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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선생님이 왜놈을 죽인 사연.

K3 2005.10.24 19:20:26
조회 830 추천 0 댓글 25


  나도 할 수 없이 일어나 앉아서 내 상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방 안을 휘 둘러보았다. 가운뎃방에 단발한 사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가 어떤 행객과 인사하는 것을 들으니 그의 성은 정씨요, 장연에 산다고 한다. 장연에서는 일찍 단발령이 실시되어서 민간인들도 머리를 깎은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그 말씨가 장연 사투리가 아니요, 서울말이었다. 조선말이 썩 능숙하지마는 내 눈에는 분명 왜놈이었다. 자세히 살펴 보니 그의 흰 두루마기 밑으로 군도집이 보였다. 어디로 가느냐 한즉 그는 진남포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보통으로 장사나 공업을 하는 일인 같으면 이렇게 변복, 변성명을 할 까닭이 없으니 이는 필시 국모(민비)를 죽인 삼포오루 놈이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그의 일당일 것이요, 설사 이도 저도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국가와 민족에 독균이 되기는 분명한 일이니 저놈 한 놈을 죽여서라도 하나의 수치를 씻어보리라고 나는 결심하였다. 그리고 나는 내 힘과 환경을 헤아려 보았다. 삼간방 40여 명 손님 중에 그놈의 패가 몇이나 더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열 일여덟 살 되어 보이는 총각 하나가 그의 곁에서 수종을 들고 있었다.   나는 궁리하였다. 저놈은 둘이요 또 칼이 있고, 나는 혼자요 또 적수공권이다. 게다가 내가 저놈에게 손을 대면 필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말릴 것이요, 사람들이 나를 붙들고 있는 틈을 타서 저놈의 칼은 내 목에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망설일 때에 내 가슴은 울렁거리고 심신이 혼란하여 진정할 수가 없이 심히 마음에 고민하였다. 그 때에 문득 고 선생의 교훈 중에,   '들수반지부족기 현애철수장부아'라는 글이 생각났다. 벌레를 잡은 손을 탁 놓아라 그것이 대장부다. 나는 가슴 속에 한 줄기 광명이 비침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문자답하였다.   "저 왜놈을 죽이는 것이 옳으냐?"   "옳다."   "네가 어려서부터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였느냐?"   "그렇다."   "의를 보았거든 할 것이요, 일의 성불성을 교계하고 망설이는 것은 몸을 좋아하고 이름을 좋아하는 자의 일이 아니냐."   "그렇다. 나는 의를 위하는 자요, 몸이나 이름을 위하는 자가 아니다."   이렇게 자문자답하고 나니 내 마음의 바다에 바람은 자고 물결은 고요하여 모든 계교가 저절로 솟아오른다. 나는 40명 객과 수백 명 동민을 눈에 안 보이는 줄로 꽁꽁 동여 수족을 못 놀리게 하여 놓고, 다음에는 저 왜놈에게 티끌 만한 의심도 일으키지 말아서 안심하고 있게 하여 놓고, 나 한 사람만이 자유자재로 연극을 할 방법을 취하기로 하였다.   다른 손님들이 자던 입에 새벽 밥상을 받아 아직 삼분지 일도 밥을 먹기 전에 그보다 나중 상을 받은 나는 네댓 술에 한 그릇 밥을 다 먹고 일어나서 주인을 불러 내가 오늘 해 전으로 7백 리 길을 걸어야 하겠으니, 밥 일곱 상을 더 차려 오라고 하였다. 37,8세 됨직한 골격이 준수한 주인은 내 말에 대답은 아니하고 방 안에 있는 다른 손님들을 둘러보며,   "젊은 사람이 불쌍하다. 미친-놈이로군." 하고 들어가 버렸다.   나는 목침을 베고 한편에 드러누워서 방 안의 물의와 그 왜놈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어떤 유식한 듯한 청년은 주인의 말을 받아 나를 미친 놈이라 하고, 또 담뱃대를 붙여 문 어떤 노인은 그 젊은 사람을 책하는 말로,   "여보게, 말을 함부로 말게. 지금인들 이인이 없으란 법이 있겠나. 