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가 6.29선언으로 직선제를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대통령 직선제'라는 큰 틀을 확정하니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대통령 임기를 7년으로 하느냐, 6년으로 하느냐 하는 정도만 논란거리였다. 7년은 기니 6년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김영삼 김대중 씨가 번갈아 빨리 집권하기를 바랐던 탓인지 그냥 5년으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 어기서 언급하자면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이 김영삼과 후보단일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던 것에도 이런 계산법이 깔려 있었다. 김대중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와 맞붙었을 때 전국 득표율 45%를 획득한 경험이 있다. 정치인들은 한번 그런 지지도를 만끽하면 그것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호남이 압도적으로 자신을 지지하고,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이 각각 경북,경남,충청으로 갈라지면 자신이 어렵지 않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던 것이다. 정치인들은 종종 이렇게 현실 감각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