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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44.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47) 2019.04.19 20:14:14
조회 926 추천 5 댓글 1


44.

로빈의 신작 \'빛의 여인 아이네스\'가 공개되자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로빈의 전작들과 다른 분위기에 실망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전개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평은 좋아져 마음을 졸이며 추이를 지켜보던 서진도 하나도 점차 마음을 놓게 되었다.


여전히 바쁜 나날이었다. 원더랜드의 리오프닝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어트랙션 정비, 퍼레이드, 베네치아홀 공연, 로빈의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 체험관과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기념품샵까지.. 숨가쁘게 준비해온 것들이 하나씩 결실을 드러냈다.


대망의 원더랜드 리오프닝. 서진은 리오프닝 축하 공연에 앞서 홍보를 위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다고 했다.


"언니, 나 잠깐 간담회장에 다녀올게. 살짝이라도 가서 잘 하고 있는지 보고 올게."
"으이구.. 잠시 잠깐 떨어지면 큰일나는데 오죽하시겠어요.. 그 철두철미한 구상무가 잘하면 잘 했지, 뭐 실수할 사람이냐? 뭐가 걱정된다고 그 새를 못 참고 또 얼굴 보러 가니? 얼굴 보고 싶어서 핑계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꽁냥꽁냥해서 내 마음에 불을 지르시더니.."
진주의 타박을 들으며 하나는 서커스단을 나섰다. 지난 3개월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준비해온 서진을 응원하고 싶다.


고단한 시간들이었다. 하나도 한번에 여러 가지를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서진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했다. 그래도 서로가 있어 힘이 났다. 폐장 후에 퍼레이드 리허설을 해야하는 하나를 위해 서진은 매일 밤 퇴근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퇴근 후에는 하나가 기다릴 차례. 매일 로빈의 첫 독자가 되어 의견을 나누며 곁을 지켰다.


"그만 먼저 올라가서 자라니까.."
"알았어요.. 조금만 더 있다가요.."
"뭘 그렇게 봐요?"
턱을 괴고 옆에서 기우뚱 앉아있는 하나.

"멋있어서요. 열중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그리고, 좋아서요."
"그럼 회사 그만두고 그림만 그려야 되겠네."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요. 하지만 회사일도 했음 좋겠어요."
"왜요? 너무 바빠서 우리 나가서 데이트도 못하는데."
"서진씨가..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잖아요. 직원들도, 고객들도.. "
열중하던 서진이 고개를 돌려 하나를 본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건 한 사람뿐인데."
"그리고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은 간단하구요?"
"그렇죠."
하나의 귀여운 쪽. 서진의 묵직한 쪽.
그렇게 바쁜 시간들을 함께 지나왔다. 서로의 원더랜드를 위해.



간담회장에 도착해 살짝 눈치를 보니, 간담회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 같았다. 홍보 영상물 상영, 인사말 등 거의 모든 차례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의 응답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 원더랜드 재개장과는 조금 관련이 적겠습니다마는 상무님의 신작에 대한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신작 \'빛의 여인 아이네스\'는 원더랜드 재개장에 앞서 발표되었는데요, 이를 소재로 퍼레이드와 공연까지 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더랜드 재개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구상하신 겁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각 비슷한 시기에 작품 구상과 원더랜드 리오프닝이 준비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 준비 과정에서 두 가지를 같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로빈의 작품은 기존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하고 마이너적인 분위기로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번 리오프닝에 이용됨으로써 상업적으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활동을 통해 저 자신이 치유를 받았던 것처럼 원더랜드를 찾는 분들이 저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생활의 시름을 잊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일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전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조리있는 답변이었다. 행사장 뒤 쪽에 서서 기자 간담회를 지켜보는 하나의 귀에도 기자들이 역시..라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뭉클했다.

"그런데요,"

한 기자가 태블릿을 손에 쥔 채 질문을 시작했다.

"눈 밝은 한 네티즌이 이런 것을 찾아내셨더라구요. 신작의 주인공 아이네스, 그런데 아이네스는 독일어로 하나, 라는 뜻이라네요.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작년 웹투니카 시상식 때 작가 로빈과 함께 등장했던 미모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분의 성함이 하나, 라고 하던데요. 그렇다면 그 여성분을 모델로 해서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하신 겁니까?"

"맞습니다. "

실내는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웃거리며 혹시 하나가 참석하지는 않았는지 찾아보는 듯한 기자들도 있었다. 뒷편에 있던 하나는 서진이 자랑스럽고 고마우면서도 왠지 알 수 없는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간담회장 한 구석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몸을 숨겼다.

"일각에서 로빈의 연애담, 남몰래 연인에게 전하는 세레나데를 우리가 돈주고 읽어야되냐는 팬들의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하나의 모습을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하나, 는 저의 연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제 오랜 삶의 열망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저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습과 제 본연의 모습, 작가로서의 삶과 경영인으로서의 삶, 그 서로 다른 삶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며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네스의 모험은 그런 점에서 저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근 6년간 작가의 길을 접고 살아갔던 저의 고민과 방황이 아이네스의 이야기에 담겨있습니다.
로빈으로서의 이름을 버리고 구서진으로 살아가게 되었을 때, 저는 흠없는 자신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로빈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온전한 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과, 남들이 나에게 바라는  삶이 달라 조금씩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을 사랑하고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었던 아이네스의 방황과 깨달음에서 저의 독자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이자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아이네스의 성장 뿐 아니라 아이네스로 인해 진정한 통치자로 거듭날 왕의 성장도 담고 있으니까요.
로빈의 작품이 달라졌다며 실망하신 분들도 마지막에는 저의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작가 로빈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난 뒤 구서진 상무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제 자신을 너무 다른 두 모습을 지닌 불안정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로서의 성향이 경영에 누가 될까 걱정하는 주변분들도 많이 있었고요.
하지만, 저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존재, 가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닌 풍부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두 가지 삶을 받아들이자, 각각 다른 삶의 영역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영, 치밀하고 세밀한 작품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구서진 상무가 로빈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작가의 길을 다시 걷게 된데는 앞서 말씀하신 연인이 계기가 되었습니까?"

"원더랜드 리오프닝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저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만.. 어렵게 찾아주신 기자님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질문하신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습니만, 올초 강희애 박사님의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 저의 어린 시절 범죄 피해 사실이 전국민에게 알려지게 되었을 때, 늘 제 곁에서 함께 해 준 사람입니다. 범인에게 감금 당하는 등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저를 위로해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입니다.
그 분을 통해서 저는 제 이름을 당당히 밝히고 작가로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서진은 대답을 이어가며 간담회장 구석 구석을 살폈다. 실내 한 켠 그림자 속에서 뭉클한 표정으로 서진을 응시하고 있는 하나.
멀리 있기에 정확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잘 했어요, 잘 해낸 거에요..\'
라고 전하는 그녀의 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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