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엘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1화 [BGM 주의]

밀라(112.184) 2016.01.19 16:37:19
조회 1545 추천 33 댓글 13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zmHA0





 

  안나가 보이지 않는다. 엘사는 복도를 정신없이 휘젓고 안나가 들어갈만한 방은 전부 뒤져보았지만 안나를 찾을 수 없었다. 엘사가 안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복도를 뛴다. 구두가 걸리적 거려 구두를 벗어버렸다. 밖에선 희미한 폭팔음이나 총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엘사가 여왕으로 즉위하기 일주일 전 일어난 반란이었다. 결국 엘사는 대관식을 치르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반란을 정당한 민주화 혁명이라고 칭했다. 엘사가 카이 집사를 보더니 카이의 팔을 붙들고 다급하게 물었다.  


 ㅡ 카이 아저씨 어떻해요. 지금 안나가 전화도 안받고 톡도 안봐요. 전혀 연락이 안되는데 안나 어디 있는지 아세요? 


카이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ㅡ제가 그토록 빨리 먼저 탈출하셔야고 일러드렸건만... 여태껏 안나 공주님을 찾아다니신 겁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엘사 공주님이 탈출하시면 안나 공주님은 다른 루트로 탈출 하실거에요. 보안 문제 때문에 어디 계신지 정확한 위치는 저도 모릅니다. 부디 이 집사의 말을 믿고 자신부터 생각해주세요.


ㅡ하지만 안나가...


엘사가 주저했다.


ㅡ공주님은 아렌델 왕가의 희망이자 전부입니다.


카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녀들이 미리 준비한 짐을 담은 캐리어를 엘사에게 주면서 그가 말을 이었다.


ㅡ공주님 여기를 떠나 위즐튼으로 가셔야합니다. 수행원 2명이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렌델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입니다. 위조여권과 신분증을 준비해두었어요. 이제 여기서 작별해야합니다...


집사는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훔쳤다. 부모를 어려서 잃고 70줄이 다 되어갈 동안 엘사와 안나를 보살핀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 집사의 늘어나는 주름살과 함께 엘사는 성장했다. 대관식을 하기전 위즐턴에거 초빙한 의료진들이 극적으로 엘사의 능력을 제어하는 시술에 성공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아저씨였다. 드디어 안나 아가씨와 함께 할 수 있다고 그는 즐거워했다. 허나 운명은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관식 일주일 전 비극이 발생하고 엘사는 안나와 함께 같이 가자고 애원했지만 집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 피오르에서 뼈를 묻을 생각이었다.


ㅡ 카이 아저씨... 안나와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했어요. 지금 안나는 무사하겠죠?


카이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말을 이었다.


ㅡ 위즐튼에서 새 삶을 사세요. 엘사 공주님.  그게 안나 아가씨가 제일 바라는거에요. 후일을 도모하는 것은 엘사 공주님이 안전해진 후에 해도 됩니다. 이곳을 혼자 빠져나간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마세요. 당신의 능력이 있었다고 해도 이곳을 지킬 수는 없었어요 이미 대공망이 뚫려서 곧 이곳에도 폭격이 시작될거에요. 어서 떠나요 어서!


카이가 고개를 숙이더니 엘사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ㅡ비록 즉위는 하지 못하셨지만... 엘사 여왕님.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엘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집사의 늙고 지친 손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ㅡ고마웠어요. 아저씨...



엘사는 늙은 집사를 한번 안고, 주저하다가 비밀 통로로 뛰어나갔다. 카이는 엘사가 비밀 통로에 들어간 것을 마지막까지 확인했다.


ㅡ죄송합니다. 공주님... 안나 아가씨의 마지막 부탁이었어요.


카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반대편 복도로 뛰어나갔다.



