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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예배당 꼬마의 눈물

운영자 2017.05.22 09: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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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예배당 꼬마의 눈물

  

아내와 이따금씩 섬 여행을 한다. 어려서부터 섬마을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었다. 의사가 되어 섬에서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었다. 섬마을의 바다가 보이는 초등학교 선생님도 또 언덕 위 하얀 예배당의 목사님도 보랏빛 아름다운 낭만일 것 같았다. 울릉도 여행길에 맑은 녹색의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물가의 작은 교회에 들어갔다. 젊은 목사가 단 위에서 새로 교회로 온 신도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오늘 두 가정이 교회로 오셨습니다. 일어나시죠.”

젊은 부부가 서너 살쯤 되는 딸과 아들을 안고 나무의자에서 일어났다. 

“이곳 섬의 의료원으로 오신 의사선생님 가족입니다.”

신도들 사이에서 박수소리가 났다. 오십대쯤의 여성신도가 빨간 꽃 한송이를 새 신자 가족에게 가져다주었다.

“또 다른 신자 분은 이곳 초등학교로 부임하신 선생님입니다.”

앞에 서 있던 삼십대 초쯤의 여성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새 신자를 환영하는 찬송이 흘렀다. 젊은 시절 막연한 꿈을 현실에서 다 보게 된 셈이다. 섬으로 온 의사와 선생님이 목사님과 교회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대여섯살 쯤 되어 보이는 섬의 아이들 아홉명 가량이 단으로 올라왔다. 뒤에서 목사가 설명했다.

“오늘은 저희 교회 유치부 학생들이 여기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 찬송과 무용을 하겠습니다.”

흰 티셔츠와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꼬마들이 나와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작은 몸을 흔들고 손을 들어 허공을 이리저리 찌른다. 그러다 짝을 지어 손을 잡고 옆으로 한 바퀴 돌 때였다.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맨 앞에서 흥겹게 춤을 추다가 멈칫했다. 자기는 손을 잡을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음악이 흐르고 꼬마들의 율동이 계속됐다. 무대 앞에서 혼자 주춤했던 꼬마가 다시 춤을 추었다. 다시 꼬마들이 짝을 지어 머리위로 양손으로 하트모양을 하고 난 후 짝을 지어 손을 잡고 한바퀴 똘 때였다. 춤추던 꼬마 여자아이는 손을 잡을 아이가 없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아이는 꾹 참고 혼자 돌고 나서 계속 춤을 추었다. 다시 음악이 흐르고 꼬마들이 춤을 추었다. 세 번째 짝을 지어 손을 잡고 돌 때였다. 다시 혼자가 된 꼬마아이는 드디어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꼬마들의 공연을 보는 신도석에서 “저런 저런”하고 아이를 안타까와 하는 소리가 났다.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가 얼른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며 예배당을 나갔다.

그 다음순서로 목사의 설교가 있은 후 예배가 끝이 났다. 섬마을 교회의 신자들은 뒤에 앉았던 우리부부를 보고 밥을 먹고 가라고 친절하게 권했다. 예배당 한쪽 방에 신도들이 모여 먹을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옆에 있던 아내가 조용히 아까 울던 그 여자 꼬마아이를 찾으면서 말했다.

“그 꼬마가 앞에서 춤을 제일 잘 췄어. 처음에 손을 잡고 돌 짝이 없자 당황하면서도 잘 참았어. 두 번째도 짝이 없자 울먹하는 거 같은데도 꾹 참고 다시 춤을 추는 거야. 그놈 장하다 싶었지. 그런데 세 번째도 손잡을 짝이 없자 드디어 울음이 터진 거야. 꼬마로서는 많이 참았어.”

울던 꼬마아이가 예배당 복도 구석에 혼자 서 있었다. 채 다섯 살도 안 된 것 같았다. 눈에는 아직도 눈물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아내가 오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어 작게 접어 아이의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오늘 하나님이 아주 잘했다고 좋아하셨어. 엄마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선물을 주시는 거니까 엄마하고 맛있는 것 먹어?”

꼬마는 돈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냥 가만히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섬마을 교회 문을 나오면서 늙은 아내가 내게 말했다.

“성령이 꼬마에게 칭찬과 선물을 주고 가라고 하셨어. 틀에 박힌 거 보다 이제는 내 식으로 헌금을 내고 싶어.”

섬마을 바닷가 예배당 위로 밝은 햇살이 내려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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