이러한 말세에 이인이 나는 법일세."   하고 슬쩍 나를 바라보았다. 그 젊은 사람도 노인의 눈을 따라 나를 흘끗 보더니 입을 삐죽하고 비웃는 어조로,   "이인이 없을 리야 없겠죠마는 아 저 사람 생긴 꼴을 보세요. 무슨 이인이 저렇겠어요." 하고 내게 들려라 하고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왜는 별로 내게 주목하는 기색도 없이 식사를 필하고는 밖으로 나가 문설주에 몸을 기대고 서서 방 안을 들여다보면서 총각이 연가(밥값) 회계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때가 왔다 하고 서서히 일어나 '이놈!'소리를 치면서 발길로 그 왜놈의 복장을 차니 그는 한 길이나 거진 되는 계하에 나가 떨어졌다. 나는 나는 듯이 쫓아 내려가 그놈의 모가지를 밟았다. 삼간 방문 네 짝이 일제히 열리며 그리로서 사람들의 모가지가 쑥쑥 내밀어졌다. 나는 몰려나오는 무리를 향하여,   "누구나 이 왜놈을 위하여 감히 내게 범접하는 놈은 모조리 죽일테니 그리 알아라!"   하고 선언하였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발에 채이고 눌렸던 왜놈이 몸을 빼쳐서 칼을 빼어 번쩍거리며 내게로 덤비었다. 나는 내 면상에 떨어지는 그의 칼날을 피하면서 발길을 들어 그의 옆구리를 차서 거꾸러뜨리고 칼을 잡은 손목을 힘껏 밟은즉 칼이 저절로 언 땅에 소리를 내고 떨어졌다. 나는 그 칼을 들어 왜놈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점점이 난도를 쳤다. 2월 추운 새벽이라 빙판이 진 땅 위에 피가 샘솟듯 흘렀다. 나는 손으로 그 피를 움켜 마시고 또 왜의 피를 내 낯에 바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검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아까 왜놈을 위하여 내게 범하려던 놈이 누구냐 하고 호령하였다. 미쳐 도망하지 못한 행객들은 모조리 방바닥에 넙적 엎드려,  어떤 이는,   "장군님, 살려줍시오. 나는 그놈이 왜놈인 줄 모르고 예사 사람으로 알고 말리려고 나갔던 것입니다."   하고, 또 어떤 이는,   "나는 어저께 바다에서 장군님과 함께 고생하던 사람입니다. 왜놈과 같이 온 사람이 아닙니다."   하고 모두 겁이 나서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까 나를 미친-놈이라고 비웃던 청년을 책망하던 노인만이 가슴을 떡 내밀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장군님. 아직 지각없는 젊은 것들이니 용서하십시오." 하였다.   이때에 주인 이 선달 화보가 감히 방 안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밖에 꿇어앉아서,   "소인이 눈깔만 있고 눈동자가 없사와 누구신 줄을 몰라 뵈옵고 장군님을 멸시하였사오니 죽어도 한이 없사옵니다. 그러하오나 그 왜놈과는 아무 관계도 없삽고, 다만 밥을 팔아 먹은 죄밖에 없사옵니다. 아까 장군님을 능욕한 죄로 그저 죽여 줍소서." 하고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린다. 내가 주인에게 그 왜가 누구냐고 물어서 얻은 바에 의하면, 그 왜는 황주에서 조선의 배 하나를 얻어 타고 진남포로 가는 길이라 한다. 나는 주인에게 명하여 그 배의 선원을 부르고 배에 있는 그 왜의 소지품을 조속히 들이라 하였다. 이윽고 선원들이 그 왜의 물건을 가지고 와서 저희들은 다만 선가를 받고 그 왜를 태운 죄밖에 없으니 살려 달라고 빌었다.   소지품에 의하여 조사한즉 그 왜는 육군 중위 토전양량이란 자요, 엽전 8백 냥이 짐에 들어 있었다. 나는 그 돈에서 선인들의 선가를 떼어주고 나머지는 이 동네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라고 분부하였다. 주인 이 선달이 곧 동장이었다.   시체의 처치에 대하여 나는 이렇게 분부하였다. 왜놈은 다만 우리 나라와 국민의 원수가 될 뿐만 아니라 물속에 있는 어별에게도 원수인즉 이 왜의 시체를 강에 넣어 고기들로 하여금 나라의 원수의 살을 먹게 하라 하였다. =백범일지 中= 덜덜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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