엘사는 국경선을 넘었을 때 수행원들을 모두 잃었다. 이미 서던 제도의 지원을 받은 반란군들은 국경선의 경비를 강화하고 있었다. 사실 위조된 신분증과 어설픈 변장으로 무사히 게이트를 통과할 뻔 했으나 엘사의 재채기가 화근이었다. 순간 자신의 능력을 긴장때문에 통제하지 못한 엘사는 재채기로 고운 결정을 만들었고 경비원들은 낌새를 눈치채고 무력 체포를 시도했다. 결국 그녀는 수행원들의 희생과 결빙 능력으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위조 신분증과 약간의 여비뿐이었다. 왕가의 비상 비자금 인출에 필요한 인증 토큰을 분실한 엘사에게는 호텔에 묵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크리스토프는 오랜만에 찾은 아버지와 술한잔을 걸치고 모텔로 돌아왔다. 아렌델에 출장업무가 혁명군과 왕정군에 소요때문에 불가능해지자 회사에서 선심을 써서 연차를 내준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오랜만에 술 한잔 걸치는게 즐거웠던지 몸도 못가눌 정도로 마셨고, 크리스토프는 오늘은 아버지 대신 카운터에서 밤을 새기로 마음 먹었다.



해가 중천에 뜨자 아버지가 하품을 하면서 어기적 어기적 카운터로 걸어왔다. 크리스토프는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웹툰 정주행을 하고 있었다. 카운터 책상엔 핫식스와 레드불 그리고 몬스터 캔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있었다.



ㅡ315호실 아가씨 몇일 동안 방에서 전혀 나오지 않던데 오늘 방 빼야 하니까 한번 가봐라. 그리고 쉬어라. 고생했다.



크리스토프는 뒤늦게 몰려오는 숙취와 피곤과 씨름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이제 거의 점심시간이 되어가는 시간. 빨리 침대에서 뻗어버시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가 조용히 노크한다.



ㅡ계신가요?



대답이 없다. 다시 문을 두드린다. 갑자기 재채기와 함께 이상한 한기가 문틈으로 새어나온다.



ㅡ계신가요? 이제 방 뺄 시간이 되어서요. 손님.



대답대신 희미하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가 심상치 않다. 아버지가 이 손님이 몇일째 방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순간 기억났다. 그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자살이었다. 그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ㅡ손님! 손님! 괜찮으세요? 잠시 문 좀 열어주세요! 손님!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다. 크리스토프는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내 문을 강제로 열었다. 들어가자마자 오한이 이는 방공기에 몸을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여자는 침대 아래에 쓰러져있었다. 그녀 옆에는 알약들이 쏟아져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눈앞을 의심할수 밖에 없었다. 창문이 열려있거나 물을 쏟은 상황이 아님에도 바닥 사방이 얼어있었다. 그는 재빨리 911에 응급전화를 걸고 그녀의 맥박과 호흡을 체크했다. 아무래도 오래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에 과한 약물복용이 쇼크를 가져온 모양이었다. 그녀를 따뜻한 곳에 옮기고자 그녀를 조심스레 부축해서 들었다. 다 큰 성인의 무게치고 너무 가벼워 크리스토프는 이상하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토프가 그녀를 들자 갑자기 여자는 조금 정신을 차린듯 꼼지락 거렸다. 그리고 눈을 조금 뜨고 너무도 희미한 소리로 말했다.


ㅡ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마세요. 부탁이에요.



크리스토포는 그녀의 눈동자를 잠시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ㅡ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이번주 금요일까지 오늘 제시한 논제로 3500자 분량의 글을 제 이메일로 보내세요. 첨삭결과는 개별로 통지될거에요. 수고하셨습니다.


채 열명도 안되는 학생들이 서로 떠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가는 학생 중 건성으로라도 엘사에게 인사하고 나가는 학생은 없다. 엘사는 신경도 쓰지 않고, 파일첩을 정리했다. 사무실에 들러 그녀는 책상을 간단히 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한다



ㅡ어머 엘리사 선생님, 이대로 가실려고요?


메리다 선생님이 쿨하게 나가려는 엘사를 붙든다. 


ㅡ피곤해서요. 출장도 미리 준비해야 하고.


ㅡ에이, 그래도 한스 선생님이 쏘신다는데.


엘사는 오늘 안나의 재판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엘사는 악의 없는 말에도 신경이 쓰였다. 선생은 무슨 선생. 여기 오는 애들은 우리의 수강료를 감당할만한 재력이 있는 고객들이고, 우리는 대가를 받고 클라이언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지. 아까 한스 선생이 치근덕거리는 바람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엘사는 괜한 생각을 하며 머리를 넘겼다. 퇴근 시간임에도 괜히 짜증이 더 올라왔다. 새삼스럽다.


