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은 30대와 40대 초반 절반은 부모와 같이 살며 경제적으로도 의지하는 ‘캥거루족’으로 나타났다.

30일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플러스 봄호’에 실린 내용이다. 지난 2015년 인구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세부터 44세까지 미혼 남녀의 연령대별 주택 점유 형태와 취업 상태를 분석한 결과다.

연령대별로는 30~34세 미혼자의 57.4%, 35~39세의 50.3%, 40~44세의 44.1%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었다. 20대에 70% 안팎이었던 부모 동거 비율이 나이가 들수록 내려가긴 하지만 큰 폭은 아니었다. 학업을 마치고 취업ㆍ독립을 해야 할 나이인 30~40대에도 미혼자의 절반가량이 부모와 같이 사는 걸 선택했다.

20대는 물론 30대, 40대 초반까지 통틀어 부모와 동거하는 캥거루족 비율이 혼자 독립해 사는 나홀로족보다 높았다. 미혼 1인 가구 비율은 30~34세 25.8%, 35~39세 32.7%, 40~44세 38.3%였다.

캥거루족의 선택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높아만 가는 주거 비용과 취업 문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모와 20~44세 미혼 성인 자녀로 이뤄진 가구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자가(70.7%)였다. 같은 연령대 1인 가구의 가장 흔한 주거 형태가 월세(59.3%)인 것과 대조된다. 나홀로족의 자가 거주 비율은 11.6%에 불과했다.

취업 양상도 정반대다. 나 홀로 산다는 미혼 20~44세의 취업 비율은 74.6%였지만, 부모와 같이 사는 사람의 취업 비율은 57.9%로 그보다 낮았다. 캥거루족 가운데 42.1%는 아예 직장이 없었다. 부모와 같이 사는 미혼 20~44세 남녀 절반 가까이가 주거는 물론 생계까지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는 2015년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 한층 더 높아진 집값,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더 좁아진 취업문 탓에 캥거루족 비중은 더 늘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업은 힘들고, 집값은 오르는 상황에서 결혼 비율까지 줄고 있어 앞으로 캥거루족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했다. 30~44세 미혼 여성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같은 나잇대의 남성(13.9%)보다 응답률이 크게 낮았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녀 모두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못 만났다’는 답을 가장 많이 했다. 의견이 갈린 건 2순위부터다. 여성은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남성은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이 연구를 진행한 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은 “한국 특유의 결혼 문화는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집안 간 혼사란 개념이 강해 유무형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청년층 고용 불황과 높은 주택 비용은 초저출산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