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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사오만보셈) 작년에 썼던 프롤로그 (부끄러우니 보지마셈)앱에서 작성

한가운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06 03:48:47
조회 510 추천 12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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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이 일은 손 떼는 게 좋겠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던 내게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실종된 사람을 찾지 말라니, 어딘가 위험한 일에 연루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잠시간의 정적. 옥상에는 말소리 대신 바람소리와 도로의 소음만이 맴돌았다.

그는 담배를 들이마시고,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내뱉었다. 서울의 잿빛 하늘로 담배 연기가 스며들었다.

"마법소녀다."

"네?"

"네 동생. 아마 마법소녀랑 연루된 것 같다고."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마법소녀. 괴수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방패이자, 모두의 아이돌.
그러나 내게 '마법소녀'라는 말의 의미는 조금 달랐다.

마법소녀는 법 위의 법이자 21세기의 푸른 피. 어떤 잘못도 용서되고,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그들에게 반발하는 사람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 우상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우리 부모님은 사라졌다.

"또, 마법소녀 인가요...."

그런 내게서 하나 남은 가족조차 앗아가는 것은, 운명의 장난일까.
지독한 탈력감이 온 몸을 뒤덮었다.

"...미안하다."

"형이 뭐가 미안해요."

슬픔보다 앞서는 분노 때문일까,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마법소녀에 대한 분노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분노로. 자연재해에게 화를 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기자생활 하면서 이렇게 무력했던 적은 처음이다."

그는 다 탄 담배를 연신 빨아댔다.
무채색의 배경 속으로 담뱃재가 떨어졌다.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있을 자리가 없어서.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발길이 닿는대로 지친 몸을 이끌었다. 높기만 한 마천루들을 지나치고, 북적이는 거리를 지났다. 한강 다리를 건넜을 때엔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강 건너 남쪽, 이지러진 야경과 빛나는 다리가 보였다. 눈 앞에 물결이 치는 듯 흔들렸다. 혼자만 다른 세상에 유리된 것 같았다.
눈을 비비고,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기가 걷기가 되어갈 때 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집들이 얼기설기 선 골목. 불법 주차된 낡은 차들. 외설적인 낙서로 도배된 벽. 여기저기 붙은 전단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동생과 함께 바라보았던 풍경을 이젠 홀로 서서 보고 있었다.
그 공백이, 허전함이, 몇 시간을 내리 달린 다리보다 아팠다. 터질 것 같은 심장보다 더 크게 울려퍼졌다. 그대로 몸을 뉘였다.

그 때, 머릿속에 이상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와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되지 않을래?"

"...그 입 닥쳐."

마법소녀? 이젠 듣기만 해도 치가 떨린다. 마법소녀에게 모든 걸 잃은 사람에게, 정말 이따위 제안을 하려고 찾아왔다는 말인가?
분노가 치솟았다. 식어버려 슬픔만 남은 줄 알았던 머릿속이 다시금 들끓었다.

지쳐 쓰러졌던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곧 내가 고양이를 닮은 생물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녀석은 목을 붙잡힌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흠흠! 내가 실수를 했네."

분명 내 손에 붙잡혀 있던 고양이가 어느새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붉은 빛으로 반짝였다.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복수할 기회를 줄게. 나에게 협력해서 '마녀'가 되어줘."

"그게, 무슨 말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복수? 마법소녀에게? 대체 어떻게?

"말 뜻 그대로야. 내가 힘을 주고, 넌 그 힘으로 복수하는 거지!"

어때, 쉽지?
녀석은 여유롭게 몸을 핥으며 말했다.

"그 힘이면 마법소녀를 죽일 수 있나?"

"물론이지! 그러라고 주는 힘인걸?"

복수만 이룰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 다른 조건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런 기회는 늘 오는 게 아니라고! 소원도 하나쯤ㅡ"

"할게. 그 계약."

"다시 잘 생각.... 뭐? 바로 하겠다고?"

녀석이 눈을 크게 떴다.

"나중에 마음 바뀐다 해도 못 되돌린다? 난 말했어?"

"복수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

설령 내가 괴물이 된다 해도, 곧 죽게 된다 해도 상관없다.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내 몸 주위로 알 수 없는 기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발치에서부터 시작된 기포는 서서히 차올라 시야를 가리고 내 주변을 완전히 뒤덮었다.
곧 거품이 점점 불어나더니 내 피부 속으로까지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

엄청난 격통이 몰려왔다.
이게 힘을 주는 과정인 걸까?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 말을 꺼내려 해도 입이 움직이질 않는다. 의식이 흐려진다.

"음... 남자는 마법소녀가 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과정이야! 아마 쪼오금 아프겠지만 잘 견뎌 봐!"

그렇게 나는 기포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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