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그녀의 영정에 침을 뱉어라

MSG는몸에해롭지않다(183.106) 2015.06.07 03:14:56
조회 31 추천 0 댓글 0


간만에 소설 씀. 읽고 관심 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 맑은 날의 일이었다. 새벽녘부터 수탉 우짖는 소리가 귀에 말벌이라도 한 마리 들어앉아 쏘아대는 것 마냥 시끄럽길레, 통 못 자겠거든 밭일하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검은 들판으로 통하는 길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해괴한 변고인지, 살아 생전 사람 다니는 꼴을 본 적이 없는 검은 들판 쪽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드리우더니, 떼 묻은 넝마 하나 뒤집어 쓴 거한 한 명이 멀리서 다가오는게 보였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은데 졸린 탓인지, 멍하니 서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코 앞을 지나갈때까지 그렇게 있었다.


 장원 서쪽 구석탱이에 사는 빌헴 영감의 논에 물 대는 개천에서 세수를 하고 나서, 졸음이 완전히 가시자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때는 귀신을 본게다 했지. 흉흉한 시절이이었다. 언데드니 망령이니 하는 부류가 사람 사는 동네 한 복판에서 버젓히 돌아다녀도 이상할 것 하나 없었다. 그런 못 볼 걸 보고도 목이 붙어 있으니 다행이다 생각했더니 해가 중천에 걸릴 즈음 되자 고따위 것 별 일 아닌 일이라고 신경도 안 쓰였다.


 집에 돌아가봤자 곧 딸년 결혼날인데 하루종일 밭일이나 했냐고 잔소리 들을게 뻔해서, 일찌감치 일을 끝내놓고 걸어서 한 시간 족히 걸리는 목 메인 수탉까지 갔다. 술 퍼마시고 아침에 못 다 잔 잠이라도 푸근하게 잘 속셈이었다.  술값이야 외상으로 달아놓으면 세금 내는 날도 멀었으니 마련할 방법이야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는가.


"오랜만이구만 그래."


 술집 주인, 바스통은 돈 깨나 있는 사람치고는 성격이 좋았다. 달아 놓은 빚이 옛 저녁에 수십푼이 넘었는데, 언제나 맞아주는 얼굴이 웃는 낯이었다. 반대로 바스통네 여편네는 내 마누라 만큼은 아니어도 성품이나 인격 따위가 원만한 편은 아니어서, 그렇게 웃는 낯인 바스통 옆구리를 영주님네 저택 기둥만한 손가락으로 찔러댔지만, 다행히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잘 된 일이다. 


"그런데 오늘 말이야..."


 술기운이 오르자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기억났다. 화젯거리가 되겠다 싶어서도 아니었고, 별 이유도 없이, 그냥 별난 일이기도 하겠다 말하자 싶었던 것이다. 한창 있었던 일을 떠들고 있는데, 바스통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가락으로 어두컴컴한 그림자 밑으로 먼지가 잔뜩 쌓인 가게 구석탱이를 가리켰다.


 방향대로 돌아본 순간, 하마터면 숨이 멎는 줄로 알았다. 가게 안에서 가장 어두운 구석탱이에, 먼지 색깔 넝마를 뒤집어 쓰곤, 새파란 흰자위를 희번덕거리고 있는 아침의 거한과 눈이 맞은 것이다. 턱 괴는데 쓰기도 힘들겠다 싶은 꾀죄죄한 테이블 주위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덩치와 어울리지 않아 한편으론 퍽 우습기도 했으나, 눈깔... 그 꼬챙이로 찌르는 듯한 그놈의 눈빛이 내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만약 그 때 술집 문이 요란하게 쾅 소리 내며 열리지 않았거든,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아랫 동네 사는 말콤이 얼굴이 씨뻘겋게 되어서는 손으로 열어도 될 문을 굳이 온 몸으로 부딪쳐 열어서는 술집 안으로 뛰어들엇다.


"여기서 무슨 지랄병들이야! 타종 소리 못 들었어? 도적떼야!"


 말콤이 곧 숨넘어갈 사람처럼 켁켁 소리나는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고함쳤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눈깔 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마누라, 딸년 얼굴이 머리 속에서 얼핏 스쳤다. 금방 기분이 뒷덜미에 칼이라도 드리워진 것 마냥 서늘해졌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바스통이 술집을 뛰어나가는 동네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맨 손으로 싸울겨? 이거 갖고 가야지!"


