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시절 들개한테 물려죽을뻔한 경험담임
내가 근무했던 부대는 산중턱에 있었고
근무지는 산정상에 있었음
아침저녁으로 근무교대하러 산을타야했는데
저녁에는 위험하다고 꼭 간부1 병사1 이렇게
2인1조로 같이 상하번 해야했음
당시 주로 같이 근무했던 중사님이
산길 올라갈때마다 무서운얘기해서 나 겁주곤했는데
보통 귀신얘기였지만 가끔은 산짐승얘기도 했었음
근데 귀신은 무서워도 산짐승은 어차피 동물아닌가?
해서 딱히 귀담아 듣진 않았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뀜
그날은 갑작스럽게 폭설이 내린 상초때 겨울날
일기예보에서도 눈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폭설이 내리니까 중대전체가 패닉이었음
뭣보다 간부들 관사는 산 아래에 있어서
눈으로 길이 막히니까 간부들 출퇴근이 막힌거임
그래도 근무는 올라가야하니까
혼자 눈발을 뚫으면서 근무지까지 올라감
그동안 둘이 다니다가 혼자 가려니까
전에들은 괴담생각나면서 개무서웠음 ㅋㅋ
오들오들 떨면서 걷다가 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딱 멈췄음 진짜 심장이 철렁하더라
손전등으로 비추니까 개 한마리가 천천히 걸어나오는데
불빛을 비춰서 그런가 눈이 번쩍번쩍 빛났음
본가에서도 개한마리 키우고있고 나도 댕댕이 좋아해서
살짝 안도했음 귀신은 아니구나 싶어서 ㅋㅋ
근데 보니까 얘 움직이는게 심상치가 않음
눈은 똑바로 마주보는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오는거임
시골동네 개처럼 밥달라고 꼬리흔들면서
쫄랑쫄랑 뛰어오는게 아니고
경계하는것처럼 꼬리세우고 짖는것도 아니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기분이 싸했음
춥고 눈오는데 계속 서있을순 없으니까
그냥 지나쳐서 다시 올라갔음
근데 계속 쫓아오네? ㅅㅂ
멀어지지도 않고 가까워지지도 않고
계속 따라옴
억지로 신경 안쓰이는척 하면서 올라가다가
돌아봤는데 진짜 기절할뻔 함
두마리가 늘어서 3마리인 거임 ㅋㅋㅋ
견종도 다 다른거 같고 크기랑 색도 다른데
반짝이는 눈 세쌍이 나를 쳐다보고있었음
무슨 도깨비불 같더라
그때 직감함
아 얘네가 들개구나
그냥 유기견이 아니라 진짜 들개구나
좇됐구나 ㅅㅂ 하고 진짜 본능적으로 느낌이 오더라
돌이라도 던져보려 했는데 눈이와서 돌맹이도 안보임
왁! 하고 소리지르니까 움찔 하긴 하는데
그래도 도망가지도 않았음 ㅋㅋㅋㅋ
뒤돌면 바로 달려들까봐 서로 마주보고 대치하는데
얼마나 서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그 추위에도 식은땀 줄줄 나고
시간은 멈춘거 같고 죽을맛이었음
그때 위치가 근무지 거의 다 와가는 부분이라
결국 움직여야겠다 결심하고 뒷걸음질로 올라가려 했음
지금 생각하면 병신같은게
눈오는 산길에서 뒷걸음질 치니까
당연하게도 넘어짐
그 넘어질때
땅에 닿기전에 느낌이 오잖음?
아 좆됐다 하는 느낌
그때 완전히 패닉에 빠져서
허둥지둥했음
바로 다시일어났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눈위에서 버둥거리니까
개들이 달려들었음
정확히 이 직전까진 기억이 굉장히 또렷함
심장 터질것 같고 식은땀 흐르는 느낌까지 생생한데
이후로는 상황이 분명친 않음
개들이 달려들었고
나는 넘어진 상태 그대로 반항했던거 같음
발로차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몸비틀면서 지랄 발광을 했는데
어두워서 보이는건 없지
개는 여러마리라 둘러싸고 물어대지
난장판이었음
딱 하나 분명히 기억나는게
한놈이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끌어당겼다는거
발로 차서 떨치려고 하는데도
다시와서 집요하게 물어당김
지금 생각해보면 산길 아래로 끌어내리려고
한게 아닌가 싶은데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필사의 사투 와중에
진짜 죽는다 싶을때
누가 존나 소리를 질렀음
손전등 빛만 보이고 무슨상황인지도
모르고 소리만 들렸음
깨갱하는 소리도 들리고
고함소리도 들리고
미치겠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불렀음
보니까 근무 같이서던 중사님이었고
갑자기 눈물이 진짜
미친듯이 쏟아지더라
그리고 기억이 끊김 ㅋㅋㅋ
나중에 들어보니까 기절한건 아니고
막 엉엉 울면서 중사님이랑 같이 도로 내려왔다는데
나는 기억이 안나고 중대내려와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음
그때 중대장이 일단 본부에서 응급처치만 하고
날 밝으면 군병원 가라했는데
중사님이 이새끼 광견병걸리면 어떻하냐고 해서
중사님 차타고 시내에 응급실 갔음
차타고 가는데 그때서야 아픈게 느껴지더라
온몸이 쓰라리고 뜨겁고 근데 동시에 춥고
응급실가서 주사 맞고 소독하면서
상처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물리진 않았었음
왼다리에 하나 오른손목에 하나
그거보다 돌바닥에 누워서 발광하느라
등판이랑 팔다리 걸레짝된게 더 컸음
전투복도 물린곳이랑 등이랑 엉덩이쪽이
너덜너덜해짐
생활관 복귀했는데 너무 아파서 잠이 안왔음
소독할때보다 더 아픈게
진짜 여기저기 불로 지지는 느낌이더라
그리고 근육통이 진짜 심했음
결국 침상에 엎드려서 밤새고
그때부터 거의 한달동안 계속 수통 왔다갔다하면서
주사맞고 근무 다 빼고 그랬음
다행히 후유증 없이 잘나아서 지금은 멀쩡함
흉터도 그리 크지 않고
이후에 부대에서 멧돼지 포수들한테
들개도 잡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잡았는지는 모르겠음
어쨌든 그 후로는 본적없고
중사님이 호신용 호각을 중대에 돌려서
항상 그거 꼭 쥐고 근무 올라갔었고
무사히 전역함
딱히 그 일때문에 개공포증이 생기고 그러진
않았음 지금도 본가 댕댕이랑 친하고
근데 개들이 몰려다니는건 무서움
귀신보다 더 무서움
얼마전에 들개에 사람 물려죽었다는 기사보고
옛날 생각나서 써봄
싱붕이들도 개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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