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예술의밤/문학] 안나 이야기모바일에서 작성

ka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9 18:36:00
조회 604 추천 58 댓글 29

안나는 요즘 크리스토프의 하루가 자신과 함께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크리스토프는 평소에는 잘 지내는 듯 했지만 어느샌가 사라져 있거나 얼음을 찾는다고 말하고는 며칠씩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면 아렌델에는 올라프 밖에 없었다. 크리스토프는 왕실 생활이 적응하기 힘들어 보였고 올라프는 성 안에 있을 때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성 밖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성 안에는 대체로 안나 혼자 있었다.

안나는 그래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자주 있었다. 처음 대관식을 하던 날, 언니를 찾던 날들, 찾아 돌아와 아렌델이 봄이 된 날, 그 뒤로 3년, 정령이 된 언니, 그리고 여왕이 된 자신. 그 모든 일들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아직도 안나는 자신이 6년 전 언니 문 앞에서 앉아 눈사람을 부르자고 말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일이 정신 없이 벌어져 정작 안나는 자신의 마음에 집중할 기회가 적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6년 간 일어난 일은 갑자기 찾아와서 다 지나고 보면 그동안의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손에 든 책상 위 펜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비쳐 눈에 눈부신 결정체를 보여주면 손 밑에 선명하게 써 있는 겔다와 카이의 국정 과제가 읽혔다.

안나는 여왕이었다. 옆에 언니는 없었다. 그럴때면 크리스토프조차 어색하게 느껴졌다. 살아있는 올라프도 이따금 안나를 놀라게 했다.

안나는 하루가 모두 끝난 새벽에 방으로 돌아가는 대신 집무실에 앉아 지난 6년 간 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파란 달빛이 황금빛을 은은히 섞어주며 안나의 생각을 도왔다. 창문은 양 문이 모두 열려 선선한 바람을 보내 하얀색 실크 커튼이 흔들리도록 했다. 안나는 창문 너머 어딘가로 갔다 돌아오는 배가 항구에 닿는 것을 흘려 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안나는 가장 힘들었던 때가 생각났다. 갑자기 눈물이 나올만한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어디인지 모를, 처음 도착한 북쪽 산. 가득 쌓인 눈,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처음 보는 얼음 성. 얼음 성은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사람이 없었지만 문은 저절로 열렸다. 신비로운 공간이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펼쳐졌다. 언니가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계단 위에서 엘사는 안나를 내려다 보았다. 처음 보는 드레스를 입고서. 엘사는 웃었다.

엘사는 위험하다고 말하며 다른 곳에 보내주었다. 엘사는 크리스토프를 보고 놀랐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떨어져 지내는 자신과 엘사 언니를 생각할 때면 가족이 마음 깊이 다가왔다. 그 때 왜 엘사 언니가 크리스토프를 보고 놀랐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안나에게 그렇지만 마시멜로를 피해 크리스토프와 달리던 기억은 지난 6년 간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였다. 크리스토프보다 함께 지내며 감정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좋은지도 몰랐다. 마시멜로에게 나무를 튕겨 한 번 넘어지게 한 후 두 팔로 있는 힘껏 기분 좋아했던 다리 아픈 언젠가가 좋았다. 오큰의 상점에서 산 겨울 옷을 입고 돌아다니던 3년 전. 지금 안나는 엘사가 입었을 옷을 입고 겔다와 카이가 준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크리스토프와 뛰어다니던 3년 전이 기억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종일 즐겁게 뛰어다닐 수도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쪽 산에 가서 여러가지 일을 겪었을 때는 그곳에 다시 가지 않을 줄 몰랐다. 3년 동안 얼음 성에 간 적이 없었다.

엘사에게서 온 편지를 업무를 한다고 펼쳐 읽지 못했다. 안나는 그것을 읽을 수도 있었다. 일단 편지를 손에 잡고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 옆 비어있는 공간이 보였다. 언니가 지난 생일에 나를 축하해 주겠다고 그곳에 서 나를 깨우고 궁전 이곳저곳에 데려갔었다. 안나는 언니가 안나를 깨운 아침에 감기 걸린 엘사를 안나가 돌봐주며 저녁을 맞이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 날도 좋았었다.

편지는 엘사가 이번 주말에 온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좋았다. 안나는 엘사가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정령이라는 사실도 점점 알아가고 있었다. 노덜드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해하고 있었다. 곧 엘사를 만날 생각에 점점 설레왔다. 몸은 피곤해서 침대를 찾는데 마음은 설레 마구 기뻐하려고 했다.

