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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환 KTF매직엔스

(175.194) 2014.07.04 02:08:50
조회 909 추천 21 댓글 6

 

 

KTF 매직엔스<1>

 

물심양면 챙겨줬던 정민이 형 ‘보고 싶어요!’

나는 올해 추석이 지나면 KTF매직엔스에 들어온 지 딱 2년이 된다. 사실 처음엔 프로게이머가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재미로 커리지매치에 출전해 입상을 한 나는 당시 팀 내에 있었던 현수 형을 통해 입단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유명 프로게이머들과 한 숙소에서 게임만 마냥 할 수 있다는 ‘가벼운’ 생각에 선뜻 숙소 생활에 몸을 담은 나는 얼마 안가 그 생각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선배들은 모두 ‘프로’였다. 승리를 위해 그야말로 처절하게 승부를 겨누는... 학교와 숙소 생활의 병행이 힘들어 내 발로 뛰쳐나갔던 나는 그제서야 진정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KTF로 다시 돌아왔다. 정식으로 입단을 하고 보니 나의 위치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오리지널’ 막내였다.

즉, 선배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야 하는 위치라고나 할까. (이건 추측이지만 맨처음 현수 형이 나를 부른 것은 고된 ‘막내’ 생활을 청산하고 싶은 계획된 의도였던 것 같다. 민구형도 ‘막내’ 생활을 청산하려고 현수 형을 불렀던 것처럼 말이다. ㅋㅋ) 당시 숙소에는 ‘이모님’도 계시지 않아 설거지며 빨래, 청소를 모두 내가 해야 했다. 힘들었지만 연예인처럼 느껴지던 스타게이머 형들이 나와 함께 내추럴한(?) 차림으로 밥도 먹고 잠도 잔다하니 신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형들은 나에게 어려운 선배였다. 내성적인 나는 형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 때 정말 많이 챙겨준 사람이 지금은 해설위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정민이 형이다.

당시 정민이 형은 나에게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잔소리를 많이 했다. 지금 내 밑으로 있는 5명의 연습생을 후배로 삼고 보니 정민이 형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정성스러웠는지 깨닫게 됐다. 내 후배들은 말이 없는 선배를 둬서 좀 괴로울 것이다. 팀원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이 있다. 이젠 이름을 부르면 어색할 정도다. 나는 그 별명이 좋다. 좀처럼 말이 없는 내가 팀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폭풍저그’, ‘몽상가’처럼 멋진 닉네임은 아니지만 형들이 붙여준 별명은 숙소 안에서만 통하는 김윤환의 ‘암호’같은 것이다.

 

 

 

KTF 매직엔스<2>

 

호랑이 주장 ‘강민’컴백 저지위원회 만들어야죠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요즘 팀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모두들 말없이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팀이 ‘꼴찌’가 되다니. 놀리는 사람들도 질책하는 팬들도 많겠지만 솔직히 나는 ‘꼴찌’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우리가 꼴찌가 된 계기가 된 온게임넷과의 경기는 정말 끔찍하기만 하다. 4세트에 출전한 내가 지지만 않았더라도 우리가 패배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후회된다. 경기석에 앉으면 두렵거나 떨리거나 아무런 생각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아직 정신수양을 하려면 멀었나 보다. 그날 앞에 있었던 단체전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내가 영향을 받은 건가.

정석이 형은 GG창에 쓰여진 문구를 보고 벤치로 내려와 “깜짝이야, 나한테 한 줄 알았어”라며 당황해 했었다. 그리고 패배, 숙소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우리가 꼴찌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째 이런 일이... 사실 감독님이 들어오시고 나서 우리 팀의 분위기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좋고 강했는데. 안좋은 결과를 자꾸 보여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 얼마 전에는 주장도 정석이 형에서 진호 형으로 교체됐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땐 민이 형이 주장이었는데 얼마나 무섭고 호되게 꾸중을 하셨는지 정말 무서웠다. 민이 형은 우리가 잘 못을 저지르면 정말 무섭게 다그치신다.