ㅡ전에 여기 들어올 때 말씀하셨죠. 한배에 타고 있지만 한 팀은 아니라고요. 한스 선생님 참 유능하시죠. 이번에 런칭하신 인강도 처음치곤 실적이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한턱 쏘신다는거죠? 이 자리에서 축하해드릴게요. 근데 정말 머리가 지끈거려서 전 가봐야겠어요. 그럼 저 출장때문에... 다음주에 뵈요.


자제를 해야 했지만 엘사는 자신을 추스를 수 없었다. 일부러 한스도 들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멍청하고 참지 못하고 되는대로 내뱉다니. 사무실에 공기는 얼어붙었고 책상을 정리하고 있던 한스는 동작을 잠시 멈췄다. 내 말에 가시가 있다는 사실은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겠지. 하지만 저렇게 치근덕거리고 시치미를 떼는 자식을 축하해주는 술자리에 끼는 건, 죽어서도 못하겠어. 엘사는 한스 그쪽에 전혀 호감도 없고 관심도 일절 없다고 여러번 의사를 표시했지만 한스는 능청스럽게 계속 작업을 걸고 있었다. 그녀는 후회했지만 사이다 한 사발을 제대로 들이킨 느낌이 들었다. 이런 내 달라진 모습을 보면 안나는 놀라겠지. 금세 안나 생각을 하자 기분이 울적해졌다.


ㅡ선생님...


ㅡ가볼게요. 좋은 주말되세요.


지하철에서 내려 그녀는 곧장 마트에 들렀다. 카톡음이 들렸다. 크리스토프였다. 그는 이제 곧 재판이 시작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괜찮냐고 이어서 메시지가 왔다. 엘사는 답장을 하지 않고 폰화면을 끈다. 그녀는 양주와 요즘 서던 제도에서 수입되고 있는 소주를 샀다. 그녀는 이미 알콜 중독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불면증에 고생했고 술에 힘을 종종 빌리곤했다. 오늘만큼은 술에 힘이 필요했다. 안나의 공개 재판을 맨정신으로 바라볼 멘탈이 엘사에겐 없었던 것이다. 아렌델 의회는 안나가 일종의 구심점이 되서 여론이 환기되고 왕당파가 결집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미 엘사를 실종처리하고 안나는 여론의 관심이 꺼질때까지 구금하면서 재판을 무려 4년이나 연기했던 것이다.


4년전 카이가 자신을 탈출시키면서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다. 안나가 탈출할 다른 루트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안나는 그 곳을 빠져나갈 생각이 없었다. 아마 안나는 스스로 아렌델의 여왕인척 하며 스스로 붙잡혀서 반란군에 주의를 끌었겠지. 그래서 내가 무사히 탈출 할수 있었을 거고. 엘사가 13년동안이나 밖에 모습을 한번도 보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걸국 자신은 혼자 그곳에서 도망친 것이다. 동생을 팔고서. 결코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허나 이 지루하고 무의미한 일상은 안나가 선물했기에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엘사는 집에 걸어가며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했다. 왜 안나가, 그리고 내 주변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고통받아야 했을까. 어디서부터 이렇게까지 잘못되버린 걸까. 나는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뻔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비극의 시작은 위즐턴의 국책 사업으로 시작되던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하도록 도운 학자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위즐턴과의 오랜 교류와 신의의 일환으로 왕실 전속 의사를 위즐턴 귀족 가문에서 뽑던 아렌델 왕가에 잘못된 전통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정치적 실책때문이었을까. 허나 이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민주화의 일환으로 아버지의 사망 이후 의회는 구성되었고, 이제 엘사는 여왕으로서 형식적인 결제와 외교 통상으로서의 국가원수의 역할만 할 생각이었다. 대관식 이전부터 그녀는 입법부와 행정권을 의회에 양도했었고 대관식 이후로 국가원수로서의 외교권을 제외한 자신에게 있던 행정부의 마지막 권한을 의회에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수술이었다. 아렌델 왕가는 극비리의 위즐턴의 팀을 꾸려 인간의 게놈지도를 완성하는 작업에 그녀의 유전자 맵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는데, 그 와중에서 서약을 어기고 비밀을 유출한 자가 생긴 것이다. 현대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다소 엘사의 결빙능력이 미치는 영향이 약해졌다고 하나 그녀의 능력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변 국가들에게 위협이었다. 특히나 해상 루트를 통해 무역업에 의존하는 서던제도에게는 수분을 얼음으로 바꿔 통제할 수 있는 엘사는 눈엣가시였다. 아렌델 의회를 서서히 잠식해 아렌델에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었던 서던 제도의 행정부 총리 통스는 아렌델의 안보부에서 움직이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명분은 정당한 의회로의 행정부 권위 이양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대관식을 올리려는 독재자 엘사의 축출이었다. 이미 서던 제도에서 심은 사람들이 정계에 많이 진출해 있었고, 의회는 서던 제도에게 무기를 지원 받은 혁명군을 지지해서 엘사를 공식적으로 탄핵한 후에 '헌법 정신에 위배된 독재 정치를 일삼은 엘사'를 수배하고 안나를 혁명 특별법 특위로 체포했다. 엘사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술이 끝나고 대관식이 열리기 바로 1주전이었다. 안나는 엄중한 보안 속에 무려 재판없이 4년이나 구금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공개 재판 날이었다.



