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단지 옆 470억 원대 체육 시설 부지 매입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추가로 수백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 비용만 늘어나면서 조합 내 갈등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1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서울YMCA)은 지난달 29일 잠실주공5단지조합에 기존 조합의 매도 청구에 따른 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앞서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 단지와 맞닿은 ‘송파YMCA’ 부지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매도금 478억 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단이 소유한 송파YMCA는 문화·체육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송파YMCA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자 2014년 법원에 매도청구 소송을 냈다. 주택법에 따르면 사업 구역 내 대지 면적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조합의 매도청구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18년 8월 “478억 3,100만 원을 YMCA에 지급하고 소유권을 조합으로 이전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하지만 승소 이후에도 조합은 수백억 원의 자금을 차용해 매입금으로 치를 경우 상당한 이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재단 측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조합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매도청구 승소에 따른 매입 가격 478억여 원은 처음 소송을 제기한 2014년 기준 감정평가액인데 이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현시점에 다시 산정하면 수백억 원을 더 쏟아부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억 원의 이자를 아끼려다 수백억 원을 더 지출해야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조합은 일단 미뤄뒀던 478억여 원의 매입 대금을 급히 지급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일단 대금을 선지급한 뒤 다음 달 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추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재단 측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만큼 대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매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운 좋게 기존 매도청구 승소 내용대로 매입이 이뤄지더라도 막대한 부지 매입 비용에 따른 이자 부담은 남는다. 조합의 사업 일정이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조합은 해당 부지의 매입 비용 대부분을 건설사 등으로부터 차입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 6%가량으로 예상되는 이자 부담을 털어버리려면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 사정은 녹록지 않다. 가뜩이나 사업이 더딘 와중에 사업비 부담마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부지를 빼고 재건축하자’는 반발까지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 조합원은 “전액을 차입해 다년간 사용할 경우 대출 이자만도 100억 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며 “굳이 YMCA 건물을 재건축에 포함시켜야 할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오 시장 취임 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오 시장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집값 자극’ 우려가 있어 손쉽게 풀어주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비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비 사업 규제 완화는 정부 정책과도 함께 가기 때문에 내년 대선 전까진 획기적인 전환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이 바뀐 후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각종 사업장마다 내홍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