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부>

유이: 유키농유키농! 어제 찍은 사브레 사진인데 어때? 하품하는 모습 귀엽지 않아?!

유키노: 그, 그래… 귀엽구나.

유이: 어…? 별로야? 우음…… 

하치만: 유이가하마, 너 바보지? 개를 무서워하는 애한테 개 사진을 보여봐야 좋은 소리 들을 리가 없잖아.

유이: 어? 그랬던 거야?

유키노: 별로 무서워하는 건 아냐. 그냥 대하기 어려운 것뿐.

하치만: 그걸 세간에서는 무서워한다고 하거든?

유이: 아, 그래도 힛키는 개 좋아하지?

하치만: 뭐, 예전엔 길렀던 적도 있으니까.

유이: 이 사진 어때?! 귀엽지 않아? 하품하는 모습 찍는 건 좀처럼 힘들다고. 네어 사진이야!

유키노: ……설마 레어 사진을 말하는 걸까?

하치만: 레어도 모르다니, 너 진짜 우리 학교 어떻게 들어온 거냐… 네가 소부고에 합격할 확률이 슈퍼레어 뽑을 확률보다 낮을 것 같다만……

유이: 조금 실수한 것뿐인데 또 그렇게 바보 취급하고! 그래서? 

하치만: 그래서라니?

유이: 사진을 본 감상은 없는 거야?

하치만: 아, 그래, 귀엽다 귀여워.

유이: 증말~! 너무 건성이잖아!

하치만: 그래,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너무 귀여워서 우리 집 개로 삼고 싶을 레벨이다.

유이: 어…? 어… 힛키가 꼭 그러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하치만: 아니, 필요 없거든? 뭘 진지하게 떠넘기려는 거냐…

유키노: 그래, 유이가하마. 히키가야와 같이 살게 하면 사브레에게 폐가 되잖니.

하치만: 야야, 왜 내가 애완동물에게 폐가 되는 거냐고.

유키노: 어머, 장래희망이 기둥서방인 히키가야는 길러지기를 원하는 거 아니었니?

하치만: 내가 되고 싶은 건 기둥서방이 아니라 전업주부거든?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인간 여자 한정이다. 뭐, 토츠카는 예외지만.

유이: 사이를 너무 좋아하잖아! 힛키, 진짜 기분 나빠!

유키노: 게이가야, 적어도 바이가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렴.

하치만: 멋대로 사람을 동성애자로 몰지 마라. 난 어디까지나 노멀이니까. 동성과도 이차원과도 다른 종과도 결혼할 생각 없으니까.

유키노: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유이: 아, 맞다! 힛키, 사브레 사진 힛키한테도 보내줄까?

하치만: 뭐? 아니, 필요 없는데.

유이: 좀 전엔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했잖아!

하치만: 아니… 그야 하긴 했다만…

유이: 아무튼 보내줄게~

하치만: 됐… 아, 그래, 알았다.

유이: 됐다. 보냈어!

하치만 (확실히 귀엽다면 귀엽지만, 솔직히 전혀 필요 없다. 동물 사진 같은 거 모으는 취미는 없다고. 유키노시타도 아니고……)

하치만 (뭐, 그래도 보냈으니까 일단 확인은 해야……)

하치만: 쿠렉푸ㅡ!?

유이: 왜, 왜 그래!?

유키노: 히키가야, 갑자기 괴성을 지르지 말아 주겠니?

하치만: 아, 미안하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사레가 들린 것뿐이다.

유이: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하치만 (아무것도 아니라고는 말했지만, 사실은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사브레 사진을 보낸다던 유이가하마가 사브레가 아니라 전신 거울 앞에서 찍은 속옷 차림의 자기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하치만 (아마도 쇼핑몰 구매 후기로 쓰려고 찍었거나, 일부 여자들이 한다는 젊고 아름다운 시절의 몸매를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찍었던 게 사브레 사진이랑 섞여 잘못 보낸 거겠지.)

하치만 (당연히 애인도 뭣도 아닌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되는 사진이 아니지만……)

유이: 힛키, 더 필요하면 말해. 다른 사진들도 있으니까~

하치만: …아니, 이젠 됐다. 

하치만 (사브레 사진이 아니라 실수로 속옷만 입은 사진을 보냈다고 어떻게 말하겠냐고……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나만 나쁜 놈이 되고 뭐라 말하기 힘든 미묘한 분위기가 될 게 눈에 선하다.)

하치만: 아, 그 뭐냐… 오늘은 슬슬 끝내도 되지 않겠냐? 더 기다려봐야 올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유키노: 그러네. 오늘은 그만 끝마치자꾸나.