분명, 모든 책임은 엘사에게 있었다. 그녀에게 애초부터 능력이 없었다면 이런 불행은 애초에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안나와 엘사는 시술이 무사히 끝나 13년이란 고독의 마지막 끝에서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까? 그녀는 수많은 선택을 합리적인이란 이유로 택했지만, 결국 그 결과가 어떤 우연의 화살촉에 실려 목표한 과녁에 적중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회한과 뒤늦은 후회가 하릴없는 죄책감에 불과할 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자신의 선의와 합리적인 이성으로 선택한 수많은 선택지들은 우연에 가차없는 화살촉에 꿰뚫려 한편의 비극으로 산산히 부서졌다. 그녀는 수많은 변수를 통제할 수도 없었고, 우연이란 거대한 파도가 자신을 적시는 것을 말릴 수 도 없었다. 



인생은 한번이고, 자신의 선택이 자신을 어딜로 인도할지도 모르는데 그 모든 기회가 한번뿐 이라는 것은 시간의 저주를 받은 인간의 불행이라고 엘사는 생각했다. 마치 인간은 일생의 단 한번 뿐인 연극무대에 리허설 없이 올라가야 하는 불운한 배우와도 같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점검할 시간도, 개선하고 실수를 만회할 여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처음 올라가는 리허설, 그것이 그 혹은 그녀의 연기의 시작이고 끝이다. 그리고 그 연극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은 단 한번이다. 한번 뿐이라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한번뿐 인 것은, 시작하지 않는 것과 다름 아니다. 리허설이 자신의 연기의 시작이자 끝인 배우의 연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곳에 의미를 부여할 어떠한 무게가 있는가? 엘사는 그래서 생각했다. 가벼움에 대해서. 깃털보다 가벼운,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 크리스토프가 나를 들었을 때 느꼈을 그 가벼움. 그리고 그 크리스토프의 나에 대한 모든 호의. 그 무용함. 그것은 가벼움이었다. 엘사는 모든 것이 가볍다고 생각했다.



엘사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씻지도 않은 채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손을 떨면서 술병에 술을 따랐다. 떨리는 손으로 TV를 켰다. 수많은 인파속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재판장으로 입장하는 붉은 색이 도는 금발 머리의 여자 모습이 보였다. 순간 엘사의 손떨림이 멈췄다. 4년만이었다. 그녀는 신분 노출의 위험도 무릎쓰고 어떻게든 면회 루트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안나는 마치 죽은 듯이 감춰져 있었다. 엘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안나는 감옥에서 4년 넘게 지내는 동안 살이 8킬로는 넘게 빠진 것 같았다. 안나는 너무 초췌해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생기에 넘쳐 언니와 함께 놀자고 자신의 팔을 끌어당기면서 하던 그 초롱초롱한 눈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안나..."


그녀의 눈은 곧 눈물로 얼룩져 TV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폰으로 써서 옮긴거라 좀 허접함


제목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패러디야.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원작하고 별 상관없고 가벼움과 무거움의 개념을 좀 빌려왔어.


단편과 중편사이의 애매한 분량으로 쓸 생각


추천 비추천

33

고정닉 2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글쓴이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