반면 진호 형은 평상시에는 그냥 형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는 편이다. 그러다 중요한 일이 하나 생기면 우리를 모두 불러서 조용하고 진지하게 잘하자고 다독이신다. 민이 형, 진호 형 중 제일 막내인 정석이 형이 주장이었을 땐 ‘보고 배워’야 했다. 잔소리도 꾸중도 설교도 전혀 없는 정석이 형. 오로지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우리가 따라오길 바라는 것이다. 아마도 진호형으로 감독님이 주장을 교체한 까닭은 우리가 조금 더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도 더 못하면 호랑이 형님이신 민이 형이 주장이 될 지도 모른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정말 그런 전략을 갖고 계신 건가. -_-? 어쨌든! 나부터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언제쯤 형들 앞에서 덧니를 내보이며 ‘이겼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잘하자! 윤환아!’

 

 

KTF 매직엔스<3>

 

‘박정석 투자금’으로 떡볶이 파티!

겨우 지난 주 패배를 만회했다. 하지만 팀은 여전히 꼴찌.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에 적응하면 ‘안 된다 안 된다’ 주문을 걸면서도 오랫동안 지속될까 겁난다. 팀원들을 아는 관계자 분들은 우리들을 볼 때마다 핀잔도 주시고 꾸지람도 주신다. 막내일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혼자서 계속 이런 저런 생각에 감독님께 죄송하고 형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본 우리 감독님은 정말 화를 낼 줄 모르시는 인자한 분인 것 같다. 맨 처음 우리 숙소에 오셨을 때 서로 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서인지 자율적인 시스템에 우리를 맡기셨다.

그렇지만 성적이 점점 저조해지고 하다보니 연습 시간도 늘어나고… 요즘에는 잠이 오질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다. 팀원들도 침대에 누우면 서로 말은 없지만 뒤척이는 소리가 새벽 늦게까지 들린다. 예전에는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힘에 부치고 피곤해서 잠이 스르르 왔는데 걱정이 산처럼 쌓이다 보니 '늦잠보'인 나도 선잠을 자기 일쑤다. 정석이 형의 슈퍼파이트 일정이 다가오면서 줄곧 나는 형의 연습상대가 됐다. 오늘 일기가 공개된 뒤에는 이미 경기가 끝나 있겠지만 난 형이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다시 일어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승패를 떠나서 정말 열심히 하는 정석이 형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맵마다 VOD를 보고 빌드를 꼼꼼히 적어서 메모해두기도 하고 빌드 구상하느라 새벽 늦게까지 홀로 연습실에 남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썰렁한 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곧잘 망가지기도(?) 한다. 어제는 한참 연습을 하다가 떡볶이를 먹기로 했는데 정석이 형 주머니에서 고작 4천원이 나오자 팀원들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억대 연봉자가 왜 이렇게 짠거야’라는 불만부터 ‘나 안 먹어!’라는 삐짐투의 원성까지 연습실이 시끌시끌해졌다. 그러자 정석이 형은 익살스런 표정으로 감독님과 코치님, 민이 형, 진호 형에게 자신에게 ‘투자’하라면서 돈을 싹싹 긁어오는 센스를 발휘했다. 다들 눈을 흘겼지만 그게 형만의 ‘애교’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연습 상대인 나에게 늘 고맙단 인사를 하는 ‘바른생활 사나이’ 정석이 형이 꼭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형! 화이팅이요!!’

 

 

KTF 매직엔스KTF<4>

 

‘팀웍’ 다질 수 있는 전지훈련 기다려~

휴~ 길고 힘들었던 프로리그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다.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아쉬운 마음이 그래서 굴뚝같다. 마지막 경기라도 이기고 싶었는데... 그 날 경기가 끝난 뒤 그동안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케익 커팅식을 하기로 했었는데 지고 나니 팀원들 모두 쭈뼛거리기만 하고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이기기라도 했으면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힘껏 케익을 잘랐을 텐데 우릴 믿고 의지해준 팬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우리는 케익을 잘라 팬들에게 미안한 인사를 전했다. 한 조각씩, 한 조각 씩 팬들에게 건넬 때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 날 저녁 회식자리에서 감독님은 “1년 동안 수고했다. 다음 해엔 더 잘하자”는 말 외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웃으면서 선수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주고 받으셨다. 지금은 휴가 기간이다. 각자 3박 4일 간의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지만 숙소엔 나와, 용호 형, 민이 형, 연습생인 주현이 형이 남아있다. 민이 형은 경기 일정 때문에 집에 갈 수 없었고 부산이 고향인 용호 형은 집이 먼 까닭에 숙소에서 나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집은 서울이지만 난 숙소에 남아 연습을 하기로 했다. 집과 숙소, 이제는 숙소가 더 편한 것처럼 느껴진다. 단 하나, 부모님과 같이 지낼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 정석이 형과 진호 형은 중국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줬다.

