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url 링크가 이상하게 한방에 안걸려서 수정하고 올려야하네
쒸벌ㅋ
【유감이지만 안됩니다.】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딱 잘라 말했다.
【본 학원은 엔도 씨의 모교 방문을 거절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냉랭한 반응.
20년 만에 마음먹은 모교로의 방문을 학교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리될 줄, 어느 정도 예상은 하였다.
“옛 졸업생이 20년 만에 학원을 둘러보고 싶다는데 너무 냉혹하시네요. 학원장님.”
【말이 나온 김에 일러두죠. 전 엔도 씨를 저희 학원 졸업생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탄원이 아니었다면 엔도 씨 역시 그 문제아들과 함께 제적당했을 테니까요.】
“그러게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죠.”라 대답하며 쓴 침을 삼켰다.
그는 학원장이 되기 이전부터 오아라이 학원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이다.
기억 속에, 자신의 이름은 당연히 남아있을 테지.
【모교 방문을 원하신다면 저희 오아라이가 아닌 선더스 대학으로 가시죠. 그곳이라면 엔도 씨의 방문을 두 팔 벌려 환영할테니.】
그럼 이만, 이라는 말과 함께 전화는 끊어졌다.
입안에 씁쓸함이 감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애꿎은 바닥을 발로 툭툭 찼다.
‘문제아.’
싸잡아서 내뱉었던 말이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스스로도 모범생이라 불릴 만한 모습을 보인 적은 무척 적었으니까.
그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
“틀린 말은 아니구나.”
이왕 문제아취급을 받았으니, 그럼 그런대로 움직일 뿐이라 생각했다.
될 수 있으면 공식적으로 방문하여, 마음껏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그렇다면 문제아답게, 멋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나…….”
그것이 안 된다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방문을 할 뿐.
기껏 용기를 내어 이곳까지 왔다.
잊어버리고 살라는 할머니의 마지막 당부를 어기면서까지 이곳에 왔다.
그러니 아무것도 마주하지 않은 채, 돌아갈 순 없다.
치사토는 오아라이 여자학원 고등학교라 새겨진 현판의 건너편으로 발걸음 옮긴다.
학원의 풍경은 많이 변해있다.
눈앞에 드리운 교사 건물, 자신의 기억 속 빛바래고 낡은 건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불어온 바람이 머리카락을 휘날려 간지럽혔다.
오아라이의 바람에, 옛 추억도 함께 휘날려온다.
‘옛날 같았으면 경비 아저씨가 튀어나와 막아섰을 텐데.’
문득 든 생각이다.
밖에서 다른 짓을 하다가 몰래 돌아오던 학생들은 그 아저씨와의 기묘한 애증관계가 있었다.
치사토도 종종 그들 중 한 명이기도 했고─.
지금이라도 어디에선가, 이제는 백발이 되어버린 경비 아저씨가 튀어나오진 않을까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
‘많이 변했다.’는 실감이 다시금 느껴져 왔다
「엔도, 넥타이를 똑바로 매세요.」
「엔도 양! 복장불량!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등교하지 마세요! 벌점입니다!」
「엔도 치사토! 부활동 시간 외에 전차를 몰고 나오면 안 돼!」
「전차도부! 빨리 격납고로 돌아가지 못해─?!」
어디에선가 선도부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치쨩! 선도부가 뒤에서 쫓아오는데 어떡지?」
「도망치자. 미오, 격납고까지 전속력으로.」
「아, 안 돼! 나 지금 벌점이 엄청 간당거린단 말이야…….」
「샌님 같으니.」
그리고 그들에게 쫓기던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만 같다.
여러 가지 말썽도 쳤고 혼도 났던 학교생활이었지만─
“…….”
─즐거웠었다.
달리는 전차의 해치를 열고 몸을 밖으로 내, 바람에 휩싸이는 걸 좋아했다.
친구들과 그걸 함께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었다.
그때 발밑이 울린다.
교정 안을 걷다 발밑이 울리는 것을 느끼곤 발걸음을 멈추는 치사토.
무척이나 간만에 느껴보았으나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분명 움직이는 전차의 궤도가 땅을 울리는 소리.
학원으로 전차가 들어오고 있다─.
그 흔들림에 맞춰 몸 안의 고동이 조금씩 강해지는 걸 느낀다.
선두로 하여 교문을 넘어 들어오는 건 4호 전차.
개조를 거쳤는지, 기억속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져있는 4호를 선두로 하여 줄줄이 들어오는 전차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4호를 뒤따르는 건 헷처? 헷처는 자신의 기억 속 전차도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뒤를 따라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전차들
89식, M3, 포르쉐 티거, 치누, B1 bis가 줄줄이 따라 들어왔고─
“삼돌이.”
─마지막, 3호 돌격포가 조금 뒤쳐진 채로 따라 들어왔다.
두근거리던 심장의 고동소리가 더욱 확실해졌다.
이곳에 오기 전 망설임과는 별개로, 자신의 안에서 오랫동안 잠자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는 치사토.
못박혀있던 발을 떼어 움직인다.
전차의 행진이 향한 곳으로 발을 움직인다.
이미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것을 쫓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서둘러 뒤따라갔다가 묻어두었던 옛 기억과 마주하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몰라서.
그것이 두려워서, 자신을 다잡으면서 전차들이 향한 곳을 뒤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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