유이: 응, 그럼 내일 봐~ 힛키, 유키농~

<그날 밤, 히키가야 집>

하치만: ……

하치만 (이거 대체 어쩌면 좋은 거냐…… 역시 지우는 게 좋겠지…?)

하치만: ……

하치만 (유이가하마를 위해서라도 지우는 게 마땅한 도리겠지만, 내 안의 젊은 혈기가 지우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하치만 (요컨대 그거다. 입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몸은 솔직한 거다.)

하치만: ……

하치만 (유이가하마의 몸매가 좋다는 거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치만 (역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군. 사진으로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보게 되면 대체 어떨지……)

하치만: ……

하치만 (근데 진짜 가슴 크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얼굴을 파묻어보고 싶다…)

하치만: ……

하치만 (라니, 난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냐고… 지우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이가하마로 그런 생각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치만: ……

하치만 (그전에 한 번만 뽑을까……) 

위이이잉

하치만: 힉!? 아, 메일인가… 켁… 하필이면 유이가하마냐… 타이밍 한번 죽이는군……

하치만: 어디어디……

FROM ★☆유이★☆:

TITLE 힛키~

힛키, 자? (oﾟ ─ﾟ o)??

하치만 (평소처럼 자기 전에 보내는 잡담인가…… 솔직히 좀 귀찮지만, 오늘은 차라리 잘됐다. 유이가하마와 아무래도 좋은 쓸데없는 메일을 하면서 피가 한쪽으로 쏠린 몸을 진정시키는 거다.) 

FROM 힛키♡

TITLE Re:

안 잔다…… 라기보다는 너 때문에 잠 다 깼다.

FROM ★☆유이★☆:

TITLE Re2:

어?! 내가 깨운 거야?! Σ(ﾟДﾟlll  

미, 미안…… 

FROM 힛키♡

TITLE Re3:

괜찮아. 갑자기 무슨 일인데?

FROM ★☆유이★☆:

TITLE Re4:

응, 별건 아니고 아까 사브레를 목욕시키고 나서 사진 찍었는데 굉장히 귀엽게 나왔거든! 

그래서 힛키한테도 보여주려고 (〃ω〃)

FROM 힛키♡

TITLE Re5:

너 진짜 너희 집 개 좋아하는구나

FROM ★☆유이★☆:

TITLE Re6:

사브레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니까~

FROM 힛키♡

TITLE Re7:

뭐야, 너 혹시 동생이 있었으면 했던 거냐?

FROM ★☆유이★☆:

TITLE Re8:

우음ㅡ 난 외동이니까. 어렸을 적엔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었거든

FROM 힛키♡

TITLE Re9:

뭐,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되지 않겠냐? 네가 원한다면 한 명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만

FROM ★☆유이★☆:

TITLE Re10:

어, 어!? 그야 나도 여동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아직은 좀 이르다고 할까… 아직 고등학생이고…

FROM 힛키♡

TITLE Re11:

뭐? 지금도 늦었는데 더 늦으면 좀 그렇지 않겠냐? 나이 차이도 여동생이 아니라 딸뻘이고. 너희 어머니 폐경기가 빨리 오실 수도 있으니까

FROM ★☆유이★☆:

TITLE Re12:

아… 그쪽 얘기였구나… (´・ω・`)

아, 맞다. 사브레 사진 보내줄게. 감상 들려줘~ (*ﾟ▽ﾟ*)

FROM 힛키♡

TITLE Re13:

아니… 감상이라고 해도 말이지…

하치만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난 대답만 하면 되는 거냐?) 

위이이잉 

하치만 (아, 왔나. 어차피 별건 아닌 사진이겠지만…) 

하치만 (오, 이번에는 제대로 사브레 사진이군.) 

하치만: ……

하치만 (사브레 사진인 건 맞다. 목욕 시키고 나서 털을 말린 직후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응, 제대로 사브레 사진이다.) 

하치만 (사진 왼쪽 구석에 있는 거울 속에 전라의 유이가하마가 비쳐있지만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거다.) 

하치만: ……

하치만 (뭐냐고 이거…… 바보야? 유머 사이트에 짤방으로 돌아다니고 싶은 거야?) 

하치만 (불행 중 다행히 은밀한 곳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최대 사이즈로 확대해서 확인해 본 거니까 확실하다.)

FROM ★☆유이★☆:

TITLE Re14:

힛키, 어때? 웃는 얼굴 완전 귀엽지 않아?!

