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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멍멍이처럼 가고 싶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9) 2023.06.06 16:14:47
조회 176 추천 4 댓글 2

우리 멍멍이는
18살이 되서 갔어.

처음엔 귀가 안들리게 되고
털이 하얘지고
눈동자가 하얘지고
치매가 왔어

11월 28일에
좋아하던 과자가 떨어졌어
그건 동네 마트에서 산 우유과자였는데
떨어질것 같아서 마트 갔더니
이젠 안판대더라고
인터넷에서 파나 뒤져보니 팔길래
일일이 마트가기도 귀찮았어
한번에 잔뜩 사자
그래서 40봉을 사서 11월 30일에 왔어

그날 친구랑 놀며 그런 이야길 했어
우리 멍멍이가 우유과자를 잘먹는데
그거 떨어져서 우울해하고 있다고
오늘 잔뜩 올테니 멍멍이가 좋아한거라고.

그 과자
한봉
단 한알도 안 먹었어

그 때부터 우리 멍멍이는
안 먹더라고. 뭐든지.

그래서 내가
유동식을 만들어 입에 넣어줬어.
고구마. 꿀. 황태. 미음
우리 멍멍이가 잘먹던건 다 넣어서
입에 넣어줬어

참 이상한건
그래도 운동은 했어
마당에 풀어주면
비틀비틀 계속 돌아다녔어

12월에 의사님이 그러더라
개의 몸엔 큰 이상이 없는데
개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살아간다고
그게 없으면 그냥 안먹고 죽는대.

그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어
우리개 천년만년은 아니어도
오늘. 내일.
다음주.
다음달.
내년.
지금까지 그랬듯
그냥 같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이윽고
우리 멍멍이는 번데기처럼
동그란 자기 침대속에서만 있게 되었어
거기서 물 마시고
거기서 오줌싸고
응아는 희한하게 마당에 풀어놓을때만 했어
개는 스스로는 전혀 침대서 나오지 않았는데
마당에 내려놓으면
비틀비틀 일어나
마당을 계속 돌았어

귀도 안들리는데
치매인데
그래도 마당을 도는걸 보면
걷는다는게 이 개에게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어
매일 일정시간 마당에 풀어놓았어

그때도 슬프지 않았어
죽을줄 몰랐거든

그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멍멍이 침대로 가서
숨쉬는걸 확인하고
오줌싼거 시트를 갈아주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물을 먹이고
침대 환기겸 몸 말릴겸 운동을 시켰어

참 얌전해서
애기네 애기야 라고 말이 나오더라

퇴근하고 또 이걸 반복하며
노래를 불렀어

나는 옛날부터
우리 멍멍이가 죽을때가 되면
노래를 불러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들라
둥둥 아기 잘자거라
예쁜 아기 자장

근데
귀가 먹었단걸 알았을 때 생각했어
죽을 때가 아니라
그냥 언제나 불러줘야 했어
들릴때
뭐 내 개가 내 노래 듣고싶어할린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언제나 이 노래를 부르며 재웠어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언제까지라고 괜찮다 싶었어
사연 많고 설움 많았던 우리개가
이렇게 얌전히 애기같아졌으니
나쁘지 않다 싶었어

그렇게 겨울이 끝나기 전
우리 개는 스르륵 조용히 갔어
잠자는것 처럼 조용히 따뜻하게

정말로 깨끗하게 조용히.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관 안에
우유과자를 하나 넣어주었는데
40봉이나 사서
우리 멍멍이와 함께한 단 한조각이었네

이때 멍멍이의 사진을 나중에 봤는데
깜짝 놀랐어
멍멍이가 거의 뼈와 가죽만 있더라구
이렇게까지였어?

멍멍이는 11월 30일부터 안먹기 시작해서
1월 20일에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 동안
몸에 남은 단 하나의 살까지 다 쓰도록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삶을 지탱하는 모든것들이 다 소진될때까지
열심히 살며
꼿꼿하게
깨끗하고 우아하고 평화롭게 가다니
참말로
우리집 강아지지만 기특하지 뭐야.



요즘 몸이 너무 힘들어서
오래 살것 같지가 않어.
그래서 생각이 드는데
갈때는 나도 우리 멍멍이처럼 가고 싶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할 때까지
열심히 살며
조용히 깨끗하게 가고싶어.


근데 안될거 같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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