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여의도에서 세종으로 옮기고 10만평 땅에 공원과 아파트를 짓자'고 주장한 국민의힘 윤희숙(서울 서초갑) 의원을 향해 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부동산 한탕주의"라며 "머릿속엔 재개발밖에 없나"라고 했다. 윤 의원의 지역구를 겨냥해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전당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건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그런데 예술의전당은 윤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갑이 아니라 같은당 박성중 의원 지역구인 서초을에 있다.


민주당 국가균형발전및행정수도완성추진단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국민의힘에서 세종의사당에 관한 한, 보다 분명한 의견 표명을 한 의원이 나타났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며 국회 이전 구상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의 발언은 국회가 어제 여야 합의로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설계비 147억원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지 10시간도 안돼 나온 주장"이라며 "급하게 마시면 냉수에도 체하는 법이다. 국회 이전 부지에 대한 정책 선점 욕구를 모르는 바 아니나 예산안 통과에 편승해 무분별한 토건 포퓰리즘을 설파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국회가 이전하고 난 이후의 부지는 서울 시민의 것이며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도 서울시민의 몫"이라며 "글로벌 국제금융경제 수도로서의 비전,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서의 비전, 세계 역사문화수도로서의 비전 등이 근시안적인 부동산 한탕주의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의원의) 머릿속엔 재개발밖에 없나보다"라며 "서초 예술의전당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건 어떤가?"라며 "거기에 대검찰청을 비롯한 법조단지도 옮기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다 헐고 아파트를 짓자'는 식의 개발주의 환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장 의원이 예술의전당과 대검찰청을 이전 대상으로 언급한 것은 윤 의원의 지역구(서초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술의전당과 대검이 있는 서초동은 윤 의원의 지역구가 아닌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의 지역구(서초을)다. 윤 의원 지역구인 서초갑의 행정구역은 잠원동, 반포본동, 반포1,2,3,4동, 방배본동, 방배1동, 방배4동이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세종 이전은) 그동안 정치적 카드로만 활용돼 왔지만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며 "(국회를) 전부 옮기고 10만평은 서울의 주택수급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계획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이 곳을 공원과 아파트가 결합된 좋은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식으로 국가가 (주택)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 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개인 생각일 뿐"이라며 "국회 이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