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폐경기 시리즈 1.5화 -중편-

ㅁㄴ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24 22:45:58
조회 15453 추천 115 댓글 40
														

viewimage.php?id=2bbcde32e4c1219960bac1&no=29bcc427b38277a16fb3dab004c86b6f9ffe8e39ccc271d5d4996298b82365db00bcc7c3fdb01210ceea804167128effde6079963e0fe846c78b7098852625ce6d



전편 링크




폐경기 시리즈 1.5화 ― 권태 속에서도 히키가야 하치만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 -중편-




 시간의 흐름은 다르지 않을 터인데도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문뜩 시간을 확인해보면 어느새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식탁 아래에 적당히 내려놓은 빈 병과 캔도 어느새 제법 쌓여있다. 

 집에 돌아갈 걸 생각해서 무리하지 않고 느긋하게 마셨는데도 이제는 혀가 살짝 꼬이는 느낌이다. 술에 강한 유키노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주량을 가진 유이는 취기에 뺨과 귀 끝이 살짝 붉어져 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기를 생각하면 아마 내 얼굴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러나 실시간으로 취해가는 유이와 달리 멀쩡하다가 한순간에 확 가버리는 타입인 내 정신은 아직 말똥말똥한 상태다. 이대로 계속 마시다가는 내 안에 잠들어있는 또 하나의 내가(주정뱅이) 깨어나 버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안전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 주량은 둘째 치더라도 이제는 배가 꽉 차버렸다. 무리하면 더 못 마실 것도 없겠지만, 기분 좋게 적당히 취기가 오른 이쯤에서 끝내는 게 개인적으로는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야, 이제 슬슬 끝내는 게 좋지 않겠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가 눈살을 찌푸리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이제 겨우 8시밖에 안 됐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그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너희는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술을 좋아하게 된 거냐……." 


 유이는 그렇다 치고, 유키노시타 양은 제가 알기로 딱히 술을 좋아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하는 데 말이지요.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지난 15년간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식 등에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사이에 술맛을 알게 된 걸까, 아니면 술로 마음을 달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일들이라도 있었던 걸까.

 매일 같이 메일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유키노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메일로 주고받는 대화로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내게는 말해주지 않은 괴로운 일도, 힘든 일도 분명 셀 수 없을 만큼 있었겠지.


 "아니, 이미 충분히 마셨잖아. 이 이상 마시면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고……." 

 "아직 더 마실 수 있다는 거 다 안다고! 이렇게 오랜만에 셋이서 마시는 건데 이러기야?" 

 "그래, 술은 아직도 잔뜩 남아있단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약해진다. 1, 2년 정도라면 모를까 무려 15년 반 만에 셋이서 마시는 거니까. 요리와 술을 이렇게 잔뜩 준비한 걸 생각하면 유키노도 유이도 오늘 이렇게 마시는 걸 기대하고 있었던 거겠지. 배도 부르고 취기도 올랐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무리할 수밖에 없겠군. 


 "알았다 알았어. 더 마시면 되잖아." 

 "좋아~! 오늘은 밤새도록 달리는 거야~"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하자, 유이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오코노미야키를 집어 입에 넣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밤새도록은 무리겠지……. 

 나는 밤새도록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시즈카가 워낙 술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덩달아 자주 마셨지만, 나 자신은 특별히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애당초 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밤을 새우기 훨씬 전에 뻗어버린단 말이죠. 아무리 도수가 높지 않은 맥주라고 해도, 지금 같은 페이스로 계속 마신다면 10시쯤에는 확실하게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이제부턴 유키노와 유이의 페이스에 맞추지 말고 좀 더 천천히 마셔야겠군.


 "……그러고 보니 오늘을 위해 준비해둔 특별한 술이 있었구나.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깜빡 잊고 있었어." 

 "어라? 그런 게 있었어?" 


 헤에, 오늘을 위해 준비한 술까지 있는 건가. 오늘은 생각지도 못하게 호강을 하는군. 

 준비해둔 술이라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유키노가 특별하다는 말을 할 정도니 값싼 술은 아닐 것이다. 특별히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닌 나지만, 값비싼 술을 마실 기회가 좀처럼 없는 일반서민인지라 조금 흥미가 동하는군. 


 "이거란다." 


