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성형을 받으려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에 있는 쥬얼리성형외과. 이 병원은 중국에서 모집한 환자들의 수술대금을 중국 현지에서 결제하게 했다. 전산으로 기록되는 수술 내역도 숨겼다. 중국 현지에서 결제한 수술비가 국내 환치기 업자를 통해 입금되면, 매출을 기록한 회계장부도 없앴다.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과세 자료를 숨겨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서다.

국세청 조사로 파악한 이 병원의 탈세액만 23억3600만원에 달했다. 신용원 원장(48)은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2억원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국세청 유죄가 확정된 조세포탈자와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등을 6일 공개했다. 고액 체납자 명단에는 임창용 전 기아타이거즈 야구선수와 일명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상습적인 불성실 납세자 명단을 매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고액·상습체납자는 세금 체납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서도 2억원 이상의 국세를 내지 않은 사람과 법인이다. 올해 공개한 명단에는 총 6965건(개인 4633명, 법인 2332개)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4조8203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이들에게 지난 3월 명단 공개 예정 사실을 통보하고, 6개월간 납부를 독려한 뒤 소명 기회를 줬음에도 여전히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다.

임창용 전 선수는 종합소득세 등 3억원, 권혁 회장은 증여세 등 22억원을 체납해 명단에 포함됐다. 개인 체납액 1위는 도박업자 이성록(44)씨로 부가가치세 등 총 1176억원을 체납했다. 개인 체납액 상위 10명 중 4명이 이 씨와 같은 도박업자다.

법인 중에서는 의약품 제조사인 하원제약이 근로소득세 등 26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명단이 공개됐다. 법인 체납액 상위 10위권에는 주로 도·소매업(5곳)과 건설·부동산업(4곳)을 영위하는 업체가 많았다.

올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인원은 지난해보다 127명 늘었다. 반면 체납액이 100억원이 넘는 고액 체납자 비율은 줄어 전체 체납액은 1년 전보다 5870억원 줄어들었다.

불성실 기부금 단체는 거짓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거나, 기부금 영수증 발급 명세서를 작성해 보관하지 않은 단체들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 위반에 해당한다. 기부금을 증여받은 사실을 증명할 영수증이 없으면 증여세 납부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적발된 단체는 79곳으로, 주로 교회·절 등 종교단체(66곳)가 많았다. 의료법인(8곳)·교육단체(3곳) 등을 포함해 공익법인들도 포함됐다. 공익법인의 경우 출연자나 특수관계인이 임직원으로 취업하면 위법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법인 출연자의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한 학교법인 재능학원을 적발해 증여세 7억9600만원이 추징했다.

이와 함께 35명의 조세포탈범 명단도 공개했다. 회계 장부를 고의로 파기하거나, 위장 명의를 사용하는 등 탈세 행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다. 이들의 평균 포탈 세액은 20억원으로, 재판 결과 벌금형만 받은 1명을 뺀 나머지 34명은 모두 징역형이 확정됐다. 유병철 국세청 징세과장은 “세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사람 명단을 지속적으로 공개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