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호러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다 보니, 타 게임 장르에 비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장르’라고 여긴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굉장히 경솔한 선입견이었던 것 같아요.
이미 비주류는커녕 AAA급 타이틀을 계속해서 배출하고, 예나 지금이나 쭉 인기를 끌고 있는 호러 장르가 있잖아요. 바로 ‘서바이벌 호러’ 말이죠.
1992년작 ‘어둠 속에 나 홀로’ 가 장르의 시작을 알리고, 명작 공포게임 ‘바이오하자드’와 ‘사일런트 힐’이 게임플레이를 정립해나가면서 확고한 포지션을 가지게 되는 오늘날까지. 서바이벌 호러는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르인 동시에 굉장히 아이러니한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포심을 주는 존재랑 물리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장르라는 게 특히 그렇죠. 아무리 공포스러운 존재가 있어봤자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화끈한 수단이 언제나 손에 들려있다면 그걸 공포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겁에 질리기도 전에 먼저 바람구멍을 만들어 줄 수 있을텐데요.
그렇기에 정말 대단한 장르인 겁니다.
공포를 주는 주체와 맞서 싸울 수 있게 만드는 대신 파편적인 게임의 정보와 부족한 탄약 및 아이템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제약을 검으로써 공포와 맞서싸울수 있음에도 피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고, 자원 관리에 대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공포와 액션의 중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데 성공했으니까요.
또한 바이오하자드 리메이크 시리즈처럼 고전적인 시스템을 현대 게임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경우가 있는 반면, 고전 특유의 탱크를 모는 것 같은 뻣뻣한 조작감과 플스 1 시절의 로우폴리 그래픽을 구현함으로써 예전 그대로의 서바이벌 호러 양식을 그대로 이용해 기괴한 공포감과 그 시절의 향수를 동시에 챙기려 한 공포 인디게임들도 있는 등,
액션과 호러가 결합된 오묘한 구조와 등장했던 시대상 덕분에 이런저런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도 서바이벌 호러만의 개성이라 할 수 있고요.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오늘 리뷰할 게임인 시그널리스(Signalis)는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그널리스는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위험하고 괴이한 고깃덩어리들이 가득한 갱도로 몸을 던진 레플리카 엘스터 유닛의 처절한 일대기를 다룬 SF 서바이벌 호러 게임으로,
플레이어에게 제약을 거는 기본적인 구성 위로 로우폴리 그래픽과 파편적인 스토리 구성을 통해 고전 서바이벌 호러의 감성을 재현하면서 퍼즐이나 연출, 편의성 부분에서 세련한 구성을 보여주었죠.
시그널리스는 각종 무기들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긴 하지만,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적들을 피하면서 도처에 놓여있는 퍼즐을 푸는 것이 중점이 되는 정석적인 서바이벌 호러의 구성을 띄고 있는데, 플레이어에게 제약을 거는 부분이 꽤 독특합니다.
레벨마다 탄약이나 회복약 같은 자원들을 수급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쪼달린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부러 낭비를 하거나 적들을 찾아다니면서 쏴 죽이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모자라지는 않은 정도로 수급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자원의 운용이나 전투에 있어서 상당히 제한받는 느낌이 든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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