 유키노가 냉장고에서 꺼내온 차가운 술병과 샴페인 잔 세 개를 차례차례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검게 빛나는 술병에 붙어있는 포도잎을 닮은 금색 라벨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 이거……." 


 유이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두세 차례 눈을 깜빡이고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유키노 쪽으로 돌린다. 호오, 어떤 건가 했더니 이거였나. 놀랄 정도의 술은 아니지만, 확실히 특별하다면 특별한 술이다. 


 "돔 페리뇽인가. 옛날 생각나네." 


 대학교 시절, 유키노의 맨션에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마셨던 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셔본 한 병에 2만 엔이 넘어가는 고가의 샴페인. 물론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응? 어, 그야 기억하지. 네 생일에 같이 마셨던 거니까." 


 유키노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기쁜 것처럼 희미하게 웃는다. 


 "……그런 옛날 일, 너는 진작에 잊었을 거로 생각했어." 

 "그럴 리가 있겠냐. 난 기억력이 꽤 좋다고." 


 어찌나 기억력이 좋은지 중학교 시절의 흑역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이젠 슬슬 잊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하지만 뭐, 딱히 기억력이 좋지 않았더라도 그날의 일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그날은 내가 실제로 만나서 유키노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으니까.


 "너야말로 15년도 전에 샀던 걸 잘도 기억하고 있네."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니까. 그날의 일은 무엇 하나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응, 그러네." 


 한참을 말없이 술병을 바라보고 있던 유이가 유키노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젊은 날의 추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일까, 그녀들의 미소는 아까까지의 들뜬 분위기 대신 어딘가 침통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으음, 즐거운 추억이었을 터인데 이 무거운 분위기는 뭐람……. 하기야 가는 세월이 덧없긴 하지요.


 "……그러면 어디 오랜만에 샴페인 맛 좀 볼까."

 "그, 그렇네……."


 그 말에 유이가 어색한 분위기로 쭈뼛쭈뼛 대답하더니, 무거워진 분위기를 수습하기라도 하듯이 유키노 쪽을 쳐다보며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야~ 난 그때 이후로 처음 먹는 거라 어떤 맛이었는지도 잊어버렸지 뭐야~"

 "나도 이걸 마시는 건 그때 이후로 처음이구나."

 

 보기보다 돈에 깐깐한 유이가 저런 말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유키노까지 그때 이후로 처음이라는 건 조금 의외인데…… 이 녀석, 제법 높은 직급이니까 돔 페리뇽 정도의 술을 마실 기회는 충분히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하기야 단순히 취향이 아니라서 안 마셨던 것뿐일 수도 있다. 이번에 이 술을 준비한 건 어디까지나 우리 세 사람에게 있어 추억이 담긴 술이기 때문이리라.

 유키노가 코르크를 덮고 있는 포장재를 벗긴 후 케이지의 매듭을 푼다. 그리고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코르크 윗부분을 감싸고는 왼손으로 샴페인 병 아랫부분을 잡고 역방향으로 돌려 간단히 코르크를 뽑아낸다. 이렇게 간단히 코르크를 뽑아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샴페인 병을 따는 게 익숙한 모양이다.


 "샴페인이니까 뽕~ 하고 코르크가 날아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


 유이가 조금 아쉽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유키노가 유키노가 피식 웃으며 부드럽게 말한다.


 "그래선 비싼 샴페인을 흘려버리잖니. 일부러 코르크가 날아가지 않게 딴 거란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그건 그렇고 샴페인 코르크를 따는 방법도 여러 가지 있나 보네." 


 케이지를 잡아당겨서 코르크를 뽑는 게 아니라 병을 돌려서 뽑는 걸 보니 와인을 따는 방법은 내 생각 이상으로 여러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유키노가 장난스러운 톤으로 말을 잇는다.


 "하긴 너는 맥주 정도나 마시는 모양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겠구나."

 "맥주만 마시는 건 아니거든? 맥주보다는 KGB 같은 걸 더 좋아하거든?"

 "KGB……? 러시아의 정보기관을 말하는 건 아닐 테고……."


 유키노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서 보고 있던 유이가 쓴웃음을 짓는다.


 "KGB라고 과일 맛 나는 보드카가 있어. 아무튼, 힛키는 진짜 단 걸 좋아한다니까."

