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미각을 잃고 돌아오지 않는 감각에 절망한 차영은 더이상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알 수가 없고 모든 것을 놓기로 한다.
결심을 하고 마지믹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에 우연히 이강과 함께 완도에 머무르게 되고
지쳐 쓰러진 그를 보면서 그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남이라면 그저 안쓰럽게만 바라봤을까.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그 삶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차영은 그 속에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발견한다. 이강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온전하진 않지만 한발로 당당하고 씩씩하게 맞서 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고도 쉬울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동안 문차영이 어떻게 살아왔나를 생각해 보면 그저 또다시 버티고 선 산 앞에서
잠시 주춤했을 뿐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손수 정성들여 지어준 밥 한끼에 담긴 마음은 지쳐있던
차영에게 새로운 충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심과는 별개로 그토록 기다리던 강의 고백을 받지만 선뜻 답하진 못한다.
오랜 짝사랑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차영에게로 향한 그의 사랑에
여전히 망설이며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엄마 소식을 태현에게 들은 차영은 곧장 그곳으로 달려간다.
지금껏 혼자서 씩씩하게 버텨왔지만 엄마라는 존재를 잊은 적도 그 상처에서 자유로웠던 적도 없었다.
언제나 가슴 한켠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상처받고 아파 봤기에 다른 이의 고통과 간절함을 알 수 있었고 지나치지 못했다.
타인을 위해 종종거리며 분주했던 시간들은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었던 그녀의 진심이자 자신의 상처를 다독이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지만
자식을 버린 지용과 마이클의 엄마 앞에서 터져 나온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그 속에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녀가 웅크린 채 아직도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 뿐이었다. 어떤 노력도 어느 누구도 온전히 치유해 줄 수 없는 아픔이었기에 만나야만 했다.
절실함을 안고 달려갔지만 그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마는 떠나고 없었고 자신처럼 상처받은 한 사람이 보였다.
소녀가 어른이 되는 그 긴 시간동안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내 엄마라는 사람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또 도망을 갔다.
이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런 사람이 내 엄마고 난 어릴 때 이미 버려졌고 다시 돌아와 내 손을 잡아줄 거라는 달콤한 꿈 따윈 꾸지 말아야 한다는 걸.
버스가 올 때마다 벌떡 일어서는 그 애타는 마음과 다시 주저앉으며 고개를 숙이는 그 절망은 조금전까지 자신의 것이었다.
안타까웠다. 자신에겐 이제 과거가 될 시간들이 그 앞에 남아 있으니까. 다만 빨리 털고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처럼 미련떨지 말고.
끼니를 챙기는 것으로 걱정을 대신하며 차영은 발길을 돌린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여기서 전해들은 엄마 소식은 그저 포기가 안되던 자신의 마음을 바로 직시하게 해줬을 뿐이다.
이곳에서 긴 기다림의 시간들에 마침표를 찍는다. 더는 스스로 생채기 내며 살지 않을 것이다. 상처 속으로 파고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가치없는 일에 더는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절망이 아니고 체념일 뿐이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진작에 끊어냈어야 할 미련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조금씩 쌓였던 감정의 응어리들에 제법 단단하게 굳은 살이 박혔다.
온전히 아물진 못해도 이제 과거의 모습보단 훨씬 편해질 수 있을 거 같다.
어느날 다시 엄마 소식을 듣거나 혹여 만난다 하더라도 이렇게 자신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차영의 마음 속에 완도에서 진지하게 고백하던 강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이상은 숨기지도 조심스러워 하지도 않을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서 고통받았던 시간은 이걸로 충분하다.
지친 몸으로 동구아저씨 장례까지 치른 강은 이곳에서 꿨던 소박했던 어릴 적 꿈을 떠올리며 탈진한 듯 쓰러져 잠을 잔다.
잠시 눈을 떴을 때 차영이 곱게 잠들어 있었다. 맘 아픈 사람 혼자 두고 가려니 발길이 안떨어진다며 옆에 있어 주었다.
혼자서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무엇을 위한 길이었을까. 고단했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이제 버겁기만 하다.
다시는 예전과 같이 살 수가 없을 거 같다.
강은 말했다.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 입었다고. 예전의 모습은 씻어낸 것이다. 차영의 마음을 몰라 머뭇대던 두려움도 묻어 두기로 한다.
과거의 아픔을 뒤로 하고 다시 새로운 길 위에 서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시간인 것이다.
더이상 떠나보내지 않고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이 순간의 진심을 껴안으며 드디어 마주보게 된 두 사람이다.
짤출처 트윗이랑 촠갤 금손
뭐 본방이랑 똑같은 내용일 뿐이지만 차영이 감정선이 넘 짧게 나와서 아쉬운 마음에...
태현이랑 통화씬 내용은 당황스러운데 차영이 넘 재밌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넘어감 ㅋㅋㅋ
똥색원피스로부터 이어지는 코믹씬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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