상금이 꽤 큰 경기라 두 사람이 같이 결승에 올라가면 상금을 반으로 나누자고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말처럼 정석이 형이 우승을 했다. 4강전에서 두 사람이 대결한 것은 너무 아쉽다. 돌아오면 맛있는 것을 사주기로 했는데. 흐흐 시즌은 끝났지만 우리 팀은 일찍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차기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1월 중에는 전지훈련을 갈 예정이다. 작년엔 속리산에서 극기 훈련을 하고 돌아왔는데 올 해는 설악산과 제주도 중 하나란다. 개인적으로 산에 오르는 일이 너무 힘든데 올 해 가게 될 곳도 ‘산’이 있으니 등반은 필수겠구나. ㅜ_ㅜ 성큼성큼 올라가는 정석이 형이 부럽기 그지없다. 전지훈련의 좋은 점은 팀웍을 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충전의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갈고 닦아야지. 내년에는 달라진 KTF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약속할게요~!’

 

 

KTF 매직엔스<5>

 

윤환이는 강 민의 ‘전용비서’

숙소는 지금 시끌시끌하다. 연습생들이 대거 들어왔기 때문이다. 11개 게임단 중에 우리 팀원들이 제일 많다고 하니 이름 외우는 것부터 숙제다. ㅎㅎ 베틀넷을 통해 유명한 선수들을 데려와 숙소에서 선발전을 거쳐 뽑힌 후배들이다. 이제 나는 막내의 역할을 안 해도 될 만큼 후배가 많이 생긴 것이다. 숙소에서 해야 할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졸업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평균 연령대도 18살이라 나보다 어리다. 갑작스레 늘어난 식구들 때문에 잘 때도 꼭 붙어 자느라 고생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일부는 새 숙소를 구해 이사 갈 계획이다. 다들 프로게이머와 함께 숙소에서 지낸다는 생각에 어색한 모양이지만 무작정 숙소에 들어온 나보다 나을 것이다. ㅎㅎ 그런데 문제는 좀 있다. 숙소에 이렇게 많은 후배들이 들어왔지만 난 여전히 형들의 심부름을 하고 있다. 형들은 ‘윤환아, 이리와봐’라는 얘기를 하루에도 몇 번 씩 한다.

제일 나를 신용(?)하는 사람은 민이 형. 적어도 하루에 두세 번은 형의 심부름을 해야 한다. 오죽하면 주변 형들이 날 보고 ‘민이 전용비서’라고 했을까. 깊은 신뢰는 고맙지만, 형! 나도 이젠 좀 막내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ㅠ_ㅠ 게다가 최근 숙소는 감기 바이러스가 퍼져 대부분의 팀원들이 감기를 앓았다. 민이 형은 지난 크리스마스 내내 앓아누워 있어서 내가 간호를 해야할 형편이었다. 테란 유저들이 감기에 안 걸렸는데 길섭이 형이랑 내가 그랬다. 제일 먼저 감기에 걸린 민이 형은 정말 무섭게 아팠다. 기운이 없다고 덩치 큰 형이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있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중요한 경기도 있었는데 겨우 몸을 추스리고 연습하는 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기는 옆 사람에 옮겨야 낫는다고 하는 데 정말 그런 건지 민이 형이 몸을 추스르자 하나, 둘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점점 바닥나는 것처럼 침대 드러누운 환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이번에도 피해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정석이 형. 워낙 운동으로 다져진 튼튼한 몸의 정석이 형은 감기가 뚫고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건강하게 연말을 보냈다. 나 역시 팀에서 착한 일을 많이 해서인지 아프지 않고 아픈 사람을 돌보면서 감기를 피해갔다. 2007년에 아파야 할 것들을 지금 아프고 시즌이 시작되면 건강하게 새 출발 하고 싶다.

