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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대회 우승작] 얼어붙은 이방인 - 30 / 에필로그

엘사v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0 01: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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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링크


에필로그


27. 아렌델 성 광장 - 1886111/ 현재 19891222


아토할란은 항상 그랬듯이 그 자리에 있었다.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곳. 내 동생의 기억이 잠들어 있는 곳. 오늘은 일이 제대로 되었을 때 내가 아토할란에서 빠져나올 날짜로 예정되었던 날이다.

나는 안나가 죽었던 그 날, 눈의 여왕의 전령으로 임명되어 평생을 나를 위해 살아왔던 한 인간의 탄생을 보고 있었다.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비욘은 아렌델의 국기가 검은색으로 교체되는 걸 아무 말 없이 주시했다.

엄마! 국기가 이상하게 바뀌고 있어요!”

비욘의 물음에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비욘의 엄마는 비욘을 안아 들었다.

아렌델의 여왕님이 돌아가셨으니까.”

엄마 울어요?”

그래. 안나 여왕님은 좋은 분이셨거든.”

그리고 비욘의 엄마는 비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간 비욘의 엄마는 부엌 찬장 깊숙이 숨겨둔 상자 하나를 꺼내왔다. 그리고 상자의 뚜껑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비욘, 눈의 여왕님을 알고 있니?”

들어본 적은 있어요. 안나 여왕님 전에 여기 계셨던 엘사 여왕님 말이죠?”

그래 잘 알고 있구나. 눈의 여왕님을 만난다면 그분을 좋아할 것 같니?”

. 눈의 여왕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거든요.”

비욘의 엄마는 상자를 열었다. 고급스럽고 푹신한 비단 속에 하얀 팔찌가 하나 들어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아토할란 속의 시간대를 여행할 수 있었던 바로 그 팔찌였다.

비욘의 엄마가 말을 이었다.

혹시 전령이 뭔지 알고 있니?”

이렇게 시작한 비욘의 엄마는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눈의 여왕의 전령으로 선택된 단 한 사람. 그곳에서 뭘 보든지 간에 자신은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었던 나의 전령. 그리고 안나와의 기억을 찾기 위해 아렌델의 시간대 곳곳에 함정을 파 놓았던 눈의 여왕. 두 사람의 만남이 안나가 죽던 날 시작되었다. 그건 운명 같은 게 아니었다. 단지 눈의 여왕의 선택을 받은 전령이 자기 일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었다.

어떠니? 눈의 여왕님의 전령으로 살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좋아요!”

비욘이 기쁘게 소리쳤다. 나는 그 대답이 어린애의 철없는 소리가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욘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28. L.A. 20127월의 어느 날.


그 사람과 직속으로 연결된 이메일의 알림이 왔다.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메시지를 클릭했다. Let it go라는 제목의 음악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노래는 아주 좋았다. 작곡가가 직접 부른 노래였고, 엘사 역이 캐스팅되면 바로 녹음에 들어간다고 한다. 엘사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따뜻하지만, 감정이 격양되었을 때 터져 나오는 해방감과 감성은 엘사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나는 이야기만 제공한 사람일 뿐이다. 나머지는 다 그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노래는 정말 좋았다. 마치 그때의 내 속을 들여다본 듯이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직은 노래일 뿐이지만 곧 let it go 시퀀스에 맞는 뮤직비디오도 제작할 거라고 한다. 나는 정말 그걸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의 여왕 이야기에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니. 그것도 왜곡되지 않은 진짜 눈의 여왕 이야기가.

오늘은 그 감독과 약속이 잡혀 있었다. 만남은 짧았다.

그 감독은 먼저 엘사 캐릭터와 안나 캐릭터의 컨셉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애니메이터의 손으로 그려낸 새로운 눈의 여왕 이야기는 여기서 탄생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저라고요? 귀엽네요. 저랑 닮은 거 같기도 하고요.”

그렇죠? 캐스팅은 마무리 단계고 캐릭터 컨셉도 모두 나왔죠. 그리고 언론용으로 뿌릴 페이크 자료나 메이킹 영상도 만들고 있으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버전도 많거든요. 당신을 악역으로 만든 것도 있고, 안나의 성격이 전혀 다른 버전도 있죠. let it go 덕분에 엘사 캐릭터가 완전히 바뀐다는 극적인 스토리도 있지요.”

