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여왕님 옥체를 본떠서 만든 피규어는 소중히 다뤄야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캐나다에 갔을 때 이곳저곳으로 넨도를 모시고 다니다가 기어이 참사가 나고 말았다. 이놈의 넨도라는 물건이 원래 목 파츠 내구도 안 좋기로 유명하단 말이지. 오죽하면 자기네도 여분의 목 파츠를 하나 더 끼워주겠어. 결국 목 파츠가 부러져버리고 말았어.

그런데 그냥 부러지는 거면 갈아끼우면 되는데, 이게 넨도 생긴 거 보면 알겠지만 목파츠가 안으로 쑥 들어가서 꽉 끼어있기 때문에 빠지질 않아. 여분 파츠가 있으면 뭐하냐고. 고치질 못하는데.

이런 참사를 겪는 게 나만은 아닐 거라고 판단, 부러진 넨도의 목을 고치는 가이드를 올려봄.

그리고 아래에는 목 부러진 여왕님 넨도 사진이 있으니 심장 약한 프갤러는 괜히 스크롤 내렸다가 충격받지 말고 그냥 여기서 뒤로 가기 눌러 줘. 제발.

자, 그럼 시작할까.

준비물

1. 수리할 넨도로이드

2. 여분의 목 파츠(구매시에 기본으로 하나 딸려옴)

3. 1.0 m/m 두께 핀바이스(이건 주로 프라모델 샵 같은 데에서 팔아. 제대로 된 건 만 원 정도 하고, 다이소에서는 몇 천원 대에 팔기도 한다는데 공구는 좋은 걸 사도록 하자. 괜히 핀바이스째로 부러지면 더 골치 아파져)

4. 1.0 m/m 두께 철사

5. 순간접착제

6. 사진엔 없지만 니퍼와 펜치가 있으면 편함.

그러면 우선 몸통에 박혀서 빠지지 않는 아래쪽 목 파츠를 빼내기 위해, 박혀있는 목파츠에 핀바이스로 구멍을 내줘. 이 때 목 파츠가 아닌 다른 부분(몸파츠 내부 등)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

그리고 철사에 순간접착제를 묻힌 후, 핀바이스로 뚫은 구멍에 꽂은 뒤 말려 줘. 이 때도 접착제가 다른 파츠에 튀면 자국이 남거나 녹아들어가니까 주의!!! 저게 마르는 사이에 우리는 다른 작업을 하도록 하자.

문제의 위쪽 목파츠. 얘는 접합부의 구형 파츠 째로 끼어있어서 다른 방법으로 빼내야하는데, 세로로 핀바이스를 꽂아넣었던 아래쪽 목파츠와 달리, 이번엔 구형 파츠를 가로로 관통하도록 핀바이스를 넣어줘. 그리고 관통한 구멍에 철사를 꽂아서 U자형으로 만들어 주자.

이렇게. 그 뒤는 뭐 말 안해도 알겠지? 잡아당겨 그냥. 당기다 보면 쑥 빠짐.

이렇게. 자, 그러면 지금쯤이면 아까 접착제를 발랐던 아래쪽 파츠도 굳었겠지? 그러면 걔도 쑥 빼내면 돼.

진짜 거짓말처럼 쑥 빠지더라.

그러면 여분의 목파츠를 가져와서, 다시 재조립.

중요한 건데, 넨도의 목파츠는 위아래가 정해져있어. 위는 고정되어있고 아래가 움직이는 방식이지. 그래서 저 구형 접합부에 스마일을 그려넣어서 위아래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 이게 또 넨도로이드 진품인지 짝퉁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해. 스마일 없으면 짝퉁.

아무튼, 저렇게 목파츠를 재조립해준 다음엔 그냥 해체했던 순서 역순으로 조립해주면 돼.

여왕님 넨도 부활!

웬만하면 목을 부러뜨리는 불경죄를 범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넨도의 태생적 문제를 어쩔 수는 없는 것이니, 혹시나 사고가 났다면 이렇게 고치도록 하자!

그럼 난 어쨌든 불경죄를 범하긴 범했으니 머리 박으러 이만 사라짐.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