 


KTF 매직엔스<6>

 

동수 형과 입담 대결 ‘박정석 GG’

씻을 시간도 없다. 프로리그 개막은 한참 남았지만 연습시간이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틀 뒤에 열리는 슈퍼파이트 참가 때문이다. 6명의 로스터에 내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서 원래부터 ‘폭탄연습량’으로 유명한 나는 꼬질꼬질한(?) 몸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만 붙잡고 있다. 물론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종종 허리와 목이 결려 슬금슬금 움직이는 사람도 있지만 떠드는 소리도 일체 낼 수 없을 만큼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취침 시간도 따로 정해주시지 않았다. 원래 비시즌 기간에는 잠자기 전 형들과 수다를 실컷 떨다 자기도 하는데 요즘엔 졸리면 침대로 쏘옥 들어가기 때문에 바로 쿨쿨쿨. 그렇지만 힘든 줄은 모르겠다. 숙소에 새 가족도 들어와서 요즘 우리들은 활력이 넘친다.


▲ '민이 형, 도와줘~' 정석이 형이 동수 형에게 당하는 모습 '직찍!' 그러나 민이 형은 게임에 몰입 중이다. ㅎㅎ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 줄 것 같다. 동수 형이 우리팀에 정식으로 입단하는 것이다. 물론 비밀리에 지난 한 달 간 우리 숙소에서 함께 생활했지만... 해설자였던 형이 우리 팀에 선수가 되어 들어온다니 처음엔 무척 어색했다. 들어오기 전에 이전에 같은 팀이었던 정석이 형이 ‘다혈질’이라고 힌트를 주긴 했는데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 성격을 봤을 때 먼저 다가가기 쉬울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염려는 완전히 빗나갔다. 형은 한마디로 정말 재밌다. 역시 해설자 경력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입담으로 주변을 즐겁게 만드는 데 타고난 재주를 가졌나보다. 형들은 동수 형의 합숙에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눈치다.

그러나 힌트를 줬던 정석이 형은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웬만해선 말싸움에서 절대 진 적이 없는 우리의 정석이 형이 동수형의 합숙으로 그만 ‘KO패’를 하고 말았다. 동수 형이 장난으로 놀릴 때면 정석이 형은 한마디도 못한다. 결국은 GG를 선언한다. 그 모습은 정말 낯설기 짝이 없다. 체격이나 말 싸움에서 정말 뒤진 적 없는 정석이 형인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넘어지다니...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숙소는 연신 웃음바다가 되곤 한다. 정석이 형이 당하는 모습이 즐거운 게 아니라 동수 형이 즐겁게 분위기를 리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 정석이 형과 입씨름에서 늘 지던 민이 형은 동수 형이 정석이 형을 공격(?)할 때 옆에서 도와주며 고소해한다. 형들의 아이같은 장난이지만 그 속에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는 것 같아 든든한 형 셋을 둔 막내, 윤환이는 요즘 정말 훈훈하다.

 

 

KTF 매직엔스<7>

 

단체 볼링 대회, ‘폭탄은 강민!’

 ‘야이야이야~’ 민이 형의 노랫소리 때문에 도저히 일기에 집중이 안 된다. 지난 주 MSL 4강전에서 탈락한 후 민이 형이 변했다. ‘광민교의 저주’인가. -_-;; 원래 민이 형은 경기에서 지고 나면 한동안 말이 없고, 무뚝뚝하고, 조용하고, 혼자 있길 좋아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민이 형 모습은... 한마디로 쾌활하다? 흠, 이것도 아닌 것 같고... 말이 많아졌고 룸메이트인 나에게 장난치는(?) 시간도 많아졌고 노래도 많이 부른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꿀밤을 줄지도 모르기 때문에 모른 척하는 게 더 낫지만 민이형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 가 싶은 생각도 든다. 팀웍 단결기간! 요즘 우리 팀의 새로운 모토가 생겼기 때문이다. 뭐든지 함께 하고 뭐든지 함께 즐긴다. 개인 활동은 자제하고 단체 생활에 집중하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습하는 시간도 줄었다. 연습 시간은 줄이되 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고 쉬는 시간동안 팀원들과 대화하고 즐기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최근 일주일 동안 팀원들과 영화도 보고 축구를 하러가는 등 모이는 시간이 잦아졌다. 물론 단체로 극장을 가면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기에 영화 상영은 TV로 대신했다. 동수 형이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텔레비전에 연결해 보곤 하는데 보는 맛이 쏠쏠하다. 얼마 전에는 사무국 관계자들과 팀원 전체가 볼링을 치러 갔다. 3대 3 토너먼트로 진행된 볼링 대회는 상금이 걸려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졌다. 민이 형과 매니저 길만이 형과 한 팀이었던 나는 울상이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컨디션 난조(?)때문인지 민이 형은 볼링 대회에서도 ‘폭탄’이 되어 우리 팀의 앞길을 막았다.

