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무서워서 공동명의를 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요. 은퇴해서 소득이 없는데 세금을 내려고 자식에게 손 벌려야 하는 게 너무 슬픕니다."

24일 서울 강남 시세 27억원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 모씨(72)는 종합부동산세를 확인한 후 깜짝 놀랐다. 지난해만 해도 공시가격이 14억원대였는데 올해 20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종부세가 90만원가량 나왔다. 지난해 종부세는 40만원대였는데 올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씨는 아내와 공동명의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아내도 종부세 90만원을 내야 한다. 재산세 등을 합한 보유세는 부부가 440만원씩 무려 총 880만원을 내야 한다. 15년 전 은퇴한 이씨는 "단독명의면 고령자 공제나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데, 우리 부부는 실거주하고 있는데도 공제를 받을 수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종부세 고지가 시작되면서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소유한 노부부들의 비명 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동명의는 종부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타격이 더 크다.

우병탁 신한은행 투자자문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주택 공시가가 대략 20억원 이상이면 보유세가 부부 공동명의일 경우 단독명의일 때보다 더 나온다. 공시가 20억원 반포자이(전용면적 84㎡)를 단독 보유하고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최대 80%까지 받으면 보유세는 856만원이지만, 부부가 공동명의로 보유했을 때는 공제 혜택 없이 440만원씩 총 880만원을 내야 한다. 단독명의일 때보다 23만원가량 더 많다. 내년에는 공동명의 보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은 더 커진다. 공동명의는 내년에 종부세로 99만원씩 198만원을 내야 하지만, 공제를 받은 단독명의자는 120만원만 내면 된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를 따지면 공동명의일 때 392만원씩 785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공시가 30억원이라면 부부 공동명의 아파트의 종부세는 올해 851만원에서 내년 1197만원으로 40% 오른다. 반면 단독명의이면서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받으면 고령자 세액공제율이 최대 30%에서 40%로 조정되면서 종부세가 올해 530만원에서 내년 463만원으로 13% 줄어든다.

공시가가 12억원 이하일 때는 공동명의가 유리하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전용 114㎡)는 지난해 공시가가 10억원이었지만 올해 12억5500만원으로 뛰었다. 문제는 정부가 공시가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90%까지 올릴 계획인 데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이 같은 고민은 강남뿐만 아니라 마포·성동 등 시세 20억원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