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에 히키가야 하치만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이제까지 괴로운 일은, 충격적인 일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지금처럼 끔찍한 일은 없었다.

 지나친 충격에 숨조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럴 리 없다고, 자신의 착각일 거라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만, 눈앞에 있는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머, 히키가야 오래만~"

 "……유키노시타냐?"

 "응? 이상한 소리를 하네. 유키노시타가 아니면 대체 누구겠니."

 유키노가 과장되게 미간을 찌푸리며 피식 웃는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유키노시타 유키노인가? 그녀를 알던 사람에게 묻는다면 누구나가 할 말을 잃고 말 것이다.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모습이 그게 뭔데……."

 구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하치만이 힘들게 말을 토해낸다.

 그런 그의 기분 따윈 모른다는 듯이 유키노는 예전의 그녀와는 확연히 다른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아~ 이거? 남친이 이런 코갸루 스타일이 취향이거든. 어때? 어울려?"

 "…………."

 얌전하던 아이가 나쁜 남자와 어울리게 되면서 불량하게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유키노시타 유키노가, 고작 한 달 남짓한 방학 동안 이렇게까지 변모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청초하고 아름답던 긴 흑발은 금발을 넘어서 은발에 가까웠고, 눈처럼 하얗던 피부는 태닝으로 인해 다갈색을 띠고 있다.

 요즘 여고생으로선 드물게 기초화장조차 하지 않던 깨끗한 얼굴도 공격적일 정도로 철저하게 화장을 한 상태다.

 교칙 같은 건 완전히 무시해버린 그 골빈 외견과 그녀에게서 풍기는 진한 화장품 냄새와 향수 냄새에 하치만은 현기증마저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변한 거 아니냐? 뭔데 그거. 여름방학 데뷔라는 거냐?"

 농담을 가장해 태연하게 말해보려고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떠는 새끼 고양이 같은 그 모습에 유키노가 요염한 미소를 짓는다.

 "그건 그렇고 방학 동안 유이가하마랑은 잔뜩 ○○했어? 남친이랑 데이트하느라 바빠서 유이가하마랑은 한 번도 못 만났거든."

 "뭐, 뭐……?"

 유키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 말에 하치만은 결국 말문이 막히고 만다. 

 천박하다. 천박해도 너무 천박하다. 하지만 지금의 그 천박한 외견에는 꼭 어울리는 말투이리라.

 "쿡. 그 모습을 보니 ○○는커녕 키스도 아직인 모양이네. 하지만 그런 동정 같은 점이 너답다면 너답구나."

 "…………."

 "아, 맞다. 나 오늘 남친하고 데이트 약속이 있으니까 부활동은 유이가하마랑 둘이서 적당히 해줘."

 "………어."

 "모처럼 둘만 있는 거니까 이 기회에 유이가하마랑 하는 건 어때? 교실에서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치킨가야에게 그럴 용기가 있다면 말이지만. 꺄하핫!"

 "…………."

 지나친 충격에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하치만을 깔보듯이 작게 코웃음을 친 유키노가 신발장을 뒤로한다.

 '어째서 그렇게 변한 거야? 설마 내가 네 고백을 거절한 것 때문에……?' 

 지금 당장 뒤쫓아가서 유키노시타와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머릿속이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돌처럼 굳어버린 몸은 그녀의 뒤를 쫓는 것은커녕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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