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잘생긴 외모나 본인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거의 희생에 가까울 만큼 헌신하는데 정작 그 헌신의 대상인 선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부분이 큰 듯함

참 사람이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이혁만 봐도 결핍의 아이콘처럼 선이에게 몸이든 마음이든 다 내놔라 끊임없이 바라고 갈구하잖음

이게 의도하면서 쓴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혁이랑 정상책은 정말 동전의 양면처럼 비슷한 듯 다르면서 그 차이가 극단적임

선이는 이혁과 함께하는 순간의 대부분을 심적으로 괴롭고 힘들게 보내는 반면 정상책과 함께할 때는 늘 편안해 보이고 여러모로 위로받고 있음

오선이-이혁은 여러 가지 사정과 감정이 얽히고설킨 세속적인 관계인데 이에 반해

오선이-정상책의 관계는 마치 동화처럼 서정적이면서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현실성마저 느껴짐

독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상책은 보답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감정으로 무조건적인 헌신을 퍼붓고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음

또 선이의 관점에서 보자면 과거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이혁을 온전히 미워할 수도 없고 이혁이 저지른 현재의 과오 때문에 이혁을 온전히 사랑할 수도 없는 순간에

나타난 절대적인 아군, 정상책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동시에 이 상황에 지쳐서 의지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이해가 됨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자기 자신이 부끄럽고 너무 혼란스러우니까 다 버리고 떠날 생각까지 하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함

아무리 왕족이고, 한 나라의 왕으로 산 세월이 있어도 아직 22살밖에 안 됐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함

정상책 불쌍한 거야 몇 번을 말해도 입 아프지만 이혁도 내심 불쌍하긴 함...

어린 시절 부모에게 입은 상처는 평생을 간다던데 그게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된 것 같고

분명히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지적하고 뜯어말릴 사람이 아무도 곁에 없었다는 게 딱할 뿐

아마도 권선징악 확실하고 냉소적인 유쓰앵님 타입으로 봐서는 오선이와 정상책은 그래도 좋은 결말을 맞이할 것 같은데

이혁은 지은 죄가 있기 때문에 무슨 엔딩이든 100%의 행복을 얻고 끝나기는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듦

평생 해결되지 않을 고뇌를 안고 살아야 하는 선이도 불쌍하고... 모르겠다 이건 읽을수록 다 불쌍해 ㅠㅠ

현실적으로 모두가 다 하하호호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런 엔딩은 없을 것 같아서 더 씁쓸하네 젠장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