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스트크리스마스를 들을 거다.

명동 롯데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70년대 부자 느낌으로 앉아서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노인네처럼 뜨거운 커피를 마실 거다.

본디 얼죽아지만 그날 만큼은 뜨뜻한 커피를 마실 거다.

창밖을 바라볼 거다. 갬성을 조져버릴 거다.

현실을 딱 두 시간만 잊을 거다.

나는 애기 아빠다. 딱 두 시간 정도만 저러고 혼자 있을 거다.

그리고 우리 착한 마누라와 말 드럽게 안 듣지만 너무너무 이쁜 딸내미랑 놀 거다.

신세계 본점 트리도 구경할 거고, 맛있는 것도 먹을 거다. 선물도 사줄 거다.

우리 마누라는 이미 내 선물 준비하고 있을 거다.

착한 사람을 만나라. 너도 착해진다.

나 존나 이기적이었는데 우리 마누라에게는 착하다.

착한 사람을 만나면 지구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결혼을 해라.

좋은 사람 만나서 하는 결혼은 좋은 거다. 부모가 아닌데

절대적인 나의 편이 생기는 느낌은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연애 많이 해봤는데 결혼이 더 좋다. 요즘 퐁퐁남이고 설거지고 말 많은데

그것도 왼쪽 인간들과 페미 조합의 밭갈기용 갈라치기 아니겠냐. 뭘 그리 관계에 손익을 따지나.

남자가 여자 좋아하고 여자가 남자 좋아하고 이왕이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뭐가 나빠.

부갤러 총각들도 돌싱들도 좋은 사람 만나서 꼭 결혼하길 바란다.

폭락이들도 영끌이들도 다주택자도 다들 좋은 날 올 거다.

따순 집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 거다.

크리스마스 덕담이다.

라스트크리스마스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휘트니휴스턴 아이윌올웨이즈러브유 들었을 때와 비견된다.

컬쳐쇼크. 아주 어릴 때였는데 심장 막 나대고 설레고 부정맥 온 줄.

이후로 그 어떤 캐롤도 이 몽환적인 미성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이길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가창력 좋은 사람이 불러도 원곡을 이길 수가 없다.

미국에 왬이 있다면 한국에는 모노의 넌언제나.

남자 미성은 왜 남자가 들어도 설레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