FROM 힛키♡

TITLE Re15:

어, 귀엽네. 너무 귀여워서 잠도 못 잘 것 같다

FROM ★☆유이★☆:

TITLE Re16:

잠도 못 잘 정도야?!  Σ(ﾟДﾟ  )

그러면 사브레 사진 더 보내줄까?! ((((o(*ﾟ▽ﾟ*)o))) 

FROM 힛키♡

TITLE Re17:

아니, 이미 충분하니까 됐다. 그보다 졸려서 슬슬 자고 싶은데

FROM ★☆유이★☆:

TITLE Re18:

아, 그렇구나. 잘자 힛키~ 사브레 꿈꿔~!

FROM 힛키♡

TITLE Re19:

아니, 그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하치만 (그나저나 이 사진들 진짜로 어쩌면 좋은 거냐……)

하치만 (내일부터 유이가하마를 무슨 얼굴로 보면 좋은 거냐고……) 

<다음날 봉사부>

하치만: 후아아암~~

유이: 힛키 오늘 많이 졸린 가보네. 수업 중에도 계속 꾸벅꾸벅 졸았고.

하지만: 어, 어? 아, 어제는 잠을 많이 못 잤거든……

유키노: 히키가야, 하품할 때는 입을 가리렴. 그 정도 매너도 모르는 거니?

하치만: 야야, 너도 하품할 때 입 안 가리잖아. 자기도 안 하면서 뭘 남한테 설교를 하는 거냐.

유키노: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제대로 가리고 있어.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하품하는 모습도 그림이 되지만 너는 아니잖니.

하치만 (망할,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이 열 받는군……)

유이: 아하하. 근데 뭘 했길래 잠을 못 잔거야? 메일로는 그만 잔다고 했었잖아?

하치만: 어? 어, 그 뭐냐…… 사브레 생각이 자꾸 나서 잠이 안 왔다고 할까……

유이: 그래?! 사브레 사진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하치만: 어, 어어……

유키노: 네가 그렇게 개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고양이 쪽을 더 좋아할 거로 생각했는데……

하치만: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다만…… 뭐, 됐다. 

유이: 힛키! 그러면 이따가 사브레 사진 더 보내줄까? 아, 유키농도 보내줄까?

유키농: 고마워 유이가하마. 하지만 괜찮아.

하치만: 나도 됐다.

유이: 뭐어ㅡ? 잠도 안 올 정도로 좋은 거 아니었어?

하치만: 그래서 싫다고.

하치만 (보고 있으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다 못해 불끈불끈 해지니까. 덕분에 아까부터 유이가하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유이: 자고 있는 사브레도 엄청 귀여운데……

하치만: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으면 미우라나 에비나한테 보여주면 되잖아.

유이: 그치만 유미코는 개 별로 안 좋아하고… 히나는 동물 자체를 싫어하고… 그러니까 힛키가 봐줘! 

하치만: 아니, 나도 별로……

유이: 쫌! 힛키는 개 좋아하잖아! 딱히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하치만: 아니, 나가잖아… 데이터 수신료…

유이: 우으……

하치만: 아, 알았다 알았어. 마음대로 해라.

유이: 진짜!? 응! 이따가 찍어서 보내줄게! 

<그날 밤, 히키가야 집>

하치만 (유이가하마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엄청나게 기대된다. 사브레 사진.) 

하치만 (어찌나 좋았는지 어제는 결국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보고 있었다. 사브레 사진.)

하치만 (이 이상 사브레 사진이 늘어나는 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된다. 사브레 사진.)

하치만 (뭐, 사브레는 아무래도 좋지만.)

하치만 (하지만 뭐. 이번에는 아마, 아니, 분명 실망스러운 사진이겠지. 그런 우연이 몇 번이나 연속해서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위이이잉

하치만: 드디어 왔나…… 어디어디

하치만 (한번 일어나기도 힘든 우연. 그런데 그 일어날 리가 없는 우연이 연속해서 일어난다면, 그것은 정말로 우연일까?)

FROM ★☆유이★☆:

TITLE 힛키, 사브레 사진 찍었어~!

이번에는 사브레가 자는 모습을 찍어봤는데 어때? (*ﾟ▽ﾟ*)

FROM 힛키♡

TITLE Re:

어. 뭐… 오늘도 귀엽네.

FROM ★☆유이★☆:

TITLE Re2:

그치? 역시 힛키도 좋아할 줄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

FROM 힛키♡

TITLE Re3:

어. 뭔데?

FROM ★☆유이★☆:

TITLE Re4:

이번 주말에 사브레 보러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사브레도 힛키 좋아하고……

하치만: ……

하치만 (이전의 나라면 분명 단번에 싫다고 거절했었을 거다. 하지만……)

FROM 힛키♡

TITLE Re5:

생각해보마

하치만 (잠자는 사브레와 함께 찍혀있는 유이가하마의 새하얀 허벅지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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