 "뭐, 그렇지. 인생은 쓰니까 커피랑 술 정도는 달게 먹고 싶거든."


 썩은 미소로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유이와 유키노가 미간을 찡그리며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우와…… 그게 힛키가 할 소리야?"

 "기둥서방처럼 편하게 살고 있으면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으음, 이런 차가운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군……. 확실히 제가 할 말은 아니었네요.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침저녁으로 시즈카의 식사를 차려주고, 청소와 빨래만 하면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자유시간인 이지 모드의 전업주부인 거다. 어찌나 편하게 사는지 종종 이래도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란 이 말씀!


 "그보다 빨리 마시기나 하자고~"


 굼벵이 앞에서 주름을 잡은 민망함에 내가 말을 돌리자 유키노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샴페인 병을 들어 올린다.


 "그래, 먼저 받으렴." 

 "오, 오오. 땡큐."


 나는 가까이에 있는 샴페인 잔을 하나 들어 따라주기 좋게 앞으로 내밀었다. 유키노가 천천히 샴페인을 따르자 어두운 금색 액체가 톡 쏘는 소리를 내며 새하얀 거품이 일으킨다. 


 "뭔가 꼭 파티라도 하는 것 같구먼."


 유키노에게 샴페인 병을 건네받아 그녀의 잔에 천천히 따르며 말하자 유키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구나." 

 "그렇네. 케이크라도 하나 사올 걸 그랬나? 아, 힛키, 나도 따라줘~"

 "그렇게 먹고도 아직 케이크가 들어갈 자리가 있는 거냐? 너 그러다 살찐다." 


 이렇게 많이 먹어놓고선 그런 소리가 나온다는 게 감탄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자 유이가 뾰로통하게 뺨을 볼록 부풀리며 나를 째려본다. 


 "스포츠 클럽에서 꾸준히 운동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그것도 그런가. 뭐, 애초에 먹는 게 전부 가슴으로 가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인 가하마 씨니 하루 이틀 과식을 했다고 해서 돼지가 되는 일은 없겠지. 


 "우선은 건배부터 하자."


 나와 유이의 대화가 우스웠는지 유키노가 훗 하고 엷게 웃음을 지으며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린다. 유키노를 따라 나와 유이도 식탁에 내려놓았던 잔을 들어 올렸다.


 "아, 모처럼이니까 건배의 말이라도 하자! 으음~ 앞으로도 우리 세 사람이 계속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건배!"

 "건배."

 "오오, 건배."


 잔을 내밀어 유키노와 유이의 잔 끝에 살짝 부딪힌 후 그대로 입가로 가져간다. 브리오쉬와 꽃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듯한 좋은 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새틴과도 같은 부드러움이 혀를 사로잡는다. 천천히 음미하며 한 모금 꼴깍 삼키자, 레몬처럼 톡 쏘는 맛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혀를 자극한다. 

 음음, 과연 돔 페리뇽. 2, 3천엔 하는 저가의 샴페인과는 차원이 다르군. 이 술을 처음으로 마셔본 대학생 시절에는 아직 술맛을 잘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상조차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 술의 훌륭함을 알 수 있다. 


 "완전 맛있네. 매일같이 마실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문뜩, 오래 전에 읽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주정뱅이와 왕자의 대화가 떠올랐다. 

 '술은 왜 마셔요?' 

 '잊기 위해서' 

 '무엇을 잊으려고요?' 

 '슬픈 것을 잊어버리려고.' 

 '무엇이 슬픈데요?' 

 '술이 줄어드는 게 슬퍼!' 

 어린 시절엔 어이없고 한심할 뿐이었던 주정뱅이의 마음을 지금은 알 것 같구먼. 근데 내용이 저게 맞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반 이상 비어버린 잔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데 피식하고 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잔을 내려놓은 유이와 유키노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어? 옛날엔 덤덤한 반응이었는데 의외네."

 "뭐, 그때는 술맛 같은 건 잘 몰랐으니까."  


 그 무렵에 내게 돔 페리뇽 같은 고급술은 아까운 것이다. 편의점 츄하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뭐, 츄하이도 달곰하니 맛있으니까 나쁘지 않지만. 