언니가 오면 어떤 것을 할까 생각했다. 제스처 게임 하자는 말은 언제나 좋았다. 늘 제스처 게임을 했다. 요즘은 우리가 크리스토프와 올라프를 이기고 있었다. 엘사는 노덜드라인들과 제스처 게임을 연습한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었다. 문득 안나는 자신은 엘사와 크리스토프 그리고 올라프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안나가 아는 모든 사람은 엘사도 알았다. 그 반대는 아니었다. 지금도, 성 안에 있다고 느꼈다. 6년 전처럼.

안나는 긍정적이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알았다. 사람들은 안나가 긍정적이다가 가끔 너무 슬퍼할 때를 보면 몹시 충격을 받았다. 안나는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았다. 기쁠 때 기쁘다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울 때도 많았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안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길 바랬다.

안나는 엘사를 보면 일부러 더 긍정적으로 행동했다. 엘사는 능력을 사용하기 힘들어 감정도 더 줄어들었다. 안나는 그것을 이해했다. 그래도 엘사가 안나를 보며 더 자연스럽게 살기를 바랬다. 더 순수해보이는 행동이 더 성숙한 행동이라는 것을 엘사가 알길 바랬다. 엘사는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갑을 끼는 만큼 순수하게 기쁨을 표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안나는 그것을 이해했다.

"안나?"
크리스토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문으로 다가서며 대답했다.
"왜요? 크리스토프?"
"성으로 들어왔어요. 오늘 하루 어땠어요?"
"좋았죠. 들어와요."
안나는 문을 열고 크리스토프를 바라보았다. 금발 머릿결에 눈송이가 살짝 묻어있었다.

"요즘 매일 밖에 나가서 지내던데 성에 들어와 잔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에요?"
"5일 전이 마지막이었죠. 얼음 구하고 이곳저곳에서 잤어요."
"추울 것 같아서 그래요.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몰라요. 얼음이 눈에 아른거려요."
안나는 크리스토프가 왕실 공식 행사 때마다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던 제도의 어떤 왕자나 위즐튼의 사람들이 와도 크리스토프는 아렌델 왕실 사람으로서 그들을 손색없이 맞이했다. 하지만 안나는 본의 아니게 왕실에 온 크리스토프가 그런 생활을 싫어할까 잠시 걱정했었다.

"주말에 엘사 언니가 온대요. 제스처 게임도 할 수 있겠죠? 벌써부터 설레는 거 있죠."
"그래요? 그거 정말 잘 됐네요. 요즘은 거의 매 주 주말마다 오시는 것 같아요."
"녹크가 있잖아요. 언니는 항상 좋은 친구들이 많아요. 의외로 나는 당신밖에 없는 거 알아요?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닮아가는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눈동자를 굴렸다.
"잠깐, 뭐라구요."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흘려보냈다. 크리스토프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가 결혼식을 올리면 하객이 한 명도 안 올 거 아니에요. 나는 엘사 언니랑 올라프만 있고 당신은 같이 올 사람이 있나요? 온통 모르는 아렌델 국민만 오고 한스의 형제나 위즐튼의 가족이 오면 인사해야겠죠. 잠깐, 뭐? 이것 좀 그렇네......"
안나는 턱을 손으로 문지르며 곰곰이 무언가 생각해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손뼉을 한 번 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에 기뻐하며 크리스토프에게 말을 이어갔다.

"나는 업무를 해야 돼서 친구를 만들기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성 밖에 나갈 때 아렌델 국민들 중 친구를 만들어요. 빵 가게 하는 집이든 옷 만드는 집이든 누구든지요. 여왕님 명령이에요. 트롤들 말고 사람 친구도 있으면 좋잖아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왕실에서 국민들과 잘 어울리면 그것도 좋구요."
"그러니까요. 나는 사람들이랑 말도 잘 섞고 지내잖아요. 벌써 빵 가게 하는 율리아나 옷가게 하는 프로세트나 왕실 공식 빵, 옷 납품업자로 만들 수도 있을만큼 가깝거든요. 그리고 오늘부터 성 밖에서 자고 오지 말아요. 성에서 사는 법도 알아야죠."

안나는 크리스토프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기뻤다.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보내주었고 방 문을 천천히 닫았다. 밤의 적막이 찾아왔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안나에게 달빛인지 별빛인지 모를 푸른 빛이 다가왔다. 푸른 빛은 안나의 방에 스며들어 해처럼 하얀 달이 아렌델을 푸르게 만드는 것을 도왔다. 바다가 공기중에 떠다니는 것처럼 온 세상이 푸르게 변했다. 달빛은 늘 일정하게 아무 소리 없이 안나에게 내려왔다. 하얀 달은 푸른 빛을 보내며 황금빛을 곧곧에 간직했다.

안나는 탁 트인 하늘과 바다, 아렌델을 보며 엘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주말에 오면 같이 제스처 게임하자."

