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시청 진입을 시도하던 도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민 분향소를 끝까지 지키겠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설치한 추모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유가족과 서울시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서울시를 규탄하면서 협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행정 집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날 일부 유가족은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6일 오후 '10·29 이태원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서울시를 규탄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이태원 유가족 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추모행진 중 서울광장에 기습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에 서울시는 분향소를 이날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지난 4일 유가족 측에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은 정부와 서울시에 인도적으로 요구한다"며 "지난해 11월 2일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린 것처럼 분향소를 차려 달라, 그때는 영정과 위패가 없었지만 지금은 영정과 위패가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은 서울시와 경찰에 △분향소 철거 시도를 즉각 중단 △분향소의 설치와 운영에 협조△즉각 차벽과 펜스를 철거 △시민들의 조문과 1인 시위 보장 등을 촉구했다.
분향소와 관련해 유가족은 "시청 건물 가까이 작은 공간에 설치돼 시민들 통행 및 자유로운 사용에 방해되지 않는다"며 "충돌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 불필요한 충돌과 안전의 위험을 야기한 건 서울시와 경찰"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분향소'에 대해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들어가 유가족들을 숨기고 목소리가 사그라질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불법적으로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한 것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분향소 설치를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울시는 이날 예고한 바와 달리 철거를 집행하지는 않았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판례를 보면 2회 이상 계고를 한 뒤에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 있다. 2차 계고장 전달 시기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는 규정상 불법 설치물"이라면서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6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서울시와 유가족 강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 당분간 양측의 대치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이날 오전 11시께 유가족은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제지당하는 등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충돌은 한 유가족이 전기난로를 분향소에 반입하려 하자 서울시가 제지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3명이 항의를 위해 소리를 지르고 몸싸움을 벌이다 탈진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후 유가족과 경찰 대치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분향소 영정 앞에 두려고 난로를 가지고 왔으나 그것도 못 하게 했다"며 "햄버거 먹으려고 포장해온 것도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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