 청주 같이 쓴 술은 질색이지만 달곰한 과실주 같은 건 싫어하지 않는다. 이 돔 페리뇽 정도로 맛있는 술이라면 오히려 매일같이 마시고 싶을 정도다.


 "매일은 무리지만 그렇게나 마음에 들었다면 또 맛보여 줄 수도 있단다."

 "오, 진짜로!?"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만다. 이 녀석, 2~3만엔 하는 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줄 정도로 돈이 많은 건가…….

 하기야 유키노는 기본적으로 연봉이 높은 데다가, 집도 결혼 선물로 부모님께 받은 거고, 아이가 없어서 양육비로 들어간 것도 없으니 지금까지 모은 돈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연중행사로 한 번씩 쏘는 거라면 딱히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겠지. 이야~ 내가 정말 친구 하나는 잘 뒀구먼!


 "그래. 물론 네가 하는 걸 봐서지만."

 "……엥? 그거 전형적인 악덕 업주의 대사 아니냐?"


 공명정대한 유키노 여사니 인터넷의 흔한 사연들 속 악덕 업주처럼 결과물이 시원치 않다며 약속했던 급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돔 페리뇽 가격에 상응하는 요구를 할 것 같아서 솔직히 무섭단 말이지.


 "걱정 마렴. 무리한 요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저 지난번처럼 내가 나오라고 부를 때 잘 나오기만 하면 된단다."

 "……아니, 충분히 무리한 요구인데요. 저도 예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자꾸 그렇게 갑자기 나오라고 불러대면 곤란하거든요?"


 이 녀석, 그렇게 만날 사람이 없는 건가……! 대학교 시절엔 나와 유이 외에도 친구가 있었고, 사회생활을 한 지도 꽤 됐으니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도 한둘쯤은 있을 법한데 말이지. 

 뭐, 대학교 시절의 친구는 나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니 남 말 할 처지는 아닌가. 게다가 연락이 끊기지 않았더라도 지금쯤이면 애 엄마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니 나나 유이처럼 마음 편히 호출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힛키가 예정이라고 해봐야 시즈카 선생님의 식사를 차려주는 것 정도잖아."

 "야야, 밥 차려주는 걸 무시하지 말라고. 아침저녁으로 남편한테 컵라면만 차려줬다가 이혼당했다는 사연 못 들어봤냐?"


 학생 시절 땐 곧잘 전업주부가 돼서 일 안 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던 나지만, 열심히 일하고 돌아온 아내의 식사마저 대충 차려줄 정도로 일하기 싫었던 건 아니다. 일하지 않고 편하게 먹는 밥도 맛있지만, 역시 조금은 일을 하고서 먹는 밥이 더 맛있는 법이다. 이렇게 편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시는 아내님을 위해 식사 정도는 정성을 들여 차려주지 않으면 양심에 찔리는 거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결혼 초기에는 매일같이 카레만 만들고, 시즈카가 집에 돌아왔을 때도 소파에 누워 게임을 하면서 왔냐고 건성으로 고개만 까딱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러다가 어느 날 결국 시즈카가 폭발해서 주저앉아 울어버렸단 말이지요……. 그때 일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식사야 미려 차려두고 가면 되잖니. 매일 같이 나오라고 부르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유난을 떠는 걸까."

 "아니면 힛키는 우리랑 자주 만나는 게 귀찮은 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 뭐냐, 나도 일단 유부남이고……." 


 유키노나 유이와 만나는 게 귀찮다든가 싫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귀찮은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아내가 있는 몸으로서 그녀들과 너무 자주 만나는 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아…… 그렇네……." 

 "……하긴, 그것도 그렇구나." 


 유키노가 짧게 한숨을 쉬며 남은 샴페인을 들이키고, 옆에 있는 유이도 뺨을 긁적이며 쓴웃음을 짓는다. 

 본인들에게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결혼한 몸으로 이성 친구와 자주 만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바람을 피운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인 거다. 유키노가 결혼한 이후로 나와 둘이서 만나는 걸 피했던 것도 그 때문이니 내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시즈카 선생님이 힛키가 우리랑 만나는 걸 신경쓰시는 건 조금 의외네."

 "시즈카 선생님도 선생님이기 이전에 여자인 모양이구나."

