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을 밟으며 버르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예형은 문득 느껴진 허전함에
잠시 생각하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어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이어폰 끝은 어디에도 꽂지 않은 채로 주머니에 넣어놓더니 길을 걸었는데,
이것이 그의 패션 스톼ㄹ의 완성이었으며 쿠ㄹ함의 결정체라 생각함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렇게 몇분 걷자 그의 머리 속에서는 마치 이어폰에서 음악이 흐르기라도 하듯 전에
들었던 음악이 요동치기 시작했는데, 그에 쓸데없이 심취한 그는 옆으로 다가오는
불빛도 느끼지 못하고 골목을 건넜다.

그가 비로소 불빛을 알아채자 그 근원인 트럭은 지척으로 다가와, 피할수도 차가 멈출수도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그는 마치 그 찰나의 순간이 엿가락 늘어지듯 길게 늘어져
한 순간 한 순간에 수백의 생각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갔다.

\'트럭이니까 뛰어오르는건 별로 도움이 안 되겠지.\'
\'시발, 이제 죽는건가? 수능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에라이 시발!\'

순식간에 생각이 잡히기도 전에 반응한 몸은 크게 진각을 밟으며 어깨와 팔뚝에 모든 힘을
실어 앞으로 크게 떨쳤는데, 인터넷에서 더돌아다니며 본 사진에서 비롯된 철산고라는
기술이요, 그것이 왜 지금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 유럽에서 시작된 입자간 충돌 실험의 여파가 하필 이곳에 작용했다.

번쩍.

그 여파는 예형 몸과 트럭의 충돌에너지를 빌어, 순식간에 팽창하더니 트럭과 예형을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