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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29.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47) 2019.04.12 20:13:10
조회 605 추천 5 댓글 1


29.

"언니, 언니! 공연기획팀에서 연락이 왔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전해진다.
"뭐래? 잘 됐대?"
"응, 최종 3팀에 들었대. 연말 리오프닝 주제랑도 잘 맞는다고 반응이 좋았대!"
"와, 잘 됐다~"
하나는 너무나 뿌듯했다. 오랜시간 구상해 온 자신의 기획이 인정을 받은 것도 기쁘고 이 프로젝트만 성사된다면 다시 한 번 원더서커스의 입지를 다질 수 있자는 것도 행복했다.
"그치? 언니, 나 너무 기뻐. 최종 결정 앞두고 대략적인 퍼레이드 스케치가 들어간 시안을 제출하래. 회사에서 작가 보내준다고 해서 지금 만나러 가는 길이야."
"정말? 진짜 일사천리다~ 잘 될 것 같애."
"응, 그렇지? 나도 이것만 확정되면 낮에 체험 프로그램이랑 저녁타임에 퍼레이드만 진행해도 단원들 걱정없으니 한 시름 놓을 것 같아."
"그래, 잘 될거야. 근데, 김혜라는 오늘도 만났어?"
진주의 말에 하나의 표정이 샐쭉해진다.
"뭐, 오전에 프로그램 기획 미팅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걔는 오늘도 얄밉디?"
"아냐. 김혜라씨는 아무렇지도 않아. 나쁘게 하는 것도 없고 유능하고 세련되고 예쁘고 그래. 그냥 내가 열등감인지 혼자 꼬여 있는거야."
"왜? 구상무땜에?"
전화기 너머로 재미있어하는 진주 언니의 표정이 보이는 듯 하다.
"몰라! 언니, 나 약속 장소 다 왔다.
나중에 작가님 만나고 다시 전화해줄게."

스케치 작가가 정했다는 장소는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였다.  한가한 시간인지 손님이 하나도 없어 조용했다. 직접 커피도 내리고 빵도 굽는다는 주인이  아늑한 안쪽 자리로 안내했다.

하나가 가져온 자료며, 기획안이며 부산스럽게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별안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여기..  앉아도 되나?"
한참 고개를 꺾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본다.

"상무님?"




하나는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상무님이 왜 여기에?"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서진. 보조개가 패인다.
저 빤히 쳐다보는 눈빛! 하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왜라뇨? 회사에서 스케치 도와줄 작가 보내준단 얘기 못 들었어요?"
"아니, 상무님이 어떻게.."
서진은 짖궂은 표정으로 가방 안에서 연필과 종이를 꺼내더니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첫번째 퍼레이드카에는 \'천사의 다리 위에서\' 에 등장했던 밍고.. 맞죠?"
"네.."
하나는 얼이 나간 표정이다.
"원더랜드의 호수에 자리한 천사의 다리와 \'천사의 다리 위에서\'를 접목시켜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을 형상화한 거구요. 맞죠?"
(그리고 당신과 나의 첫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멍한 하나와는 달리, 서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종이를 채워나간다.  금새 종이 위에는 밍고의 캐릭터가 채워져있다.
"!!"
"이 작품들로 디자인 컨셉을 잡으려면 나보다 나은 적임자가 있겠어요? 찾기 힘들텐데. "
눈을 찡그리며 또 하나를 뚫어져라 져다보는 서진.
하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자료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럼 밍고 주변으로는요, 같이 모험을 떠났던.."
"잠깐만요. 이곳 커피 정말 괜찮은데. 난 오늘의 핸드 드립 주문할 건데. 하나씨는 어때요?"
"아.. 그럼 저도 그걸로 할게요."

서진이 커피를 주문하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하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젠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되었구나.\'
태연한 척 했지만 하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서진이 운전을 시작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까지 그리게 되었을 줄이야..
로빈과 서진이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결국은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만도 하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그만큼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하나에게는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것은 그 두 인격이 하나가 되어 서진의 일상에서 발현된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였다. 융합. 머리로야 간단히 설명되지만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여기, 이 와플도 맛있어요. 한 번 먹어봐요."
"네,감사해요. 그럼 한 번.."
하나의 눈이 순간 커다래졌다.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버터의 풍미가 진한..
"저, 이거 어디서 먹어본 기억나요."
"그래요?"

서진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서진과 헤어지고 한참 앓을 때, 진주가 챙겨다 준 것들 중에 이 와플이 있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했더니 그날 저녁에 또 갖다 줬던.. 그때는 언니가 고마우면서도 별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걸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여기에서 만나자고 했던걸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두 사람의 회의는 정말 재미있었다. 서진은 슥슥 그림을 그려가면서, 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름은 어떻게 정했는지  등을  들려주었다. 만화의 스토리가 드러나도록 퍼레이드카의 디자인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즐거웠다.
"이쪽은  아치형으로 이렇게.."
"네, 다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단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엔 밍고의 나팔 대포를 설치하는 게 어때요?"
"글쎄요? 난 밍고 앞에 설치하고 실제 선물이 들어있는 대포를 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 대포를 쏘는 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관람객들이 선물을 주으려고 몰려들면 위험하기도 하고 다음 퍼레이드카에 방해가 될 것 같아요."
"그러네, 맞는 말이네요."

나의 의견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눈맞춰주고 , 웃어주는 이 시간. 편안하고 따뜻한 이 기분.

"근데, 정말 많이 읽어봤나봐요. 내용을 모르는 게 없네?"
슥슥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서진이 묻는다.
"그러게요. 원래도 좋아하기도 했고, 준비하면서 여러 번 읽기도 했고.. "
"꽤 오래 구상했나봐요?"
"네, 4, 5개월은.."
"어? 그렇다면 퍼레이드 공모도 하기 전인데? 어떻게 알고?"
"그냥 막연하게 혼자 이런 걸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거에요. 이렇게 실제로 제작할 수 있을 줄은.. 사실 잘 몰랐어요.."

"그런데요 대부분 작품 속 캐릭터가  장난기 넘치고 날렵하고 가벼운 느낌이 있어요. 고전으로 치면.. 손오공같은? 그 특징을 잘 살리고 싶어요."

"손오공이라.. 틀린 말은 아니네요. 손오공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도 두렵지 않고 힘도 세니까."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 다 잘 지냈냐는, 어떻게 지냈냐는, 혹시 내가 그립지 않았냐는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저 일 얘기만 주고 받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어두울 때,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이 인물들을 그리면서 위안을 받았다고,
당신이 그리울 때면 이 이야기들을 닳도록 꺼내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고.
그리고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사무치게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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