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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우승작] 얼어붙은 이방인 - 18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0 01: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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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기대돼?”

한참 움직이지 않던 엘사가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분명히 나에게 한 말이었기에, 나는 냉기를 내 손에 가져왔다. 상대는 북쪽 산의 눈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는 강력한 엘사다. 힘든 싸움을 준비해야 했다.

난 너랑 싸우지 않을 거야.”

엘사가 돌아보면서 말했다.

지금 싸워봤자 의미가 없어. 오히려 지금 싸우지 않아야 다음 여행 때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 기대되지? 다음 시간대의 엘사가 널 공격할까? 언제? 어떤 식으로? 아니면 공격하지 않을까? 대체 왜 날 공격하는 걸까?”

나는 먼저 냉기를 날려 보냈다. 하지만 내 마법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냉기를 실은 바람은 엘사를 그대로 통과해서 바깥으로 날아갔다. 이곳의 석궁이 나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힐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엘사가 가소로운 듯 웃음 지었다.

뭐 하는 거야. 엘사. 여긴 아토할란이야. 이전 시간대에서 잠깐 놀아줬더니 날 이기려고 들어?”

엘사의 모습이 점차 변했다. 그리고 대관식 때의 옷을 입은 안나가 되었다. 그리고 사람 좋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드름 몇 개를 만들어내더니 내 발밑에 내리꽂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안나의 마법은 어때? 여기서 엘사만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카이는 어때? 스벤은? 누구랑 싸우고 싶어? 말만 해. 여긴 내 공간이야. 넌 그냥 여길 찾아온 관광객일 뿐이고.”

네 목적이 뭐야? 조금 전 기억은 진짜 있었던 일이야?”

나는 그 어떤 기억보다 이 기억만큼은 진짜이길 바랬다. 안나와 함께 만든 얼음성은 나에게 아주 의미가 있었으니까.

. 이 멋진 기억은 진짜야. 그건 확실하게 말해줄게.”

안나, 아니 아토할란은 두 손가락으로 먼지를 훑듯이 한 번 손짓했다.

서로 시간 낭비하기 전에 빠르게 가는 게 좋겠지?”

얼음성은 사라졌다. 아니 북쪽 산, 아렌델 모든 것이. 심연의 어둠 그곳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까맣게 변했다. 내 앞에 있는 안나의 모습을 한 아토할란과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1989년에 이리스가 널 여기서 꺼내줄 일은 없을 거야. 그 애는 그 전에 죽을 거거든. 지금이어디 보자1938년이지? 1년 뒤에 2차 세계 대전이 터질 거야. 비욘은 1941, 런던 대공습 때 폭사하게 되지. 위험한 걸 알고는 있었지만 널 도와줄 자료를 구하려고 갔다가 그렇게 됐어. 이리스도 1944년에 전쟁에 휘말려 죽게 되고. 네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전에 말이야.”

? 무슨 소리야. 거짓말이지?”

왜 이래. 66년간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았어? 충분히 각오한 일이었잖아. 허무해? 어쩌겠어. 그런 게 인생인걸. 여기 앉아서 모여드는 기억들을 보노라면 참 그래. 허무한 인생이 많지. 특히 전쟁 때는 더 그렇고. 걔는 뭔가 주인공처럼 폭탄이 자길 피해 갈 거로 생각했나 봐. 그야 그렇겠지. 눈의 여왕이 자길 지켜준다고 생각했으니까. 눈의 여왕의 비서라면 충분히 주인공 자격이 있기도 하고.”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잖아.”

그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서 준 걸로 여행을 하면서 잘도 그런 소릴 하는구나.”

나는 내 팔찌를 바라보았다. 1940,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서 준 것이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게 어떻게 작동할 거 같아? 있지. 여긴 네 생각보다 훨씬 신성한 곳이야. 그야말로 모든 기억이 다 모여드는 곳이지. 과거 뿐만 아니라 아직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미래까지도.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영원히 산다는 건 시간을 초월한다는 거야. 넌 이들의 시간 속에 속해있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고. 넌 마법이란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있잖아. 정령이니 뭐니 그런 건 아주 상관없어. 넌 초월자야. 진짜 눈의 여왕이지. 눈과 얼음, 그 자체고. 인간일 때의 기억은 이제 털어버려.”

내가 그걸 포기한다면?”

안나로 분장한 아토할란이 다시 한번 웃었다. 안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미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건 안나가 아니었다. 그 점을 확실히 해야 했다.

뭘 포기해? 이건 그런 게 아니야. 마법을 포기하고 동생의 기억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쩌면 영원한 삶도 포기하고요.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안나를 기억하는 건 참 좋았습니다. The end? 참 멋진 이야기지. 근데 분명히 말해 둘게, 이 일이 어떻게 끝나던 절대 그런 식이 아니라는 건 알아 둬.”

나도 분명히 말해 두겠어, 난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거고.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나는 다시 한번 내게 남은 마법을 끌어모았다. 적어도 저항을 하고 싶었으니까. 이곳의 아토할란이라고 해도. 하지만 아토할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을 잡았다.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네 적이 아니야. 그냥 앞으로 네가 겪을 일들을 맛보기로 보여줬을 뿐이지. 넌 앞으로 그런 걸 영원히 겪으면서 살아갈 거야. 사람들과 어울려 봤자 끝은 언제나 그런 허무함이지. 그런 걸 원해? 안나가 뭘 했는지 모르겠어? 네게 최고의 선물을 준 거잖아. 그걸 그렇게 버릴 거야? 기억해 봤자 네게 뭐가 남는데?”

나는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안나를 기억해서 내게 남는 것. 그걸 찾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찾아야 했다. 억지로라도. 아토할란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너 말이야. 기억을 찾기 전엔 나름 잘 살았잖아. 그렇게 덮고 덮다가 나와 함께 여기의 일부가 되는 시나리오였는데. 좀 엇나간 거 같아. 아토할란과 눈의 여왕. 어쩐지 좀 닮지 않았어?”

이미 여기 온 이상 그 시나리오는 버렸어. 내 생일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봐 버렸거든. 이제 날 보내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나는 억지로라도 이렇게 말해야 했다. 안나를 기억해서 내가 얻는 것. 이제 난 그걸 찾아야 했으니까.

그럼 그 길을 선택할 거야? 마음대로 해. 그럼 연도를 잘 선택해. 네 선택 하나하나가 그 미래로의 문을 열 테니까. 더 이상의 방해는 없을 거야. 이제부터는 모든 기억이 진짜일 거니까. 그리고 좀 안타까워서 그래. 이 자유를 포기하다니 말이야. 네가 알다시피 넌 평생을 괴로워할 거니까.“

네겐 아마도 안나 같은 사람이 없었나 보네.”

내 나름의 조롱에 아토할란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으니까. 이러는 거야. 뭐 스스로 느껴볼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난 언제든 환영이니까. 포기하게 되면 날 찾아와.”

그리고 아토할란은 사라졌다. 아토할란의 마지막 웃음은 무서웠다. 짧은 웃음이었지만 결국 자기처럼 될 것이라는 조소가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둠은 사라지고 다시 얼음성이 보였다. 엘사가 나에게 말을 걸기 직전으로. 안나와 함께 만든 얼음성 2, 테라스의 엘사는 문을 닫으려다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더욱 활짝 문을 열었다. 아렌델 성을 닮은 얼음성의 문도 그렇게 열렸다.

곧 파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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