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헌의 배경을 살피자면 1985년 있었던 12대 총선부터 살펴야 한다. 1985년 2월 12일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창당한지 한 달이 되지 않은 신민당이라는 정당이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신민당 창당대회는 1월 18일에 있었다.) 5공 때도 야당이 있긴 했다. '민한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는데, 앞에 회고했다시피 예산안이나 법인세 인하 문제 등에 대해 여당 의원인 내가 오히려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야당 의원들은 옆에서 고개만 끄덕이며 앉아 있을 정도로 야당답지 않은 야당이었다. 오죽했으면 행성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위성에 빗대 '위성정당'이라고 불렀을까. 사회주의 체제에서 공산당 장식품 노릇을 하는 정당이니 국가를 그런 치욕적인 이름으로 불렀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신민당은 12대 총선에서 67석을 얻으면서 말 그대로 파란을 일으켰다. 창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민이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당이 갑작스레 제1야당으로 등극한 것이다. 당시 총선 투표율이 84.6%였는데, 2020년 현재까지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국민이 그 선거에 얼마나 큰 기대와 열망을 갖고 있었는지 통계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신민당이 약진한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1985년 12대 총선까지는 한 선거구에서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1인 2구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앞에서 그 제도를 소개한 바 있다. 2등까지 당선이 되므로 대체로 여당 후보 1명, 야당 후보 1명이 당선되는 식이었는데, 그동안 아댱이 존재감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정말 '야당 같은 야당'이 등장하니 당연히 그쪽으로 표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더 큰 일이 벌어졌다. 민한당 의원 30명이 신민당에 한꺼번에 입당한 것이다. 다른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원들도 신민당으로 당적을 옮겨 결과적으로 신민당은 103석을 차지해 단독으로 국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을 갖는 거대 야당이 되었다. 1983년 예산동결 조치는 1985년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산을 동결하다보니 재정에서 나갈 돈이 나가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 물가,임금,추곡수매가,아파트 분양가......, 모든 것이 묶여 있으니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였다. 그런 민심이 선거로 표출된 것이다. 야당은 '외채 망국'이라는 구호도 내놓았다. 당시 우리나라 총외채가 400억 불 정도 될 때인데, 지금 시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외채이지만 그즈음 국민 정서로 보면 나라 전체가 빚쟁이로 전락한 위기감이나 불안감 같은 것이 있었다. 야당은 총외채를 총인구로 나눠 "출생과 동시에 1,000불짜리 빚쟁이가 되는 겁니다"라고 비난하는 선전물을 만들었다. 이러한 정치 경제적인 영향이 골고루 반영된 선거였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잘 읽어야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데 선거 이후 대처도 여러모로 미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