 "너희가 여자라서 신경 쓴다기보다는 자기만 혼자 두고 자꾸 놀러 나가는 게 불만인 모양이지만."


 우리 시즈카가 겉보기엔 남자답고 호쾌해 보여도 은근히 마음 여리고 외로움이 많단 말이죠. 다른 집 아내들은 남편이 휴일에 온종일 집구석에 박혀있는 걸 보고 있으면 열불이 터지는 모양이던데 우리 시즈카는 싫어하긴커녕 오히려 옆에 있어 주는 게 좋은 모양이다. 

 결혼한 지 15년이나 지났음에도 이렇게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건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없어서 더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씁쓸한 기분도 든다.


 "아무튼, 요즘처럼 자주 보는 건 힘들다 이거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는 게 적당하겠지." 

 "정말 매정하구나. 시간도 많으면서 일주일에 몇 시간 시간을 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 

 "그래, 한 달에 한두 번은 너무 적다고!" 

 "아니, 그러다 내가 집에서 쫓겨나면 너희가 책임이라도 져줄 거냐?" 


 지금도 살짝 불만이 쌓인 모양인데, 이대로 주말마다 유키노와 유이를 만나러 나가는 생활을 계속했다간 언젠가는 시즈카의 불만이 폭발해 날 집에서 쫓아내고 말 거다. 설마 이혼하자는 말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립기까지 한 시즈카의 말살의 라스트 블릿은 틀림없이 맛보게 되겠지.

 아내를 소홀히 하고 놀러 다니다 화가 난 아내에게 쫓겨났다는 사실을 들키는 날엔 부모님이 날 죽이려고 들 테니 친가는 무리고, 토츠카네도 유도 선수 출신의 무서운 형수님이 허락해줄 리 없으니 무리고, 이건 도쿄에서 혼자 사는 자이모쿠자의 집에 신세 지는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신세를 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4일쯤 지나면 언제든지 자고 가도 괜찮다고 했던 자이모쿠자 녀석도 이젠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할 게 틀림없다. 그리고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나는 제발 용서해달라며 시즈카에게 도게쟈를 하게 되겠지. 음음, 안 봐도 뻔하군. 

 그런 나의 입장은 아랑곳도 하지 않는 건지 유이는 생글생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정 갈 데가 없으면 우리 집에서 며칠 재워줄 수도 있는데?"

 "아니, 너희 집 남는 방도 없잖아……."

 "남는 이불은 있으니까 내 침대 옆에 깔아줄게."

 

 얘는 또 뭐라는 거야……. 그냥 별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쑥스러우니까 그런 미묘한 말 좀 하지 말아 줄래?

 

 "멍청아,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지만 내가 여자인 너랑 같은 방에서 잔다는 게 말이나 되냐?"

 "괜찮아. 난 힛키를 믿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동하게 된다. 이것이 20년간 쌓아올린 신뢰라는 건가……. 그 신뢰에 답하기 위해 나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아니, 네가 나를 덮칠까 봐 걱정된다고……."

 "아, 그런 뜻…… 이 아니라 실례거든?! 아, 안 덮칠 거거든?!"

 "걱정 마렴. 빈방이라면 우리 집에 많으니까."


 어머, 진짜!? 그렇다면 언제 집에서 쫓겨나도 안심! ……일리가 있겠냐.


 "야야, 너희랑 너무 자주 만나는 것 때문에 싸워서 쫓겨난 판국에 너희 집에서 신세라도 지는 날에는 이혼 루트 확정이거든? 누구 인생 망칠 일 있냐."

 "실례잖니. 이혼 한 번 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란다."


 유키노가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토라진 것처럼 그렇게 말한다.


 "아, 미안……. 근데 너랑 나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너야 집도 있고 모아둔 돈도 있지만 난 15년 동안 살림만 하다가 맨몸으로 사회에 뛰어들게 되는 거니까."

 "확실히 막막할 것 같긴 하네. 위자료도 많이 못 받을 것 같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집을 했기 때문에 모아둔 돈도 없고, 나이는 많은데 경력이라고 할만한 게 없다 보니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막막한 상황이다. 요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에 비할 바는 아니니 당장은 동네 식당의 주방보조 정도가 한계겠지. 이혼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정말로 답이 없는 거다.