결국 이 대회 우승은 감독님 팀에게로 돌아가고 말았다. 선수들이 이기기 바라던 감독님은 미안하셨는지 받은 상금을 간식으로 다 푸셨다. 바쁜 경기 일정으로 팀원들과 뭉쳐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요즘은 정말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곤 한다. 오히려 설 연휴를 앞두고 집에 가는 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정석이 형, 용호 형 등 부산 파들은 미리 기자표를 예매했다고 하는데... 집이 서울인 나는 숙소에 조금 더 머물렀다 갈 생각이다. 으휴, 텅 빌 숙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구석이 허전하다. ‘어느새 형들을 좋아하게 되었나봐~’

 

 


KTF 매직엔스<8>

 

정석이 형은 봉사활동 영웅!

얼마 전 우리 팀은 정말 뜻 깊은 일을 했다. 회사에서 매월마다 진행하는 사회봉사활동에 우리 팀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실 늦잠을 즐기는 팀원들에게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하는 행사들이 고역이긴 하다. 이날도 팀원들은 부스스한 머리하며 차에 타기 직전까지 하품을 하고 피곤해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경기도에 위치한 Bigi공부방으로 저소득층 청소년이나 교육 여건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별도의 공부방을 지원해준다. 오전 10시에 도착한 우리들은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모든 일정이 끝났다.

시작부터 바쁘게 움직였는데 감독님의 지시대로 층별로 맡은 구역을 담당했다. 나는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가 되서 움직여야 하는 지시가 떨어졌다. 창문 닦이며 바닥 쓸기, 가구 옮기기, 쓰레기 처리하기, 컴퓨터 설치하기 등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민이 형은 “숙소에서 늘 하던 일이라 역시 윤환이가 제일 잘하는 군”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칭찬인지 놀림인지 민이 형이 살짝 미웠지만 다들 이 곳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봉사활동에 열중인지라 체면을 구길 순 없지 않나. -_-;;

그 중에서도 ‘바른 생활 사나이’로 널리 알려진 우리의 정석이 형은 자원봉사 아주머니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무거운 짐도 척척 나르는 정석이 형의 영웅정신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정도! 대부분의 짐 정리를 마친 뒤 우리는 이 곳 친구들의 깜짝 파티로 힘든 일정도 다 잊을 수 있었다. 우리가 오기 전날 밤까지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대접한 것. 밥맛도 꿀맛이었다. 대강당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한 팀원들. 최고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이 곳 친구들과 강사 선생님의 율동의 맞춰 춤을 췄으니 말이다. ㅎㅎ 얼떨결에 맨 앞에 서게 된 주장 동수형은 어쩔 줄 몰라 얼굴이 붉어지고 굳어진 우리들의 몸은 로보트처럼 움직였다.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들을 본 강사 선생님은 ‘이제 그만 해도 좋다’며 무대에서 우리를 내려오게 하셨다. 우리끼리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 이 날은 특히, 동수형의 생일이기도 했다. 간단한 생일파티와 함께 팀원 전체가 극장 나들이를 나섰다. 늦은 시각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팀원들은 지쳐 잠들었지만 누구보다 달콤하고 멋진 꿈을 꾸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 팀원들은 공부방에 또다른 응원단을 심어두고 왔다! ^^

 

 

 

KTF 매직엔스<9>

‘뒤죽박죽, 천진난만’ 설악산 전훈 현장


잊을 수 없는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이것을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힘들었다고 해야 할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설악산 전지훈련은 첫 날부터 깝깝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떠나기 전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팀원들이 설악산 입구에 들어섰을 땐 그 말이 정말 거짓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산 입구에 ‘고산 입산 금지’라고 쓰여 있었던 것. 산 정상에 올라 만세도 외치고 화이팅도 하려던 팀원들에겐 사실 맥 빠지는 일.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중턱이라도 올라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산 입구부터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땅이 질퍽거렸다.