추천 비추천

58

고정닉 39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9473 3816
5489004 제목에 개추가 들어가면 [22] 안나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6 130 9
5489001 겨울왕국 그려봤노 [9] 노규(221.168) 05.06 128 7
5488670 [그림] 올벤쳐 [23] Flight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275 13
5487990 님들 저 생일임다 [16] Pris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9 280 9
5487495 예술의밤) 아렌델라이프 #27 [10]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0 307 21
5487149 푸갤라미 근황 [21] K2CH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3 452 13
5486537 예술의밤) 아렌델 라이프 #26 [12]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382 18
5485752 솔직히 스벤은 가능이다 ㅋㅋ [14] 트루데미지노무현(223.39) 23.12.30 973 11
5485751 속초에서 좆목중 [35] 겨갤러(223.39) 23.12.30 1307 23
5485570 라디오) 오토마톤 정령님 [8]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23 360 20
5485348 ※복귀 갤러들을 위한 차기작 정보 및 갤 상황 정리※ [30] ㅇㅇ(116.41) 23.12.18 1144 75
5484986 [231206] 겨울왕국, 겨울왕국2 일일관객수 [18] Flight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7 508 13
5484950 [231205] 겨울왕국, 겨울왕국2 일일관객수 [12] Flight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6 209 13
5484669 [231202] 겨울왕국, 겨울왕국2 일일관객수 [12] Flight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2 420 12
5484618 겨갤 이상하면 개추 [16] 감자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1 772 19
5484617 망갤테스트 [27] Nobles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1 795 25
5484418 [그림] 10주년 축하합니다!! [13] PoytailP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27 361 19
5484374 예술의밤) #278 겨울왕국 [15]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26 410 30
5484298 엘사카페 아까 좆비비는애들 대체 뭐냐 ㅋㅋㅋ [16] 겨갤러(223.39) 23.11.25 1049 18
5484297 엘사카페 재미있었으면 개추ㅋㅋㅋㅋㅋ [20] 감자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25 946 20
5483517 추워지면 나도 모르게 입장 ^^ [23] 메박_점장형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07 710 22
5483252 예술의밤) #276 마녀의 밤 [13]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30 416 22
5483106 예술의밤 할로윈 특집?? [15] 충북청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7 573 24
5482940 레전드 뉴짤 떴다 [16] Flight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3 1080 18
5482675 ai)윙크 자가격리 [11] 익명_y9J3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7 832 34
5482623 엘갤 이주 잘잘못을 탓할거면 2년전에 했어야지 [14] ㅇㅇ(106.101) 23.10.16 747 18
5482599 프갤러들이 엘갤 안갤로 간 이유를 알겠다 [8] ㅇㅇ(118.235) 23.10.15 1037 31
5482519 프갤럼들아 맞을래? [22] 렛잇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3 548 9
5481886 [[ 와 진짜 존나 귀여운거 찾음.... ]] [14] ㅇㅇ(112.147) 23.09.25 884 11
5481689 업데이트)재업) 엘사 vs 안나 인기 차이 [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982 28
5481687 사람들이 쥬디홉스를 욕하는 이유 [11] ABC친구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756 15
5481668 오랜만에 그림 그려옴.. [14] 겨갤러(1.220) 23.09.19 547 24
5481664 캠퍼스라이프 #29 [9]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8 377 16
5481467 사람들이 쥬디홉스를 욕하는 이유 [11]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750 19
5481142 404 ERROR 예술의 밤 공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12] 예술의밤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06 335 10
5480917 망갤테스트 [23] Nobles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30 713 18
5480883 [이륙요청!] 제 402회 예술의 밤 통합링크 <자유주제> [9] 예술의밤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8 157 10
5480870 [예술의밤/문학] Olaf [11] 아마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8 297 26
5480860 예술의밤) 캠퍼스라이프 #28 [8]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7 307 20
5480450 Kana-Arima (旧Mason-Tony-Mount)님 [12] ㅇㅇ(14.51) 23.08.14 478 14
5480300 엘냥이 안냥이 짤 [16] #카산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8 706 19
5480261 (AI) 엘사 체크포인트 비교 [16] 집부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7 1098 29
5480084 크리에이티브 앤 프로즌 뭐시기 대관 후기 [10] Excreme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31 470 18
5480065 예술의밤) 아렌델 라이프 #25 [6]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31 327 14
5479948 소식) 52Toys 신규 겨울왕국 굿즈 출시 예정 [10] Flight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7 509 13
5479776 대관 << 땡전한푼 후원할 생각도 없으면 개추 [10] ㅇㅇ(118.235) 23.07.20 574 11
5479474 [겨울왕국 갤러리] 법인 창설의 건 [15] n차부산대관총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0 982 37
5479267 엘사 팬티 [9] ㅇㅇ(118.235) 23.07.03 1586 29
5479255 흰티셔츠 엘사 [14] #카산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03 983 1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