 "……뭐,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혼 같은 걸 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시즈카는 내게 있어 여동생인 코마치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금전적인 어려움을 떠나서 이제 와서 시즈카가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가 없는 거다. 


 "헤에~ 추호도 없는 거구나."

 "응? 뭐야 너. 내가 시즈카와 이혼하길 바라기라도 하는 거냐?"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쩐지 의외라는 듯이 말하는 유이의 대답에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유이가 당황한 얼굴로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엑?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요즘은 3명 중 1명은 이혼을 한다는데 힛키네는 정말 사이가 좋구나 싶었던 것뿐이야."

 "그렇네. 진작에 애정이 식었지만 아이 때문에 마지못해 같이 사는 부부도 많다더구나."


 확실히 아이를 생각해서 이혼을 참는 경우는 적지 않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할 때까지 참고 살다가 60이 넘는 나이에 이혼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만약 유키노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유키노 역시 아이를 생각해 마지못해 참고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예전처럼 설레고 그러는 건 없지만 시즈카랑은 성격도 맞고, 취미도 잘 맞는 편이니까. 지금도 일요일 아침이면 곧잘 나란히 소파에 앉아서 애니를 보고 있고." 

 "그거 시즈카 선생님도 같이 보는 거였어!?"

 "50살이나 됐으면서 일요일 아침에 애니메이션이라니…… 나이를 드셔도 어린애 같은 구석은 변함없으시구나."


 유이가 경악하는 얼굴로, 유키노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각각 한숨을 흘리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키득키득 웃는다. 

 유루유리라고 부를 나이는 진작에 지나버렸지만, 변함없이 사이가 좋으신 두 분을 보고 있으니 제 마음도 훈훈해지네요. 근데 나이 36살에 유아용 애니를 보러 극장까지 간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요?


 "아, 근데 뭐랄까~…… 결혼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변함없이 화목한 것 같아서 참 부럽다. 나도 그런 결혼생활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렇구나. 확실히 부러워."


 유이와 유키노의 표정에서 진한 쓸쓸함과 회한이 엿보인다. 아라포를 바라보는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은커녕 연애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유이와 원치 않은 결혼 끝에 결국 이혼한 유키노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온 나로서는 감히 이해하지 못할 고통과 아픔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건배나 하자."

 "아, 응. 이번에는 내가 따라줄게." 


 '언젠가 너희도 분명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런 근거도 없는 막연한 위로의 말도 어쩌면 조금은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을 내서 쥐어짜 내려고 해봐도 목소리로는 나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남편에 대해서. 지난 15년간 그녀들에게 무엇 하나 묻지 않았던 내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내뱉을 자격은 없겠지.

 

 "아, 맞다. 다음에는 시즈카 선생님도 불러서 넷이서 만나는 건 어떨까?"

 "……그렇구나. 그거라면 시즈카 선생님도 큰 불만은 없으실 것 같아." 

 "음? 어, 그거라면 시즈카도 좋아할 것 같네."


 조금 전까지의 쓸쓸함은 온데간데없는 활기찬 목소리와 환한 시선이 우울한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그저 셋이서 즐겁게 마시자고 말하는 것 같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오랜 의문과 무거운 기분을 잊기 위해, 나는 샴페인 잔 안의 내용물을 모두 목구멍으로 삼켰다. 