 바스통이 손에 든 것은 커다란 나무막대 끝에 쇠사슬, 그리고 다시 그 끝에 길쭉하거나 둥그런 철뭉치를 달아놓은 요상한 물건이었다. '남부촌놈식 인사'라고 불리는 그놈은, 말 그대로 휘두르면 쇠사슬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쇠뭉치가 머리가 되어 남부의 촌놈들이 인사하는 것처럼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숙이는데, 그 놈에 맞으면 갑옷 입은 기사 나으리든지 시끄럽게 쨍알거리는 고블린 개자식이든지 머리통이 박살나는 고약한 물건이었다. 


 이 근방이 전쟁통이 되고 나서 영주님이 고작해야 밭메는데 쓰던 농기구나 휘두르던 영지민들에게 동네 지키는데 쓰라고 마을 곳곳에 보관하게 한 흉기였다. 서두르는 와중에도 그걸 받아들고, 다른 마을 사람들이 집회소 쪽으로 뛰는데 나 혼자 반대쪽으로 달렸다.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은데, 대답하는데 쓸 숨조차 아까웠다. 이제부터 전력으로 뛰어야 했다.


 사는 집은 목 메인 수탉보다 타종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리 술집 안이 시끄럽다고 해도 그렇지, 거기서 못 듣는 타종 소리를 가는 귀 먹었냐는 소리를 곧잘 듣는 마누라나 딸년이 들었을리가 없다. 


 숨이 턱까지 찼다. 취한 두 다리가 뜻대로 되지 않고 쉴새없이 후들거렸다. 토할 시간이라도 있었거든 진작에 속에 있는 걸 모조리 게워냈을게다. 그래도 멈출수가 않았다. 아니, 멈출수가 없었다.


'곧 결혼날인디.'


 지가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금반지가 딸년 결혼반지였다. '손구락 끝에 백힌 무늬 다 지워지겠다 이년아!' 날이 새도록 그걸 문지르고 앉았길레 돌아보지도 않고 고함쳤다. 그렇게 고함치는 와중에도 흐뭇했지. 딸이 저렇게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영주님은 세금도 적게 거두시는 좋은 분이었지만, 그래도 농노 딸년 팔자가 어디 가진 않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 귀하게 기르고 싶었는데 어려서부터 굳은 일은 다 도맡아 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웃고 있지. 마누라도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슬쩍 물어보니, 나랑 똑같은 생각이라길레 역시 내 마누라다 싶었다. 가족 전체가 딸의 결혼식 덕택에 기분 좋게 매일을 지내고 있었다.


 딸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일게다. 인생에서 단 한 번, 행복할 수 있는 때일게다. 그러니까 멈출 수 없다. 숨넘어가 뒈지더라도, 집안 식구 무사한 꼴 보고 뒈질게다. 


