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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번역] 그래도 오늘이 끝나기를 - 18.행복한 여자

ㅁㄴㅇ(211.226) 2015.12.28 22:03:49
조회 49 추천 0 댓글 0

그와 심야에 산책을 한 다음 날 아침, 아직 졸린듯이 하품을 하는 헬리오도르에게 물었다. 어째서,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유노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냐고.

 

그러지, 그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버릇이 되어버린거라서 말이야. 거기에.]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마치 아이를 대하는 아르바처럼, 그 손을 내 머리위에 올렸다.

 

[나는 비올라만큼 둔감하지도 순진하지도 못해서 말이야.]

 

헬리오도르의 대답은 명확한 것이 아니다. 둔감하다도 순진하다도, 어느것도 평소엔 절대로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도 불쾌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모욕하고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그 이상은 말해주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레드에게 방해를 받아, 그의 말의 진의를 파악할 수는 없게 되었다.

 

 

 

 

 

 

 

 

 

 

 

 

"비올라 씨, 도와주실래요?"

 

마지막 돌이 동쪽 끝에 있는, 한 때 폐하께 멸망당한 나라의, 지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왕도에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곧바로 여행을 갈 채비를 하고, 우리들은 동쪽 끝을 향해 긴 여행길을 재개했다.

 

그 도중에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유노가 말을 걸었다. 상처에 잘 듣는 약초를 찾았기 때문에, 채집하는 것을 도와줬으면 한다, 라는 것이었다. 상처의 대부분은 유노의 마법에 의해 완치가 가능하지만, 작은 상처는 이런 약초를 이용하여, 원시적인 치료를 하고있었다. 유노의 마력도 무한한 것이 아니니까, 모든 상처를 마법으로 치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승낙하니, 리아도 도우려 했지만, 유노는 조용히 거절을 하고, 야영지에서 나만을 데리고 약초가 군생하는 곳으로 향했다.

 

채집해야 할 약초와, 채집 할 때의 주의점을 나에게 전하곤, 유노는 툭하고 말을 한다.

 

"요새, 리아 씨랑 함께 자는 것 같으시네요."

 

"아아, 뭐야, 알고 있었구나."

 

리아는 지금도 변함없이 숙소를 잡은 날엔, 변함없이 유노가 잠든 시간에 내 침대로 잠복한다.

 

"리아 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

 

"아니, 딱히. 잠을 못자겠다고 하는 것 치고는, 금새 잠이 들더군."

 

"아아, 안정이 되시는 모양이네요. 다행이다......"

 

무심코 뭐가 다행이야, 라고 반론하고 싶어졌다. 잠자리로 파고들어와 금새 잠을 자는 리아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때마다 잠을 설치고있다. 그녀의 온도를 느낄 때마다, 그 온도가 주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감촉에, 위기감을 갖지 못하는 자신의 역겨움에 고뇌하고 있었다.

 

"내가 자책을 하고있는걸 리아 씨가 알고 있는 거군요. 그러니까 리아 씨는, 비올라 씨 한테밖에는 어리광을 피우지 못하는 걸거에요."

 

"자책? 네가 무슨 잘못을 했지?"

 

유노는 약초를 캐면서, 부드럽게 웃는다. 그녀의 미소는, 마족인 내가 보아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청렴하고 빈틈이 없으며, 완벽한 미소. 돌연히, 흠 한점없는 그것이, 본심을 감추는 가면과 같이 보였다. [웃고있다]는 시각정보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옆모습이었다.

 

"마왕은, 처음은 저에게 그 씨앗을 심으려 했잖아요? [성검의 수호자]인 저에게요. 그 역할을 수행하지도 못하고, 리아 씨를 위험하게 만들다니, 도대체 뭐가 수호자 인걸까요."

 

드물게도 자조섞인 목소리로 유노가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성검의 수호자]의 역할에 관해 누군가에게 들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라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기억이 없었으므로,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성검과 용사님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를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때로는 용사님의 검이 되고, 때로는 방패가 되고, 용사님이 원하시는 모든 바를 다하는 것이에요. 마왕에게서 향해진 악의 또한, 제가 모두 다 짊어졌어야 했는데."

 

"몸과 마음을 바친다......그렇다면 설마, 넌 무슨일이 생기면, 플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유노는 망설임없이 긍정했다. 그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는, 어째서 자신의 이상성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인가. 자신의 목숨마저도 버리는 그 각오는, 나에게 있어선 역겨움이었다. 나는, 절대로 싫다. 이 목숨은, 나만의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간단하게 목숨을 거는거지?"

 

"간단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훨씬 오래 전부터, 그렇게 살기로 했으니까요. 용사님을 따르는 것이, 제 꿈이었어요."

 

이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유노는 살며시 쓴웃음을 짓듯이 고개를 기울이며, 내게 눈을 향했다.

 

"옛날에, 용사님 처럼 멋지신 분께서, 넘어진 저를 도와주셨었어요. 그 분에 대한 동경심으로,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어요."

 

쓴웃음에서,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띄운 유노가, 마치 찌를 듯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비올라 씨.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나요?"