고마워요. 아무래도 눈의 여왕이라는 책이 있으니까요.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네요.”

나는 날 모델로 그린 엘사와 내 동생을 모델로 한 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난꾸러기의 모습이 다분한 안나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내 동생의 모습과 정말로 닮아있었다. 아렌델과 내가 겪었던 이야기는 이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마치 아토할란과도 같이. 마법이 사라진 미래지만 이 시대의 내가 말한 것처럼 미래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감독은 내게 또 다른 그림 하나를 내밀었다. 올라프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 올라프라는 캐릭터 말인데요. 극 중에 넣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올라프가 마지막으로 했다는 그 말도 살짝 변형하면 멋진 대사로 만들 수 있을 거 같고요. 우리가 만든 프린세스들에게는 항상 말하는 동물들이 등장했거든요. 엘사는 눈의 여왕이니까. 말하는 눈사람이 딱 어울려 보이는데 어때요? 당신이 했던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괜찮아요. 제가 말한 3가지만 지켜주시면 이야기를 살짝 바꾸는 건 상관없어요. 다시 한번 말해드릴까요? 3가지?”

. 그건 몇 번을 말해도 지겹지 않다니까요.”

첫 번째는 반드시 안나가 주인공일 것. 두 번째는 내 존재를 발설하지 말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악역의 이름은 반드시 한스로 할 것.”

세 번째는 언제 들어도 재미나네요.”

네 이상하게도 전 안데르센이 싫더군요.”

그러시겠죠. 눈의 여왕님.”

감독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만도 했지. 웃겨 정말. 눈의 여왕을 그렇게 왜곡하다니. 이게 이미 죽은 안데르센에게 할 수 있는 내 소소한 복수다.

나는 그 감독에게 앞으로 날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 두었다. 내가 전해준 이야기는 이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될 거고, 적어도 사람들은 안나를 기억하게 되겠지.


29. 아토할란으로 가는 길 20191222


이 시대의 사람들은 안나보다는 엘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쨌든 안나를 기억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 정도면 내게 충분한 선물이다.

눈이 내린다. 모든 걸 덮어버릴 기세로. 나는 지금이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다. Let it go 문구가 새겨진 파란 티셔츠와 거기에 어울리는 착 달라붙는 검정 바지를 하나 샀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콜라 캔도 몇 개 샀다. 오랜만에 아토할란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콜라를 마시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 표정을 보려고 나는 몇십 년을 기다렸다.

나는 눈 오는 거리를 걸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체로 눈 오는 거리는 모두 비슷비슷했으니까. 하얗게 덮인 도로, 모자를 쓴 것 같은 차, 고요히 사라져 가는 소음들. 바다 쪽으로 향하는데, 문득, 안나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나 그냥 오고 가는 사람들만이 바쁘게 움직일 뿐이다. 모두 눈에 덮인 채로. 움직이는 눈사람과도 같이.

133년 전, 안나가 죽었다. 아니 1886111일에. 아토할란으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요즘은 어때. 난 언제나 열려 있어.’ 이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아토할란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이럴지도 모르겠다.

만남은 당연하게도 아토할란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녹크를 타도 3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갈 가치가 있었다. 이곳의 문제는 잠시 잊기로 했다. 아토할란과 나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 저 어딘가 과거에서 길을 헤맬 나를 위해 나는 아토할란으로 가야 한다. 오랜만에 안나도 만나 볼 수 있겠지. 이번엔 186425일이라고 했다. 앞으로 영원히 그곳에 있을 안나가 이번엔 무슨 재롱을 떨지 모르겠다. 아직 안나가 죽은 것 같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지만 안나를 만나게 되면 아토할란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테고 다시 한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여섯 시에 녹크를 탔다. 다시 한번 어둠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는 짠 내 나는 바닷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저 멀리 아토할란이 숨겨져 있는 곳이 보인다. 이곳은 이제 눈이 오지 않는다. 햇볕은 좋다. 아토할란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걸 좀 더 잘 보기 위해 얼굴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안나의 향취가 묻어나오는 것 같았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웃는 모습으로 안나를 만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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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étranger gelé


The Frozen 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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