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기자수첩] '밸브는 대체 왜 이럴까?'에 대한 답을 찾았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1 13:31:02
조회 1495 추천 0 댓글 0
🔼 '밸브' 회의실 전경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메카=이재오 기자] '밸브 타임', '소통 부재', '3을 세지 못하는 회사', '게임을 만들지 않는 게임 회사'.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밸브 코퍼레이션에 붙은 부정적 별명들이다. 역사에 비해 출시된 게임 수가 많지 않고, 신작 소식도 적고, 미디어 노출도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가,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 관리도 속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붙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별명들이다.

최근 기자는 스팀 덱 국내 출시를 맞아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밸브 코퍼레이션에 방문해 여러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위의 모든 별명들이 나오게 된 이유와 밸브를 둘러싼 여러 의문들의 해답을 단 하나의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밸브 특유의 회사 운영방식과 문화다.

밸브의 회사 문화이자 운영 방식은 '극한까지 이른 수평적 구조'로 표현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밸브 내 모든 직원들은 직책도 직위도 없다. 연차와 상관없이 신입부터 베테랑 모두가 동등한 발언권과 권리를 지닌다. 이는 사장으로 알려진 게이브 뉴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직원은 원할 때 언제나 게이브 뉴웰과 자유롭게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게이브 역시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 요청받지 않은 의견을 함부로 제시할 수 없다. 회사 문화가 개방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게임업계를 통틀어도 이례적일 정도로 독특한 풍경이다.

여담으로 밸브의 몇 가지 더 특별한 문화를 설명하자면 이 회사는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찾아서 해야 하며, 프로젝트는 대부분 소수 정예로 진행된다. 일례로 다른 회사였으면 수백 명이 달라붙었을 법한 대형 프로젝트인 스팀 덱도, 겨우 20명 남짓한 직원들이 사무실 한켠에서 개발했다. 이 인원들은 기기 설계와 디자인은 물론, 패키징 디자인, 보도자료 작성, 언어 지원까지 자잘한 업무를 모두 직접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리더 같은 직책도 따로 없다. 다 같이 으쌰으쌰 힘내서 하나의 크고 작은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는 셈이다.

