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전에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그것도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우선순위가 밀리는 편이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 흔한 원나블 조차 본적이 없고, 그나마 2000년대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몇개 봤을 뿐이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에 무지하고 그 특유의 감성에 어색하다.
그러다가 문득 이게 편견이지 않을까 싶어서 씹덕들이 좋아한다는 신카이마코토 필모를 타고 내려오는걸 이번 연휴 목표로 삼았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그리고 <날씨의 아이> 이렇게
1) <초속 5센티미터>
1부와 이후 잔여 분량은 다른 작품이라고 보는게 맞을거 같다.
1부는 내가 그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상호간의 통신이 편해진 지금에도 약속 시간에 대한 압박은 꽤나 크게 다가온다. 그러면 이전 세대에는 그 압박감은 더 컸다.
내가 어렸을때만해도 친구하고 약속잡으려면 학교에서 몇시까지 어디로 나와를 정하거나 친구집에 전화해서 친구 부모님을 통해 중계 받아야했다.
그런 시절이 1부에 깊게 녹아있다.
나무위키를 보니 두 주인공 사이의 거리는 서울 - 천안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
나이를 먹은 지금 그 거리가 좀 부담되긴 해도 못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렸을때는 그게 큰 장벽이다.
두 주인공을 가로막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겨울이라는 환경 /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바로 알 수 없는 장벽 / 시간 / 물리적 거리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이 저 4가지 조건을 모두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만든다는건 낭만 그 자체다.
거기에 현실에 입각하고 빛의 변화, 온도를 표현한 작화.
무진기행을 보는 듯한 섬세한 나레이션은 그 낭만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파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1부에서 서로의 진심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잊혀지기 시작한다.
2부는 잘 모르겠다.
남자는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 막연하게 멀리 나갈 뿐이다. 목표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막연한 곳으로 가고 있다.
작품에서 표현된 로켓도 어디를 향해 나가고, 이를 향하는 과정에서 어디를 들러서 스윙바이 기동을 하던가 혹은 근접 촬영을 하던가 아니면 궤도 수정 후 엔진 가동을 하던가 수많은 계획과 임기응변을 전제로 움직인다.
남 주인공은 자신이 로켓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속 5km의 속도로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3부는 남자는 몰락했다고 생각한다.
<탑건 : 매버릭>에서 아이스맨이 과거에 묶인 매버릭을 향해 "Time to Let Go"라고 조언한다. 과거에 연연하면 앞으로의 인연과 과정도 없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3부는 그러한 조언을 받지 못한 남자가 방황하다 동력원을 잃어버린채 미아가 되었다.
반면 1부의 여자는 추억이라는 동력원으로 살아왔고 순항하고 있다.
과연 남자는 무엇을 향해 살아왔던 것인가 그건 명확하지 않고 극에서조차 묘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무언가 깨닫는거 같다. 과연 그게 해결이 되었을까는 의문으로 남는다.
작품 전체적으로 도쿄, 가고시마의 배경은 사실적이지만 마냥 차갑지는 않았다.
냉정하지만 사람들을 품어준다. 그런 곳에서 주인공들은 살아간다. 순항하거나 목표를 잃었거나 혹은 재조정 중이거나.
2) <언어의 정원>
나에게는 청소년기 혹은 지금도 연상의 연인에 대한 환상이 있다.
하지만 이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핑계삼아 사람 간 이해 그리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두 주인공은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저 비오는 날 오전 공원에서 한가로이 만날 뿐이다.
각자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이다.
중학생이자 구두를 만들며, 요리를 잘하는 남자 / 직업도 나이도 모르지만 일단 연상이고, 맥주와 초콜릿을 먹으며, 고전시가를 읊는 여자.
그런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이름은 몰라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나아간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진실된 정보가 없다면 그 대화는 위선이되며, 거짓이 된다.
중후반부 서로의 관계가 드러나고,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그 파동은 격노의 파도가 된다.
누군가에게 부정당했을 때 그 사람을 미워해야한다. 증오해야한다. 하지만 마음은 잊혀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부정했을 때는 후회로 남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로 하지만 마음에 무언가 남긴채로
그게 사랑인지, 신뢰인지, 고마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해봤고 그를 통해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우고 진실된 대화를 하였으니.
작화와 음향이 아름다웠다.
서로의 마음이 비에 젖어가면서 아름다움을 투영하는걸 그리고 싶었나 보다.
<이상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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