 

몸을 떠는 것처럼,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없다, 그런 것이 있을리가 없다. 사랑같은 그런, 본 적 없는 것들은 모른다. 때때로 보이는 인간의 책에 실려있는 그것은, 역시 그런 것이 있을리가 없지 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타인을 마음으로부터 믿고, 평온함을 얻고, 받아들인다니. 너무나도 위험하고, 어리석지 않은가.

 

"------저는, 사랑합니다. 그 분과 함께 사는 것도, 함께 죽는 것도 불가능 합니다. 제가 그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사랑합니다."

 

유노가 웃는다. 여태껏 본적이 없는, 해맑은 얼굴로. 그런 주제에 어딘가 부끄러운듯이 볼을 붉히며, 가련한 그녀답지 않게, 만면의 미소로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희귀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저는, 그래요. 행복해요. 그러니까, 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니까, 망설임 없이 목숨을 걸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오래 사는것보다 행복한 일은, 나에겐 없다. 하지만, 나에겐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것 뿐이고, 어떠면 정말로 살아가는 것 보다도 사랑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금새 머릿속에서 부정한다. 마음을 뒤덮어버릴 정도로 새까만 죽음의 공포를, 이기는 것 따위는 없다.------그게 맞지 않은가?

 

입 안이 바싹바싹 말라들어간다. 죄송해요 이런 이야길 해서, 라고 마치 부끄러워하는 듯이 말하며 약초 채집을 재개하는 유노에게, 나는 멍하니 말을 한다.

 

"......넌, 헬리오도르를 사랑하니까, 죽음조차도 무섭지 않다고 말하는건가?"

 

그 순간, 마족인 내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로 유노가 이쪽으로 돌아본다. 눈들 둥그랗게 뜨고, 새하얘진 얼굴은, 순식간에 목이나 귀까지 새빨갛게 물든다.

 

"무무무, 무슨 말씀을! 그분은!"

 

난폭하게, 유노에게 양 팔을 붙잡힌다. 그 반동으로, 기껏 채집한 약초가 지면에 흩어져버렸다. 언제나 예의바른 행동이 몸에 밴 그녀를 생각하면 꽤나 난폭한 행동이었다.

 

"저번에 헬리오도르에게서 그가 전 용사후보 시절에, 어린 널 도와준 적이 있다고 들었으니까, 무심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었나?"

 

"그런, 에, 에, 그게......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말아주세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유노는, 그대로 필사적인 형상으로 나에게 애원한다. 얼굴에 열이 모여서 그런지 눈이 촉촉하고, 지금이라도 울 것 같아 보였다.

 

"알려진다 해서 곤란한 게......"

 

"곤란해요! 엄청 곤란해요! 부탁이에요! 제발 제발 제발, 그분 에게만은......!"

 

말하지 말아달라고만 하고 부정은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내 추측이 맞은 듯 하다. 마치 탄원하듯이, 내 어께를 붙잡은 그녀의 양 손이 내 양 팔을 파고든다.

 

"일방적으로,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절대로,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고마워 하고있던 헬리오도르가, 지금 이 이야길 들었다고 싫어할 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만, 너무나도 필사적으로 유노가 물고늘어지므로 기세에 밀려 끄덕였다.

 

얼굴은 새빨개진 채였지만, 유노는 그걸로 겨우 안심했는지, 나에게서 손을 떼고, 크게 한숨을 쉰다.

 

"죄송해요, 제가 멋대로 말해놓고 그런 부탁을 해서......"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

 

유노는 고개를 숙인채로, 우물쭈물하며 약초를 채집한다. 처음엔 완만했던 동작도 점점 빨라지며, 필요한 양만큼 약초를 채집하고는,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야영지로 돌아갔다.

 

 

 

 

 

 

 

 

 

 

 

 

유노의 마음을 듣게되어, 처음으로 눈치 챈 것이 있다. 유노와 헬리오도르는, 그가 여성의 엉덩이를 쫓고 그녀가 그걸 혼내는 때 외에는, 좀처럼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서로를 싫어하는 것이 아닐 텐데도, 서로를 피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하지만, 잘 관찰해보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며, 멀리서 상대를 바라볼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옆모습을, 예를 들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뒷모습을, 예를 들면 식사를 하는 손의 움직임을. 지긋이 바라보다,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눈을 돌려버린다.

 

그 때의 표정 또한, 특별했다. 평소의 웃음이나 명랑한 표정이 사라지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그리고 마치 눈부신 무언가를 보는 듯이 눈꺼풀이 조금 내려간다. 그 정도의 변화밖에 없는데도, 서로를 바라보는 그 얼굴이, 다른 어떠한 표정보다도 감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감정이야말로, 유노가 말한 사랑인 것일까.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표정은, 어쩌면, 여태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그 감정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표정을 보고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이상해졌다. 무척이나 불안정한 기분이 되었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그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한채로 곤란해 하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올라 님."

 

그런 대, 언제나 레드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에게 표정이 있었다면, 분명 웃고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표정이 그러십니까."

 

가벼운 어투로 말하는 레드에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기만 해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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