계속




내청춘 팬픽 링크

추천 비추천

115

고정닉 0

3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공지 판타지 갤러리 이용 안내 [977/2] 운영자 13.01.18 404758 119
14852719 판타지 갤러리 서버 이전 되었습니다. [15] 운영자 21.09.02 12000 23
14852718 역겨운 냄새만 안나면 자랑했다고 차단할 이유가 있나 망아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8613 290
14852717 아니 난 라만차이거보고말한건데 [1]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2924 8
14852716 서버주 대우 받고싶으면 게임사에 요구하든지 그걸 왜 유저에게 요구해? ㅇㅇ(223.38) 21.09.02 1475 7
14852715 비틱질 말고 걍 전진박아도 차단먹나 [2]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2132 0
14852713 싱글벙글 올드보이.jpg [1] ㅎ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7322 23
14852712 D.P 군대의 찐한 맛 나네 니에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2378 0
14852710 커브사고싶긴한데 좀무서운게 [3]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2165 0
14852707 가웨인이 댓글 다는거 불편하지 않냐? ㅇㅇ(223.38) 21.09.02 1101 2
14852706 저런 유동이 그 겜갤에서 말하는 무과금 박탈감이란거냐... [3] 라만차의기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923 1
14852705 불멸을 그대에게 마지막화 보고울었다 ㅜㅜㅜㅜㅜㅜㅜㅜ [1]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2077 1
14852704 진짜 인간육신 존나 이기적인거같음 유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896 3
14852702 베넷 상시에서 나오는거 아님?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067 0
14852701 40대 가장 폭행 여초반응.jpg [3] ㅎ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7785 26
14852700 유산균 지금부터 먹는 게 근데 큰 도움이 될까 [2]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793 0
14852699 그냥 잘나왔다고 자랑하는게 왜 비틱질이냐 망아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987 0
14852698 크로스커브 현지가는 300중반인데 [2] 보빔으로세계정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631 0
14852695 일단 코코미는 거를거임... 김아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061 0
14852694 근데 쿠죠 사라 이년 라이덴 2돌 박는동안 4돌함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979 0
14852693 던파 오늘 들가서 헬 돌릴 생각에 기대되다가도 한숨나옴 엘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885 1
14852691 근데 무과금 비틱도 아니고 돈 지르던사람이 잘뜬건데 [2]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631 0
14852690 통두만 탈조센하네 아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932 0
14852689 라이덴 돌 모아서 천장칠수있을거 같은데 2돌을 할까??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964 0
14852688 아 졸리네... [5] 유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587 0
14852686 원신늒네 다음 감우복각 뽑아야...? [8] 라만차의기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639 0
14852685 일본이랑 우리나라랑 연결시키면 수도권집중 막지않음? [4] ㅇㅇ(175.119) 21.09.02 1686 3
14852684 라만차 자짤 예쁜데 왜 차단함 ㅇㅇ(223.38) 21.09.02 987 0
14852683 이거 볼때마다 존나 웃김ㅋㅋㅋㅋ [2] 치둑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798 0
14852682 유라라이덴카즈하종려 [2] 김아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494 0
14852681 디퓌 궁금해서 넷플릭스 결제하려는데 베이식 480p는 무냐 [1] 래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481 0
14852678 저 아연이임? [6] Lu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632 0
14852677 라이덴 2돌박는데 300연 넘었나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3618 0
14852676 서양식 역사 얘기 중 좋은 예시가 식인이잖음 [7]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840 0
14852674 빡긁? Embr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906 0
14852673 아 진심수라나찰완성형 플롯 완성했다 마르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831 0
14852670 지금 정부 정치 외교 꼬라지 보면 좋은 소리 나올 [1] 샛별슈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550 0
14852669 수영 가르치고있는데 제자가 저카면은 [1] ㅇㅇ (117.111) 21.09.02 1792 0
14852668 원신 이나즈마 스토리 꼭 밀어야함? [5] 종이먹기싫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526 0
14852667 귀화할지 영주권할지고민 ㄷ [6]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1604 0
14852665 응애 [2] ☁(92.9)(59.23) 21.09.02 1533 0
14852662 원신 법구중에 양판소 있는거 좀 웃김 뜸부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957 0
14852661 이런 엉덩이 통통한 암컷년 있으면 어떡함? [2] ㅇㅇ(58.230) 21.09.02 3344 1
14852658 라만차 갤에 비틱질밖에 안하잖아 [5] ㅇㅇ(223.62) 21.09.02 1651 2
14852656 대학교로 돌아가게해줘 종이먹기싫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581 0
14852655 동생이 일본으로 귀화하겠다고 하는데 [5] ㅇㅇ(125.128) 21.09.02 1154 0
14852654 크퀘 징짜 희망계가 왜 희망계임 도도가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307 0
14852653 가테갤 안보고 치니까 카마엘 리더로 치는거 몰라씀 [4] 라만차의기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402 0
14852651 ㄴ TS신도시맘돼서 평일오전부터 카페에서 수다떰 ㅇㅇ(218.144) 21.09.02 174 0
14852650 님들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 할거임? [1] 든든허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2 24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