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론 대혁명으로 나의 내면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랑'의 '종언'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원래 '사랑'이라느니 '여자'라느니 하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낸 가스라이팅이고 브레인워싱이었다


'신'이라거나 '종교'라는 것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조작된 개념들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어쩐지 씁쓸한 달콤한 그런 애상에 젖게 된다


아이러니컬 하고 블랙유머적인 브릿팝의 멜로디 진행처럼.





삶이 머무르고 지나갔던 자리는 무조건


아름답게 미화하는게 인간이라고 그랬던가.





'그래 무지성 물소남의 나날들이 있었지'


'무조건 여자에 미쳤던 사랑에 미쳤던 나날들이 있었지'


'그래 연애니 로맨스니 결혼이니 픽업이니 썸이니 뭐니


연구하던 그런 옛날 옛적 나날들이 있엇지'


지나 온 학생시절, 모두가 일찍 졸업식을 마치고


귀가해버린 햇빛 내리던 교실을 둘러보던 순간들.


몇몇 차량과 사람들 외에 귀가해버린 교정을


뒤돌아서 마지막으로 둘러보던 순간들.





'여자'라는 교실을 졸업하고


'사랑'이라는 학교를 졸업하고


'연애결혼'이라는 국가가 주입하는


낡은 학창시절 학생시절을


이젠 돌아갈 수 없이 졸업해 버린 느낌이다






'설거지론 박사 학위 증서' 한 장을 손에 든 채.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달콤 씁쓸한 상실감과 허무감에 휩싸여 있다






자세히 따지고 들면 교실은 뭣 같았고 가르키는 과목도 싫었고


학교도 강압적이고 짜증나는 꼰틀러들이 가득했었고


학생시절의 유약함이 나약함과 무지함이 온통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상처나 사고를 유발했었을 따름이지만.






그래,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미쳐 날뛰는 인간들처럼


신나게 날뛰던 즐거운 시간도 있었음을 심히 부끄럽지만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젠 여자도 사랑도 연애결혼도 온갖 미신들도 함께


설거지호 미사일의 원점 정밀 핵폭격으로 산산조각 박살이 나버렸다.


잔해는 이미 박물관에 들어가 보관중이다


산산조각 찢어져 흩어지고 파괴된 옛날의 사진과


유해와 잔해들이 내 마음의 박물관에 남아 보관중이다







그렇지만 왠지 그런 예감은 있다






이따금씩, 아주 이따금씩만 이 옛날 시절의 사진들을


주섬주섬 다시 맞춰보곤 '그 땐 참 순진했었구나...' 라며


쓴 커피 한 모금에 단 초콜렛 한 조각 오물오물거리는


휴식 시간을 가질 것만 같은, 그런 예감 말이다.