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 대전 직관이다. 아무래도 이대호 선수의 마지막 대전 원정 직관이니 무조건 가보자 싶었다.
이 날은 한화 출신 4명의 선수들의 레전드 행사날이고 한화도 이 날은 꼭 이기고 싶었는지 강해보이는 빨간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패의 당위성은 그러한 이유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숱한 경기에서 지켜봤기에  롯데의 승리를 신나게 즐기며 돌아왔다. 한화팬은 홈에서 연속으로 3번이나 롯데에게 져서 많이 속상할 것 같다. 롯데팬들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양손가득 성심당 빵으로 자축하는 날이었을 것이다. 내게 대전은 승리의 밤과 성심당 빵으로 기억될 듯하다.

경기 소감으로는 3루의 김민수 선수가 정말 열심히 하고 성과를 수비든 공격이든 성과를 내는 게 눈에 띄었고 유격수 한태양 선수의 글러브에는 참기름을 발랐나 싶었다. 공을 잡았는데 스리슬쩍 뚝 흘러내린 게 내 기억으로는 고척에서 2번 이번 한화에서 1번 벌써 세번째이다. 박기혁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날렵해보이는 체형으로 발빠르게 주루하여 득점하는 정말 좋은데 쥐는 힘이 약한건지 다 잡은 공을 놓치는 걸 보완하면 좋겠다. 솔직히 나라면 그 날 집에서 울었을 것 같다.
  
그리고  평소처럼 구승민-김원중 선수에게 한 이닝을 다 맡기는게 아니라 8회말 2아웃 상황에서 구승민 선수가 조금 흔들린다 싶으니 바로 김원중 선수를 낸게 아주 나이스했다. 롯데에는 좋은 투수가 많으니 경기 흐름에 따라 무리하지 않는 내에서 0.1,  0.2, 1.1이닝이든 총력전하듯 좋은 투수를 유연하게 잘 써서 이겼으면 한다.
  
여담으로 대전역에서 야구장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분이셨는데 대화를 해보니 완전 야구통이셨다. 아버지께서 대전의 초중고학교 야구 감독이셨다고 하셨다. 자신이 초딩 때 아버지에 박철순 선수를 데리고 오셔서 같은 방을 쓰며 형님형님하며 지냈는데 박철순 선수는 사실 충암고를 가고 싶어했는데 당시에는 잘하는 선수랑 못하는 선수를 세트로 묶어 고등진학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배명고에 가게 되어 자신의 아버지랑 조금 소원해졌었다는 비하인드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박철순 선수와는 별개의 이야긴데 정말 옛날에는 야구선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소질있는 학생들에게 야구를 권유하면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껄렁한 학생들중에 운동 좀 하겠다 싶은 학생들을 모아 야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지금 KBO 레전드 40인 중에 행실이 납득되지 않는 선수들이 있는 경위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지금은 프로야구선수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달라지고 부모님들이 먼저 앞장서서 야구를 시키는 시대인만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들로 제 2의 레전드 선수들이 생길것 같다.

무튼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대전의 초중고를 차례대로 옮기면서 육성한 학생들을 데리고 대전에서 지역야구 명문고랑 중요한 경기를 했는데 아버지가 이끈 팀은 신생고였고 그날따라 스트라이큰데 볼로 계속 해서 편파가 의심되는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그 흐름에 말려 결국엔 패배를 했는데 경기 후 학생들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이 생겼다고 하셨다. 사실 그날 편파적인 심판으로 지역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쓸 수 있었는데 그 날의 불미스런 일로 여론도 확 바뀌고 기사님 아버지의 인생도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을 차마 형사처벌 받게 할 수 없던 아버지는 팀을 해체하는 조건을 눈물로 받아들이고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분산시켜 전학을 보내어 학생들을 살렸다고 한다. 그 이후 아버지는 충격으로 야구의 길을 접으셨다고 하는데 기사님의 말씀에서 안타까움과 회환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기사님의 아버지는 학생들을 정말 잘 가르치셨고 선수 육성에 소질이 있으셨다. 야구에 인생을 바치신 분이셨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서울에서 학생들과 원정 경기가 있을 때 기사님의 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주사 쇼크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어머니께서 아이가 아프다고 지금 내려올 수 있겠냐고 전화를 하셨는데 한창 경기 중이시고 감독이라는 책임감에 내려오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 때 동생이 살아서 망정이니 안그랬으면 두 분이 헤어지셨을지고 모른다고 너털웃음을 지으신 기사님의 얘기에 차마 같이 웃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평생 야구와 선수들을 위해 헌신하셨는데 인생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꼬인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적어도 롯데 팀에서는 이런 일로 야구를 놓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제 홈경기2개 창원 원정경기 1개가 남았다. 구단도 팬들도 후회없는 건강한 경기 하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