그 때 멀리서, 시뻘겋게 불 피어오르는 광경이 보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 명이라도 이거 읽고 다음편 궁금하다고 하는 사람 있으면 연재함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2550299 [움짤] 남자가 항문보지로 느낄 수 있는 쾌감 [1] 김샛별(112.159) 15.06.05 496 0
2550298 아니 생각해보셈 스티븐 킹이 차사고당하고 이후 트라우마로 점철된 스토리만 빵케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51 0
2550296 삼성병원 7명 추가 확진 [1] ㅇㅇ(112.153) 15.06.05 69 0
2550294 연민과 동정의 차이에 대한 의견 feat.스피노자 [7] 호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390 0
2550293 와 지금 좆크보 순위 존나 깔끔함ㅋㅋㅋㅋㅋㅋ 병신애자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41 0
2550292 샛별이 사이트 들어가니까 방희연 같은 혐오 동영상이 잔뜩 [3] ㅇㅇ(66.249) 15.06.05 118 0
2550291 [움짤] 자급자족 좆물 [1] 김샛별(112.159) 15.06.05 316 0
2550290 사실 판갤에서는 라노벨 이렇게만 보면 됨 [2] 용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106 0
2550287 그러고보면 가네시로 어쩌구놈 작품엔 왜 툭하면 자이니치가...? [6] 빵케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93 0
2550286 이건희 ㅌㅌ [1] ㅇㅇ(112.153) 15.06.05 77 0
2550283 단 거... 단 걸 촵촵하고 쉽다...! dumbsho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39 0
2550281 [움짤] 요즘 카인서버 여법 페디큐어 얼마나 하죠? 김샛별(112.159) 15.06.05 245 0
2550280 제가 돈값계수 0.9 이상 되는 라노벨들만 추천해드립니다 [6] 까치우(121.162) 15.06.05 131 0
2550279 시간관념이 사라진 것 같다.. 소시테.. AcroEditO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31 0
2550278 윾희왕 예언ㄷㄷ ㅇㅇ(58.237) 15.06.05 45 0
2550276 핼값 개창렬하네 롤알못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28 0
2550275 그러니까 노벨배틀러 읽고 천국 갑시다. 한여울지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29 0
2550274 강명운 작가가 그런 오글거리는 작품 잘쓰는거 같음 [1] 용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404 0
2550273 룸넘버... 첫 장 넘기자마자 임팩트 쩔었지... [1] 타임머신(121.129) 15.06.05 54 0
2550268 사립 사프란은 그 시점이 개좆같아서 보다 접었는데 [1] 용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77 0
2550267 박원순이가 이겼나보네 [2] dd(112.153) 15.06.05 102 0
2550263 무협 내공쓰는 새끼들 존나 미개하지않냐 ㅇㄹㅇ(66.249) 15.06.05 36 0
2550262 샤님 감사합니다 ㅇㅇ(122.252) 15.06.05 34 0
2550261 1년간 100개 약간 넘는 에픽을 먹었다 [2] 롤알못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98 0
2550259 [펌글] 내가 7대 불가사의가 된 이유 감상 ― ArKaeins [2] 까치우(121.162) 15.06.05 249 0
2550257 [움짤] 샛별이는 류세린 글 처음 접한게 언리쉬드였는데요 김샛별(112.159) 15.06.05 619 0
2550256 판갤 라노벨 추천 명작 [2] 용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255 0
2550255 캍,웉,홍 이나 칱,온,말 등등도 별로라 생각했었지만 이... 삽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44 0
2550253 데군덜 데군덜의 소설 불감증을 단박에 없어줄 소설이 왔다 ㅇㅇ(66.249) 15.06.05 27 0
2550252 심검 이기어검 같은 칼자루 보단 주먹이좋던데 175.21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41 0
2550250 웨펀마스터가 인기가 많은 이유.gif [1] 산-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142 0
2550248 솔직히 그냥 넘어갈랬는데 [2] 민지(123.213) 15.06.05 116 0
2550247 3시간동안 히오스했더니 존나 지친다 병신애자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61 0
2550246 쨌던 곰도리는 분위기 3이나 하러갈래욧! 가슴반달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29 0
2550245 이기어검이랑 심검은 완전 쓰는용도가 다름 ㅇㅇ(183.105) 15.06.05 39 0
2550244 얘들아 이 라노벨 제목 뭐였나 [1] 용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122 0
2550243 [움짤] 솔직히 양판소에서 표현하는 검기나 검강들 단분자커터 레벨 아님? [1] 김샛별(112.159) 15.06.05 290 0
2550242 내가 본 가장 특이했던 야동은 MIAD-767였어 한여울지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2472 0
2550237 아까전에 누가 품번 준거 듣고있는데 내용보다 BGM에 신경이 쓰여요.. 가슴반달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51 0
2550236 [움짤] 심검 > 이기어검 아닌가요 김샛별(112.159) 15.06.05 308 0
2550234 공모전 노리는 사람들에게 엔이세는 필독 아닙니까 [1] 까치우(121.162) 15.06.05 101 0
2550232 검기나 검강으로 자를 수 있는게 어느정도인데? 철? [1] (211.202) 15.06.05 45 0
2550230 젊은 금수저가 벤츠 sl타고다닌다 [1] 외티(엉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61 0
2550229 제발 학교에 놓고 온 것이길... 람/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54 0
2550227 철잘알들 있냐? ㅁㄴㅇㄹ(39.7) 15.06.05 43 0
2550226 요즘 샛별이 취향이 왤케 노멀하냐? [1] 개념갤러『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81 0
2550225 이 링크에 있는 빨간 버튼 클릭 할 수 있는 배짱있는 갤러 있냐? [5] 삽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87 1
2550224 [움짤] 검강 쓰면 절정고수=소드마스터=현경 아닌가 [1] 김샛별(112.159) 15.06.05 270 0
2550222 볼만한 판소 추천받는다 ㅇㅇ(116.33) 15.06.05 25 0
2550221 똥파 계정 6개 피방 시도해보러간다 외티(엉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05 2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