 약 9,521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위험한 건 기관부에 배치된 선원들로, 상선 사망자 중 37%가 기관부에서 발생했다.
3. 미 8공군 조종사 사망률: 12.38%
미육군은 유럽대륙을 차지한 나치독일을 무릎 꿇리기 위해 전략폭격 전역을 개시한다.
이를 위해 8공군 총 350,000에 달하는 병력이 영국으로 건너갔고, 전쟁 동안 그중 26,000명이 전사했다.
따라서 8공군 전체의 사망률은 7.42% 수준이다. 그러나 독일의 정교한 대공방어망에 정면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일선 조종사들의 사망률은 훨씬 높았다.
전시 8공군은 총 210,000명의 조종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들의 총 사망률은 12.38%에 달했다.
4. 미국 잠수함 선원 사망률: 13%
미군 잠수함대는 대잠전력이 빈약한 일본군을 상대로 놀라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조차도, 희생이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전쟁 중 총 52척의 미해군 잠수함이 격침당했고, 장교 374명과 병 3,131명이 희생되었다. 각각 계급별로 16%,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4. 미국 보병 사망률: 15.52%
미군은 전쟁 중 757,712명의 보병을 해외로 파병했고, 그중 사망자는 142,962명에 달했다.
이 사망자 수치는 전사자뿐만 아니라, 실종되었다 사망한 것으로 판명된 경우와 포로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를 모두 합산한 수치다.
5. 영국 상선 선원 사망률: 18%
영국은 전쟁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상선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1939년부터 7년에 걸쳐 섬나라 영국의 보급로를 두고 독일 해군과 악전고투를 벌였다.
1941년부터는 극동을 두고 일본 해군과도 맞서야 했다. 그 결과 발생한 사상률은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1938년, 영국 상선단은 192,375명의 인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 중 발생한 사망자는 총 34,018명에 달한다.
6. 소련 형벌부대 사망률: 23.8%
악명 높은 소련 형벌부대는 실제로 사상률이 가장 높은 임무에 투입됐다. 이들의 사상률은 상당히 불규칙적이었고 운에 크게 의존했다.
한 번의 지뢰제거 임무로 부대의 80%가 쓸려나가는가 하면, 공세 선봉을 맡아 90%가 넘는 사상률을 기록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지휘관의 ‘실수로’ 보다 쉬운 임무를 맡는 경우 또한 존재했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 중 형벌부대에 복무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러시아 학자 크리보셰프는 1942년부터 총 427,910명이 형벌부대에서 복무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수치는 실상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전쟁 전 기간에 걸친 총 사망률을 계산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근사값을 나름대로 추측해볼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한다.
소련 57군 소속 제1 독립 형벌중대 통계에 의하면, 1942년 8월부터 1945년 9월까지 총 796명의 중대원이 전사했고 1,93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457명이 뛰어난 전공을 세워 사면 받고 117명이 형기를 마쳐 해방됐다. 마지막으로 39명은 실종되거나 탈영했다. 그 총 비율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942.08~1945.09까지 1 독립 형벌중대 사상률
사망
| 부상 | 조기사면 | 만기해방 | 실종or탈영 |
23.8% | 57.9% | 13.6% | 3.5% | 1.2% |
독일군 또한 전쟁 중 형벌부대를 운용했는데, 양국 형벌부대의 사상률은 유사했다고 한다.
독일군의 경우 형벌부대로 보내지는 일은 드물었으나 일단 보내진 경우 여간해선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소련군의 경우 형벌부대는 흔한 처벌이었으나, 그만큼 해방되기도 쉬웠다.
7. 영국 폭격기 조종사 사망률: 45%
영국 공군은 미국이 참전하기 한참 전부터 이미 독일에 대한 전략폭격을 수행하고 있었다.
주간 폭격의 손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 영국은 곧 야간 지역폭격 작전으로 중점을 수정했고, 이후 독일에게 처참한 인명손실을 강요했다.
그러나 그들 또한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전쟁 중 폭격기 조종사 45%가 전사했고 6%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8%가 포로로 잡혔고 몸성히 전쟁을 마친 조종사는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120,000명에 달하는 조종사 중 55,573명이 전사했다.
전쟁 전 기간을 살아남은 사례는 10%에 불과했다.
8. 독일 유보트 선원 사망률: 57%
유보트는 한때 영국의 목숨줄을 쥐락펴락하며 크나큰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시간은 결국 지나가버리기 마련이다.
연합군은 피를 토하는 인내와 희생 끝에 유보트 대처법을 완성했고, 독일군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쟁 중 48,000~50,00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유보트 함대에 복무했으며, 이들 중 34,000여명이 무자비한 연합군 대잠체계 앞에 목숨을 빼앗기거나 붙잡혔다.
9. 일본 특공대원 사망률: 74%
일본의 광기어린 항공특공에서 발생한 특공대원 전사자 수는 구체적인 수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군 2,525명, 육군 1,388명, 약 4000여명이 흔히 받아들여지는 수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특공대원들이, 미처 출격하기도 전에 종전을 맞았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수치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 기체 손실률을 통해 주먹구구로 근사값을 추측해볼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필리핀 전역에서 종전까지, 3300여대에 달하는 일본 항공기가 특공을 위해 출격했다.
그중 50대는 이동 도중 추락했고 2,400여대가 특공 도중 파괴되었으며, 나머지는 기체고장 등을 이유로 복귀했다.
기체 손실이 곧 승무원 사망에 가까웠던 특공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체 손실률을 작전에 나선 특공대원의 사망률로 연관시키는 게 과도한 처사는 아닐 것이다.
자료출처:
https://www.398th.org/History/KIA/index.html
http://www.usmm.org/casualty.html
merchant seamen during the war, by SIR William P. Elderton
Attrition: Forecasting Battle Casualties and Equipment Losses in Modern War, by Trevor N. DuPuy
Army Battle Casualties and Nonbattle Deaths In World War II Final Report 7 December 1941-31 December 1946 (Statistical and Accounting Branch Office of the Adjutant General, 1 June 1953)
The Procurement and Training of Ground Combat Troops, by Robert R. Palmer, Bell I. Wiley, and William R. Keast
Penal units in the red army by Alex Statiev, university of Waterloo, 2010.
https://www.bombercommandmuseum.ca/bomber-command/bomber-commands-losses/
이향철. (2006). 카미카제 특공대와 한국인 대원. 일본연구논총, 24(0), 265-328.
Hyang Chul Lee. (2006). Tokkotai Operation and 18 Korean Kamikazes of No Return. The Korea Journal of Japanese Studies, 24(0), 265-328.
neither sharks nor wolves: the men of nazi germany’s u-boat arm, 1939-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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