내 생애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 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산타기는 내가 최고였다. 모두들 정석이 형이 최고라고 생각하겠지? 그날따라 유난히 정석이 형은 뒤쳐졌다. 나는 너무 날쌔게 올라가서였는지 뒤에 일행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어버린 줄 알고 겁을 잔뜩 먹기도 했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재밌었던 것은 바로 눈싸움. 우리 덩지만큼 눈을 굴려서 서로 던지고 놀았는데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은 것은 진호 형이었다. 정석이 형은 눈사람 얼굴만큼 눈을 굴려 진호 형의 등을 공격했는데 그것을 맞은 진호 형은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정신을 차린 진호 형, 그보다 더 큰 눈을 굴려 정석이 형을 공격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민이 형은 양 쪽 눈치를 보다 슬쩍 던지고 혼자 도망가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팀원들의 배꼽을 잡았다.


슬슬 산을 내려온 뒤 단체로 사우나에 갔는데 사우나마저도 너무 매정하게 쟈스민 탕과 히노끼 탕, 딱 두 개 밖에 없었다. 스무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탕에 나누어 들어갔는데 히노끼 탕은 물이 미지근해서 앉아있기에 너무 추웠던 것. 모두 추운 곳에 오래 있어서인지 덜덜 떨었다. 결국 쟈스민 탕에 모두 들어갔는데 옹기종기 꽉 들어찬 탕에 앉아 서로 민망한 웃음을 흘려야 했다. 숙소에 돌아와 밥을 먹고 형들은 모두 낮의 일이 피곤했는지 일찍 잠을 청했다. 쿨쿨 잘도 자더라. ㅎㅎ 나는 동생들과 젠가를 하며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또래들과 뭉쳐서 놀다보니 문 득 선수생활을 하며 너무 어른인 척 지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지훈련은 19살의 윤환이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꼭!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해봐야지.’

 

 

 


안녕하세요, 프로게이머 김윤환입니다. 우와, 팀 다이어리 마지막회라니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그동안 팀 다이어리하면서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신문을 읽고 팬 여러분의 반응을 살폈는데... 저 뿐만 아니라 형들도 제가 쓴 일기에 웃음보를 터뜨리거나 꿀밤을 먹이기도 했어요. 민이 형은 단골로 출연한 탓에 저만 보면 ‘으이구, 이 나쁜 놈!’이라며 구박을 하기도 하구요. (아마 이글을 보면 또 저에게 꿀밤을 주실지도 몰라요. ㅠ_ㅠ) 암튼 이래저래 팀원들과 투닥거리면서 후딱 지나가버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소극적인 성격이라 팀원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팀 다이어리 하면서 팀원들 관찰(?)도 하고 취재(?)도 하고 스스로 팀을 알아가는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단지 제 글을 읽어보신 팬 여러분이 ‘아직 윤환이가 어리구나’라고 놀리실 땐 진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답니다. 그래도 명색이 프로잖아요. 어른이 되기엔 아직 멀었지만 어른다워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혹시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던 팬이 계시다면 오해를 풀어주세요. 팀 소식을 좀 더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한 윤환이의 애교였답니다. 요즘 저는 1군 숙소를 떠나 2군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소문에는 제가 1군에서 막내 역할을 떠맡기 싫어 2군으로 도망쳤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후배들과 어울리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 때문이라구요. ^^ 팀 다이어리를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성적보다는 숙소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상들을 더 많이 전해드렸던 것 같습니다. 이젠 성적으로 팬 여러분과 대화하고 싶어요. 경기장에서 들리는 환호성과 팀원끼리 마주치는 박수소리가 너무 듣고 싶습니다. 형들도 그 어느때보다 결의에 차 있고 저 역시 한층 성장한 윤환이로 팬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동안 팀 다이어리를 사랑해 주셨던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고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관심으로 우리 매직엔스를 지켜주셨던 팬 여러분께 우승으로 보답해드릴게요!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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