🔼 밸브의 회사 문화에 대해선 대부분의 직원이 긍정하고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얼핏 보면 일하기도 좋고, 회사 분위기도 좋을 것 같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 분위기는 굉장히 밝고 좋으며, 다들 이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에 만족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수평적인 구조로 인해 생기는 단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의사결정 난이도 상승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들의 의견이 동일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다. 스팀 덱의 햅틱 패드 모양을 동그라미로 할지 네모로 할지에 대한 아주 단순한 내용은 물론, 프로젝트의 우선순위, 게임의 수익성, NFT 도입 등 일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의사결정은 직원 간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결정된다. 누구 한 명의 일방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필연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밸브 타임'이 발생하는 이유도,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는데 이런 의사결정 과정이 쌓이고 쌓여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작은 요청 하나에도 대응이 늦는 것도, CS를 담당하고 있는 팀원끼리 숱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다른 회사 입장에선 꽤나 비효율적인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임 개발이 늦어지거나 미디어 노출이 적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하나 만드는 것부터, 음향, 코딩, 난이도 등 모든 면을 프로젝트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해가며 진행하다 보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미디어 노출도 많을 수가 없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 하프라이프 시리즈 신작인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13년 만에 출시됐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이 문화를 경우에 따라서 조금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밸브에서는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회사의 현 운영구조와 문화를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 생각하고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회사의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밸브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지사를 잘 만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지사에 밸브의 운영 문화를 녹여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변호사나 마케팅 담당자처럼 사업적 측면에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해야 하는 인원은 따로 기용을 한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신작을 보고 싶은 게이머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문화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밸브가 양질의 완성도 높은 게임과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비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밸브가 출시한 게임들 대부분이 여지없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던 것을 생각하면, 밸브가 이런 기조를 고집하는 데에는 충분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런 밸브의 운영구조와 문화를 똑같이 따라하자거나 본받자는 뜻은 아니다. 모든 시스템에는 일장일단이 있고, 밸브의 체계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밸브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과 결과물들로 미루어 보면, 충분히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밸브 직원들 모두 스스로 '항상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했으니, 조만간 신작과 같은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 밸브를 열면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듯, 게임도 술술 나오길 바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Copyright © GameMeca All rights reserved.]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6979 배틀필드 2042, 올해 말 시즌 3에서 ‘병과’ 재도입한다 [2]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534 0
6978 유선의 단점 극복하나? PS VR2 내년 초 출시 확정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564 0
6977 MMORPG로 변신한 히트2, 전작과 차이점은?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619 0
6976 [노8리뷰] 샅바 벗고 '스모뾰이' 해드릴게요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452 1
6975 [오늘의 스팀] 캡파 팬 주목, 'SD건담 배틀 얼라이언스' D-2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699 0
6974 중력술사 캣 스크린 데뷔, ‘그라비티 러쉬’ 영화 나온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450 0
6973 함대 출항 시간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 정식서비스 시작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368 0
6972 2인 협동 가능, 던전 운영 게임 ‘던전스 4’ 공개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580 0
6971 거대 벌 보스와 전투, 스타듀 밸리 개발사 신작 정보 공개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1166 0
6970 엔씨 캐릭터 도구리 담은 CU 편의점 콜라보 상품 나왔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504 0
6969 [겜ㅊㅊ] ‘어둠의 포켓몬’ 집합? 몬스터 테이밍 게임 5선 [3]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2522 1
6968 콜라보 제왕 폴 가이즈, 다음 대상은 하츠네 미쿠? [21]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2990 12
6967 디지털 기술로 만든 사자, 유니티 신규 데모 '라이언' 공개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677 0
6966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 등극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3 489 0
6965 현란한 도술 돋보이는 ‘검은 신화: 오공’ 플레이 영상 공개 [17]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1649 5
6964 [오늘의 스팀] 시즌마다 성장 중, 에이펙스 레전드 배그 추월 [16]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2325 5
6963 [롤짤] LCK 플레이오프에도 이어진 버그 소동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1863 0
6962 전 세계 프로듀서를 위해! '데레마스 단독 라이브' 열린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426 0
6961 HBO의 야심작, ‘라스트 오브 어스’ 실사 드라마 영상 첫 공개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485 0
6960 23일 10시 오픈, 대항해시대 오리진 사전 다운로드 시작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290 0
6959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PC방서 문상·먹거리·이용시간 준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644 0
6958 원작 감성 살린 '프리스톤테일M' 9월 2일 나온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207 0
6957 농장과 펫으로 차별화 노렸다, 일루전테일즈 30일 출시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208 0
6956 소니 ‘데이즈 곤’ 영화 만든다, 주연은 ‘아웃랜더’ 샘 휴언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2 442 0
6955 데스 스트랜딩, PC 게임패스에서 즐길 수 있다 [9]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1 2218 3
6954 헌터는 밥심이지! 몬스터 헌터 레시피북 한국어판 출간 [13]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21 3361 27
6953 '함께하는 재미' 추구했던 블소2의 지난 1년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853 0
6952 [이구동성] 두 유 노 무릎?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6334 1
6951 [오늘의 스팀] 블러드본 닮은 역병 소울라이크 ‘티메시아’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092 0
6950 한섭에도 ‘고루시 위크’ 온다, 우마무스메 564 캠페인 잭 시작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3315 0
6949 히트2가 크리에이터에 집중하는 이유는? [2]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995 0
6948 디아블로 4 “유료 상품으로 캐릭터 강하게 만들 수 없다” [4]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2388 1
6947 [노8리뷰] 샅바 벗고 '스모뾰이' 하는 스모게임 보고 가세요 [1]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731 0
6946 '환탑' 국내서도 통했다, 타워 오브 판타지 구글 매출 8위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953 0
6945 대항해시대 오리진, 포격이냐 백병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576 0
6944 원신과 차별화되는 파티플레이의 재미, 타워 오브 판타지 [39]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5626 11
6943 스팀 PC방 국내 서비스 1년 3개월, 초기 성과 기대 이하 [1]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290 0
6942 총으로 마법 쏘는 중세 TPS '퀀텀나이츠' 게임스컴 참가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718 0
6941 퀘이크콘 기념, 베데스다 게임 전 플랫폼서 최대 80% 할인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920 0
6940 [순정남] 근육 다빈치의 악마 소탕? 독특한 설정 게임 TOP 5 [5]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670 1
6939 정발은 언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글로벌 사전등록 시작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022 1
6938 근육맨 다빈치, '르네상스 파이터즈' 사전등록 100만 돌파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83 0
6937 [오늘의 스팀] 돈 문제와 인간관계, 대학생 애환 다룬 게임 등장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280 0
6936 '캐릭터 개성 사라졌다' 철권 7 밸런스 패치에 반발여론 확산 [43]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2639 19
6935 우마무스메 카우걸 ‘타이키 셔틀’의 실제 말이 세상을 떠났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995 0
6934 출시 초읽기, 넥슨 '히트 2' PC 버전 사전 다운로드 시작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281 0
6933 베이스 레벨 100부터 가능, 라그 '환상 체험 도서' 2종 추가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296 0
6932 이혼 전담 변호사가 기획한 '나의 이혼 이야기' 스위치 발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384 1
6931 게임문화재단, 슈퍼셀과 '브롤스타즈' 팬아트 공모전 한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156 0
6930 세나 레볼루션, 불굴의 의지 지닌 신규 영웅 '태오' 등장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8 20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